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보트피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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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은어와 유머를 통해 북한사회를 이해하는 '김광진의 대동강 이야기,'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 김광진씨가 전해드립니다.

북한이 남북이산가족상봉의 전제조건으로 지난해 4월 중국 류경식당에서 집단 탈출한 12명의 여종업원 송환을 제기하고 있는 가운데 선박을 이용한 탈북사건이 두건 발생해 이것이 추세가 아니냐는 궁금증을 낳고 있습니다. 지난 6월 3일이었죠, 50대 아버지와 20대 아들이 선박을 탄 채 동해에서 구조되었는데요, 이들은 즉각 귀순 의사를 표명했으며 당초에 탈북할 목적으로 배를 탔다고 합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지난 7월 1일 5명이 탄 어선이 또 동해 북방한계선을 넘어 남한으로 왔습니다. 뜻밖에도 모두 평양출신이라고 하는데요, 이들은 처음부터 치밀하게 계획해 원산으로 이동한 뒤 선박을 구해 탈출한 것입니다.

남한 통일부에 따르면 지난 3월 말까지 남한에 입국한 탈북민은 3만 215명이며 이들 중 평양 출신은 693명으로 2% 밖에 되지 않는다는군요.

선박을 이용해 탈출한 사람들이 북-중 국경을 이용한 탈북자들보다 훨씬 적은데 세간의 관심을 사는 것은 월남공산정권에 의한 남부월남의 패망으로 당시 탈출한 100만명이 넘는 보트피플의 역사가 있기 때문입니다.

자본주의 남부월남의 패망과 함께 갈 곳이 없어진 상류계층과 반공주의자, 화교, 몽족, 미국에 협조하던 사람들, 한국인과 대만인, 일본인, 미국인, 프랑스인, 태국인, 필리핀인 등 수많은 사람들은 1970년대 중반부터 1980년대 중반까지 배를 타고 베트남을 탈출합니다.

성공한 사람들은 홍콩이나 싱가포르를 거쳐 미국, 호주로 망명할 수 있었으며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자유진영에 도착하지 못하고 실종되거나 사망했죠. 일부는 호주까지 2,000km가 넘는 항로를 모험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보트피플 행렬은 1986년 베트남정부가 개혁개방정책인 도이모이 정책을 추진하면서 진정되기 시작했는데요, 초기에는 이들이 귀국하더라도 배신자나 간첩, 불순분자로 취급했지만 미국과의 수교도 이루어지면서 결제발전을 위한 화해를 모색하게 됩니다.

이에 따라 부자가 된 상당수 사람들이 지금 베트남에 투자하고 있으며 국영기업 사장으로 발탁되고 또 일부는 노년을 고국에서 보내기 위해 귀국하고 있습니다. 쿠바에서도 많은 보트피플이 발생했죠. 지금까지 미국으로 망명한 쿠바인은 약 200만명, 전체인구의 20%정도 됩니다. 피델 카스트로의 여동생 화니타도 결국 미국 마이애미로 망명했죠.

미국에 망명한 쿠바인들이 1년에 합법적으로 송금하는 돈은 쿠바경제의 가장 큰 몫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오바마 전 미대통령은 역사적인 쿠바방문을 하기 전에 유명 쿠바 코미디언 판필로와 쿠바TV에 출연한 적이 있죠.

그 내용 중 판필로는 오바마 대통령에게 '58년형 쉐보레(미국 자동차 브랜드)를 타고 마중 나가겠다. 숙소에 문제가 생기면 우리 집에서 미셸 여사와 함께 재워주겠다'고 제안합니다.

선심 쓰는 것 같지만 사실 이 내용은 50여 년 전 미국과의 단교와 경제 제재로 낙후된 쿠바의 생활수준을 유머 소재로 활용한 것입니다.

만일 트럼프 미 대통령과 김정은사이 정상회담이 성사됐다고 가정할 때 이들은 어떤 유머를 주고받을 수 있을까요?

'대동강 이야기'의 김광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