북한의 은어와 유머를 통해 북한사회를 이해하는 '김광진의 대동강 이야기',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 김광진씨가 전해드립니다.
친애하는 북한의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요즘 북한내부가 심상치 않은 것 같습니다.
박승원 인민무력부 상장이 두 달 전쯤 탈북 해 러시아를 통해 대한민국에 망명했다는 소식에 이어, 최근 북한 엘리트계층의 탈북러시가 계속 전해지고 있으니 말입니다. 요 근래에 10여명이 망명했다고 하네요.
39호실 소속 지도총국 부총국장을 포함해 3명의 39호실 간부들과 보위부 간부, 대외경제위원회 국장급 전직 간부도 서울로 왔다 네요. 모두가 김정은의 공포정치에 대한 두려움, 환멸을 느끼고 탈출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보위부탈북에 대해서는 김정은도 '튀다, 튀다 이제는 보위부까지 튄다.'고 했다 네요.
박승원 상장은 인민무력부 부총참모장도 했고, 북한지도부가 집중적으로 내민 마식령스키장 건설도 책임지고 성과적으로 끝내 노력영웅칭호를 받은 충신이기도 했죠.
2000년 제주에서 열린 남북 국방장관회담 때는 차석대표로 방문하기도 했습니다. 북한에서 현직 3성 장군이 망명한 것은 처음인 것 같은데요, 김정은의 공포, 숙청정치가 얼마나 위험하고 경각에 달했는지를 보여주는 아주 중요한 단서 같습니다.
39호실 소속기관 부총국장은 김정은 체제 들어 민족경제 갱생 공로로 3대 영웅 칭호를 받은 인물이라고 합니다. 북한에서 '외화벌이는 교화벌이'라고 했던가요, 더욱이 달러벌이를 잘하던 사람들은 주기적으로 청산하고 '잡아먹었으니', 참 북한체제는 '망둥이 제 새끼 잡아먹는' 체제인 것 같습니다.
북한 고위층 간부들의 탈출은 2013년 12월 장성택 행정부장에 대한 잔인한 숙청으로 더 많이 촉발되었는데요, 당시 북한을 탈출한 한 고위 인사는 핵실험 준비 동향 등이 담긴 북한군 기밀문서를 가지고 나왔다 네요.
또 자강도의 강계미생물연구소 소속 연구원 이모씨는 지난 6월에 필리핀을 거쳐 핀란드로 망명했다는데요, 그는 방대한 량의 생화학무기와 관련된 생체실험 자료를 소지했다고 합니다.
이씨는 망명 과정에서 '북한 주민들을 연구소 지하 2층에 있는 유리 속에 가둬놓고 사린가스 실험을 했다'고 폭로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으며, 국가안전보위부가 정치범이나 기독교 신자들을 실험 대상으로 공급했다 네요. 이달 중 유럽의회에서 비공개 증언에 나설 예정이기 때문에 큰 파장이 예상됩니다.
그리고 사실인지는 모르겠지만 군 총정치국 선전부국장이던 박재경 대장도 탈북, 망명을 추진 중이며 제3국에 머물고 있다는 소문도 퍼지고 있습니다.
중국 선양에서 만난 북한 사업가들은 요즘 대놓고 '젊은 놈(김정은)한테 모욕당하고 있고, 어린애들 세상이 됐다'면서 '당장 튀고 싶다'는 말도 서슴지 않고 하고 있다고 하네요.
정말 북한이 어느 쪽으로 가겠는지 행방이 묘연합니다.
북한의 혁명가요 구절에는 이런 가사가 있죠. '지키면 은 승리요, 버리면 죽음일세!' 사회주의를 끝까지 지키면 승리가 오고, 버리면 결국 죽음이라는 뜻입니다.
그런데 현재 북한의 상황이 정말 그럴까요? 저는 정 반대라고 봅니다. 사회주의는 지금 될수록 빨리 버려야 살고, 계속 안고 가면 자멸과 파산뿐입니다. 이것이 '고난의 행군'을 겪은 세대들이 체득한 '하루라도 빨리 장마당으로!'의 교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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