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은어와 유머를 통해 북한사회를 이해하는 '김광진의 대동강 이야기,'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선임연구원 김광진씨가 전해드립니다.
친애하는 북한의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단고기 국물이 발잔등에 떨어져도 보신이 된다는 삼복더위가 다가왔습니다. 습기가 많고 무더워 음식물 보관도 많이 조심하셔야죠.
지방은 물론 평양지역에서도 식품을 비롯해 소비품의 대부분을 장마당에 의존해야 하는 지금 식품안전은 더없이 중요한 문제로 제기되고 있습니다.
주사를 맞혀 얼린 오리고기, 벽돌가루를 섞은 고춧가루, 메틸성분이 들어간 술, 등을 말이죠. 오리에 왜 물 주사를 놓는다고요? 무게를 늘리기 위해서죠. 벽돌가루도 마찬가집니다.
말이 난 김에 북한 장마당 일화들을 더 소개하면 이렇습니다.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와 마찬가지로 북한 농민시장에서도 광고는 필수입니다. 손님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가장 간결한 표현으로 상품의 특성을 알려야 하니까요.
'팽돔'은 잎담배, 독초 광고입니다. 한번만 빨아도 핑 돌고 정신이 혼미해진다는 거죠. 파는 사람마다 그 표현도 다양합니다. 7인 7색이죠.
'담벽(벼락) 잡고 5분 기댐,' 또는 '벽에 기대여야 함'이라는 표현도 볼 수 있습니다. 더 자극적인 것은 '형제 원수 같아 보임,' '마누라 삭갈림(헷갈림),' '19세 이하 목숨 위험'도 있습니다.
담배가 얼마나 독하면 마누라까지 헷갈리는지 짐작이 가시죠.
남한에 사는 사람들의 심리도 꼭 같습니다. 어떤 노점생선가게에서는 동태를 '죽은 척하는 동태'라고 광고를 했다더군요. 잠 재밌죠?
시장경제에서 기업들의 광고는 예술입니다. '침대는 과학이다'는 세계최고의 남한 침대 회사 에이스의 광고문구입니다. 이 말은 사람들 머리에 깊이 박혀있다고 합니다. 대단한 성공작이죠.
미국의 유명 스포츠용품회사 나이키의 광고는 'Just do it' (지금 시작합니다)입니다. 혁신적인 스마트폰을 생산해 일약 세계 최고의 IT회사로 성장한 애플사의 대표 광고는 '다르게 생각하라(Think different)이고요.
'가슴이 따뜻한 사람을 만나고 싶다'는 커피 맥심의 광고이고 '난 소중하니까요'는 어느 한 화장품회사의 광고입니다.
북한의 구호들과 비슷한 공익광고, 정치홍보물들도 많습니다.
'건강한 몸과 사회는 우리의 소중한 자산입니다.' '깨끗한 사람만이 과감한 개혁을 할 수 있습니다.' '돈이라면 남기시겠습니까? 음식도 결국 돈입니다.' '부끄러우세요? 질서는 당신의 얼굴입니다,' 등 말이죠.
정치인들도 유명한 말을 남기는데 선 달인입니다. 미국역사상 처음으로 흑인대통령이 된 현 오바마 대통령은 'Yes, we can'(우리는 할 수 있다)로 유명합니다.
남한에서는 박정희 대통령이 '잘 살아보세'라는 구호를 제시했죠. 어떤 후보는 '못살겠다. 갈아보자.'를 선거 포스터로 쓰기도 했습니다.
몇 달 안 있어 남한에서는 또 한 차례의 대선이 치러집니다. 새누리당의 대권주자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내 꿈이 이루어지는 나라'를 선거구호로 제시했습니다.
사실 구호로 치면 북한을 당할 데가 없을 겁니다. '인민을 위하여 복무함.' '오늘을 위한 오늘에 살지 말고 내일을 위한 오늘에 살자.' '가는 길 험난해도 웃으며 가자.' '고난의 천리가 가면 행복의 만리가 온다.' '자기 땅에 발을 붙이고 눈은 세계를 보라!
' 요즘 외부세계에서는 북한에서 솔솔 흘러나오는 개혁, 개방의 가능성에 큰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젊은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이 결단을 발휘해 인민을 위한 정치, 세계를 보는 정치를 하지 않을까 하고 말입니다.
북한판 등소평, 북한판 고르바초프가 나오지 말란 법도 없죠. 북한의 마지막 친구겪인 미얀마도 변화를 추구하고 있고 애급, 리비아의 뒤를 이어 수리아에서도 독재, 세습정권이 끝날 날이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북한에서도 '팽돔,' '마누라 헷갈림'이 텔레비전 유명광고로 곧 등장하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 봅니다.
'대동강이야기'에 김광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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