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해수욕 철과 남한의 피서 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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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은어와 유머를 통해 북한사회를 이해하는 '김광진의 대동강 이야기,'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선임연구원 김광진씨가 전해드립니다.

친애하는 북한의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올해 장마와 무더위는 여느 때 없이 길고 지루하고, 또 지치는 계절인 것 같습니다. 아마도 지구의 온난화가 가져온 결과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아무쪼록 이번 무더위를 큰 탈 없이 나시기 바랍니다.

몇 해 전부턴가요, 북한에는 갑자기 새로운 단어가 등장했습니다. 바로 해수욕 철인데요, 3복더위기간 바다에 나가 해수욕을 많이 하는 절기가 돼 생긴 말입니다. 남한에서는 이를 피서 철이라고 하죠.

남과 북의 3복더위 극복 노하우는 같은 것도 많고, 또 다른 점도 여럿 있습니다. 단고기를 보양식으로 먹는 것은 이전보다는 남한에서 많이 사라지고 있지만 북한에서는 거의나 유일한 식용방식입니다.

이런 말도 있죠. 이 기간에 단고기 국 국물이 발잔등에만 떨어져도 보양이 된다고요. 어느 한 합의제 식당책임자는 단고기 국솥에 계란을 몇 개 넣고 끓여 대부분의 영양분을 흡수시켜 챙겨먹었다는 소문도 돌았습니다.

검열을 해보니 사실로 판명됐죠. 그래서 감옥에 잡혀 들어갔습니다. 공공식당에서 손님들에게 돌아가야 할 영양소를 쏙 빼내 자기 배를 불려 아마 큰 죄가 된 모양입니다.

남한에서는 삼복더위기간 삼계탕, 북한말로는 닭곰을 많이 해 먹습니다. 아주 작은 닭을 많이 쓰는데요, 한사람이 한 마리를 한 끼에 먹기 좋게 요리한 것입니다. 북한의 닭곰은 좀 큰 닭으로 해 여러 사람이 나눠 먹을 수 있죠.

바다 가에 나가 열기를 식히고, 해수욕으로 더위를 달래는 것도 같습니다. 남한에서 가장 유명한 명소는 부산의 해운대 해수욕장입니다. 해마다 이맘때면 수백만이 다녀갑니다. 그리고 물 맑은 동해바다 쪽으로 해수욕장이 수천 개가 마련되어 있죠.

북한에서 가장 유명한 해수욕장은 강원도에 있습니다. 원산앞바다는 많은 관광객들도 찾죠. 또 금강산 해금강 쪽은 아마 세계적으로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청정지역이고 멋있는 곳입니다.

1980년대 중후반부터 북한의 권력기관들은 저저마다 명소들에 휴양지들을 건설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나마 일부 엘리트 계층들이라도 삼복더위가 되면 바닷가로 물놀이 갈 수 있었죠. 수도방어사령부인 91훈련소도 강원도에 휴양 각을 크게 세웠는데 수요가 너무 많아 몇 년에 한번 정도 차례지는 수준이었습니다.

그러니 일반주민들에게는 좋은 해수욕장은 많아도 아직까지 기회가 쉽게 차례지지 않을 겁니다. 대신 평양시 만경대구역에 큰 물놀이장이 개건되고, 도처에 유사한 시설들을 짓고 있다니 다행입니다.

여기 남한에서는 해외여행도 많이 갑니다. 어제 뉴스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에만 700만 명이 해외여행을 갔다 네요. 사상 최고라고 합니다. 연말까지 합치면 1400만 명이 나가는 셈이죠. 남한 인구가 5천만이니까 한세대의 1.4명 정도씩 해마다 해외에 관광을 가고 있습니다.

업무 차, 해외 출장으로 나가는 사람들은 이보다 훨씬 더 많습니다. 그리고 북한에서는 좀 상상하기 어렵겠지만 초등학교, 중학교 학생들도 학교들에서 수학여행을 해외로 나갑니다. 제가 북한에 있을 때 중국 출장 중에도 많이 목격했지만 어린 학생들이 단체로 다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었는데 그때가 벌써 10년 전의 일입니다.

요즘은 부모들, 특히 엄마들의 교육열 때문에 세계 곳곳에 초등학생들도 혼자 많이 내보내고 있습니다. 영어를 공부하고, 외국교육을 받게 하기 위해서죠.

하루빨리 통일이 되어 북한사람들은 제주도로 피서가고, 남한사람들은 백두산으로 놀러가는 날이 속히 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