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은어와 유머를 통해 북한사회를 이해하는 '김광진의 대동강 이야기,'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선임연구원 김광진씨가 전해드립니다.
경애하는 북한의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오늘은 북한 3대 지도자들의 축지법과 영활한 영군 술에 대해 얘기를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얼마 전 저는 서울에서 친구와 말다툼을 한 적이 있습니다. 하마터면 내기까지 할 번했죠. 문제의 발단은 돌아가던 지구가 멈춰서면 인류가 어떻게 되겠는가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것도 1초 동안 말이죠.
우리는 끝내 답을 찾지 못했습니다. 그는 북한 군관출신이었는데 자기가 북한에 있을 때 이런 소문이 돌았다고 합니다. '지구를 1초 동안 세우면 전 세계가 멸망하는데 우리 김정일 장군님은 3초 동안 세울 수 있다'는 거죠.
완전히 난센스입니다. 인간이 지구를 세울 수 없다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이치이고, 이 논쟁이 번져 그러면 지구가 1초 동안 서면 어떻게 될 것이냐는 거죠.
아마도 이런 낭설은 북한 당국이 김정일장군님의 위대성 선전을 위해 조직적으로 퍼뜨리는 모양입니다. 북한에서는 이런 내용의 강연도 있었죠.
'조선이 없는 지구는 필요가 없습니다.' '지구가 필요 없다는 말은 무슨 뜻이네?' '조선이 없는 지구는 폭파해 버리겠습니다. 우린 그럴 만한 강력한 힘이 있습니다.' 이는 1990년대 초 1차 북핵위기 당시 김정일과 김일성이 나눈 대화라고 합니다.
적들의 압박이 거세지고, 만약 전쟁이라도 일어난다면 그리고 그 전쟁에서 지면 어떻게 되겠는가는 김일성의 질문에 천출명장, 백두장군 김정일이 결연하게 일어서 선언했다는 이 말은 아마도 가지고 있는 핵으로 지구를 깨버리겠다는 것 아니면, 지구를 3초 동안 세울 수 있는 마술을 믿고 얘기했는지도 모르죠.
강연제강은 이렇게 계속됩니다. '우리장군님의 배짱은 이 세상 그 누구도 감당 못한다. 우리 장군님의 영도력과 위대성은 미국의 역대 대통령들의 위신을 다 합쳐도 모자란다.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이 고백했다.'
'장군님 없으면 조국도 없다. 우리 장군님께서 호령 한번 치시면 남조선 반동들과 미국 놈, 일본 놈들은 벌벌 떤다.'
사실 북한 지도부의 마술은 1세대에서부터 유전되어 온 것입니다. 김일성 장군님이 한 번 출동하시면 동해에서 번쩍하고 서해를 치는 축지법에다, 한번 용을 쓰시면 솔방울이 모두 폭탄이 되어 왜놈들을 와당탕 전멸시켰다는 전설적인 이야기.
전선 길에 나타나자 갑자기 맑던 하늘에 구름이 끼더니 백두산 장군의 신변을 하늘이 보호해 주었다느니, 말하자면 끝이 없습니다.
3대째의 영군 술, 축지법도 이에 비하면 만만치 않습니다. 김정은은 군 복무도, 군 지휘관도 거치지 않고 스위스 유학을 9년 동안 하고서도 단번에 대장별을 달았습니다. 왕별 4개를 단 셈이죠. 그것이 2010년 9월 3차 당대표자회를 하루 앞두고였으니까 지금으로부터 딱 23달 전이네요.
그런데 지난 18일 중대 방송을 들으니 원수칭호를 달았다네요. 그것도 자기를 후계자로 옹위했다는 멘토격인 이영호 총참모장을 철직시키고 다음날 말이죠.
할아버지가 전쟁 중인 1953년 39세에, 그리고 아버지는 1992년 50세에 받은 것에 비하면 10년, 20년 이상 빠르네요. 아마 전 세계적으로도 가장 최연소에 원수별을 다는 사례일 겁니다.
이러다가 혹시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은 지구를 3초가 아니라 30초 이상 세울 능력을 보유하고 있지 않는지 모르겠습니다.
혹시 그런 능력이 있다면 밥 나오라 뚝딱, 떡 나오라 뚝딱, 고기나오라 뚝딱의 재주는 당연히 가지고 있지 않을까요?
'대동강이야기'에 김광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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