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은어와 유머를 통해 북한사회를 이해하는 '김광진의 대동강 이야기,'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선임연구원 김광진씨가 전해드립니다.
북한에는 남한과는 달리 외발기라는 독특한 놀이문화가 있습니다. 겨울이면 스케이트, 썰매와 함께 어린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외발썰매타기입니다.
못 쓰게 된 스케이트 날을 빼 뒤쪽의 3분의 1을 잘라버린 후 'ㄴ'자 모양의 널빤지 중앙에 고정시키고, 못을 거꾸로 박은 쌍지팡이(폴)를 착용하고 밖에 나서면 부러울 것이 없습니다.
그리고 타기 아주 어려울 것 같은데 이 외발기를 타고 호케이(하키)도 합니다. 얼음판 양쪽에 돌로 문대를 세워놓고 적당한 고무나 나무 조각을 공삼아 지팡이를 채로 하여 경기를 할 때면 해 저무는 줄 모릅니다.
한 쪽에서는 맨 아래 동생들이 땀을 뻘뻘 흘리며 썰매를 타고, 다른 한쪽에서는 대학생형님들, 어른들이 스케이트를 타고, 또 다른 한쪽에서는 가족이나 친구들이 모여 연을 날리고, 그리고 다른 한쪽에서는 고등중학교정도의 애들이 모여 외발기를 타는 모습은 그렇지 않아도 춥고 한산한 겨울을 그나마 포근히 감싸주는 정겨운 삶의 모습이기도 합니다.
한 때는 대동강이나 보통강, '금수산 기념궁전'옆의 합장강, 그리고 대성산의 미천호, 동천호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이 광경을 요즘은 지구온난화 때문에 좀처럼 구경하기 어렵습니다. 간혹 농촌집 앞의 얼음진 논이나, 웅덩이, 작은 개울을 제외하면 말입니다.
북한에서 동계체육으로 가장 유명한 선수는 당연히 한필화입니다. 1964년 사상 처음으로 올림픽에 출전하여 여자속도빙상(스피드스케이팅) 3,000m에서 은메달을 획득했죠. 그의 이 전적은 북한의 체육사에, 그리고 김일성의 지도업적에 하나의 큰 금자탑으로 새겨져 있습니다.
금메달을 따지 못했지만 한필화의 '영웅담'은 아마도 당시 극한 대치상태에 있던 남한을 추월한 것으로 특별히 평가된 것 같습니다. 1948년 프랑스 생모리츠 대회부터 참가했지만 남한이 첫 메달을 획득한 것은 그로부터 44년 후인 1992년이니까요.
그러나 현재 남북한의 동계스포츠성적은 큰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작년 캐나다의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남한은 금메달 6개, 은메달 6개, 동메달 2개를 차지해 종합 5위를 기록했습니다. 북한은 메달을 하나도 따지 못했죠.
쇼트트랙은 거의 전 종목을 석권하고 있어 남한의 전통적인 메달밭이 되고 있습니다. 선수로 선발되면 메달은 따 놓은 당상이라 오히려 한국에서의 선발전이 더 치열합니다. 그리고 파 싸움이나 부정비리 등 안 좋은 모습도 가끔 보이고요.
남한이 역대 동계올림픽에서 거둔 메달은 총 45개입니다. 그리고 더 신기한 것은 유럽이나 북미가 판을 치던 피겨스케이팅에서 남한선수 김연아가 세계신기록인 228.56으로 1등을 한 것입니다. 그는 남한에서 현재 살아있는 우상이 되고 있습니다.
그뿐이 아닙니다. 며칠 전 남아프리카의 더반에서 열린 123차 국제올림픽위원회 총회에서 남한은 사상 최고의 표를 얻어 2018년 동계올림픽 개최의 꿈을 이루었습니다. 부자나라, 백인들의 전유물처럼 되었던 동계스포츠가 아시아에서도 그 꿈을 활짝 펼치는 계기가 마련된 거죠.
분단의 상처를 깊이 안고 있는 강원도 평창에서의 올림픽개최는 아직도 분단국인 우리 한 반도에 커다란 의미를 갖고 있으며 미래의 평화와 통일에도 크게 기여하리라 봅니다.
백두산을 포함해 북한은 기후적으로나 지리적으로 동계스포츠를 발전시키는데 유리한 환경을 갖고 있습니다. 그러나 3대세습의 정치체제, 장기간의 경제난으로 많은 북한의 인재들, 인민들은 자기의 꿈, 자기의 능력을 마음껏 펼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올림픽에는 신 종목들이 계속 개발되고 포함될 것입니다. 북한의 독특한 겨울놀이 '외발기 타기'가 올림픽종목으로 선정되어 통일된 한반도에서, 그리고 통일된 강원 땅에서 다시 한 번 동계올림픽을 개최하는 날이 오기를 간절히 소망해 봅니다.
0:00 / 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