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 시, 양키 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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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은어와 유머를 통해 북한사회를 이해하는 '김광진의 대동강 이야기,'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 김광진씨가 전해드립니다.

북한에서는 '전승기념일'이라고 하는 7월 27일, 북한과 남한, 미국에서는 서로 다른 행사들이 이채롭게 진행되었습니다.

북한에서는 김정은이 부하들을 이끌고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하는가 하면, 노병대회를 다시 열어 소위 그들의 '전승 업적'을 치하했으며, 김정은이 직접 참가해 연설을 함으로서 더 '뜻 깊은 기념일'로 장식하였습니다.

이 연설에서는 작년과 다르게 '중국인민지원군 노병 동지들에게도 숭고한 경의를 드린다'며 두 차례나 감사의 뜻도 표시했습니다. 아마도 다가오는 10월 10일 당 창건 기념 70주년 행사초청을 의식해 태도를 바꾼 것 같습니다.

김정은이 집권한 후 '노병대회'를 3차례나 열고 7.27과 반미대결을 고취하는 것은 취약한 3대 세습정권의 정통성을 보강하고, '전승 영웅인 원수 김일성'의 아바타 이미지를 뒤집어쓰며, 현재의 모든 어려움의 원인을 반미대결로 돌리려는 이유에서 일겁니다.

남한에서는 2013년에 정전협정 60주년을 맞아 7.27을 국가기념일인 '유엔군 참전의 날'로 지정했고, 이날 국가보훈처의 주관으로 서울 올림픽공원에서는 '함께 지켜온 대한민국, 함께 나아갈 통일한국'이라는 슬로건 아래 참전국과 참전용사들에게 감사하는 다채로운 기념행사들이 진행되었습니다.

미국에서는 워싱턴DC에 있는 한국전 참전기념공원에서 추모행사, 군가 연주, 장학금 전달 행사가 진행되었습니다.

특히 이채로운 것은 한국전 당시 희생된 미군 3만 6천 574명의 전사자들을 3일에 걸쳐 일일이 호명하고 추억하는 행사가 열린 것입니다.

남한에는 또한 이날을 기념해 많은 나라들에서 참전용사들이 찾아오곤 하는데요, 북한에서 '유엔의 벙거지를 쓴 미국의 추종국가들, 괴뢰국가들의 군대'라고 하는 참전국들이 터키를 포함해 16개국이고요, 이탈리아 등 의료지원국은 5개국, 인원은 총 1백 95만 명이 참전했습니다.

최근에 미국과 수교한 쿠바도 한국전에 기여한 것 아시죠? 당시 유엔의 대한지원결의에 따라 쿠바는 남한에 279만 달러를 지원했습니다.

쿠바에서의 반미대결은 북한 못지않았습니다. 쿠바는 미국본토를 직접 겨냥한 구소련의 핵미사일도 끌어들이려 했고요, 영어를 하지 못하게 했으며, 미국인들의 방문을 최대한 제한하였고, 미국인, 기업들이 가지고 있던 모든 재산을 몰수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던 쿠바가 지금은 크게 달라지고 있습니다. 우리가 쿠바수반 피델 카스트로를 평양에서 환영할 때 이런 구호를 외쳤죠. '쿠바 시, 양키 노.' 쿠바는 좋고 양키는 나쁘다는 의미입니다.

그런데 요즘 쿠바사람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쿠바 시, 양키 께?' '께'는 '무엇'이라는 뜻입니다. 즉, '쿠바는 좋은데, 양키는 뭐지?'이런 농담이죠. 이제는 싫어하지 않아도 되지 않나하는 뜻을 포함하고 있죠.

그도 그럴 것이 쿠바에서 미국으로 망명한 사람은 2백만에 달합니다. 이들은 10%정도의 수수료를 내고 쿠바가족들에게 송금도 하는데요, 1년에 19억 달러에 달합니다. 쿠바 경제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죠.

그리고 이들은 친척방문도 허용됩니다. 앞으로 좀 있으면 '쿠바 시, 양키도 시'의 구호가 나올 기세입니다.

'대동강 이야기'의 김광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