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은어와 유머를 통해 북한사회를 이해하는 ''김광진의 대동강이야기,''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선임연구원 김광진씨가 전해드립니다.
친애하는 북한의 청취자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몇 달 동안 고생스럽게 준비한 7.27 기념행사가 다 끝나 참 개운하시겠습니다. 무더운 삼복더위에 얼마나 많이 수고하셨을까 짐작이 갑니다.
저도 김일성종합대학에 입학하자마자 조국해방 40돌 경축열병식에 참석해봐서 열병식준비, 아리랑집단체조가 얼마나 힘든지 잘 압니다. 그때 종합대학 종대는 다행히 미림비행장에는 가지 않고 대학기숙사에서 숙식하면서 교내 운동장에서 훈련을 했죠.
얼마나 힘들었는지 열병식준비를 군복무보다 더 힘들다고 얘기들 했습니다. 하루 종일 콘크리트 바닥을 90도 각도로 발을 들어 구르다나니 훈련 전 기간 피오줌이 나오더군요. 신장이 울려서 그랬죠.
신발은 1-2주면 다 닳고, 땀이 너무 나 혼방으로 만든 군복은 저녁이 되면 흰 소금으로 덥혀 뻣뻣해지곤 했습니다. 두 달쯤 지나니까 몸이 적응을 했는지 땀은 많이 나는데 소금은 처음처럼 그만큼 나오지 않더군요.
행사참가자들에게 그때 제정된 '조국해방 40돌 기념메달'도 수여했습니다. 국기훈장 2급보다 반급 더 높았고, 공화국영웅메달처럼 생겨서 사실 많이 자랑스러웠습니다.
당시는 1985년이었으니까 경제사정이 괜찮았습니다. 훈련기간 후방사업도 잘 됐고, 이따금씩 오리 반 마리, 닭 반 마리씩 먹기도 했습니다. 훈련하면서 배고파서 못하겠다는 생각은 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번 열병식준비는 그때보다 훨씬 더 힘들었겠죠? 날씨도 여느 때 없이 더 무덥고 장마철도 기니 말입니다. 이번에는 '전승 60주년 기념훈장'이 제정되었다니 아마도 2개씩은 타야할 것 같습니다.
북한에는 군인들의 노래 '우리를 보라'가 있죠. 가사는 이렇습니다.
'총창은 번쩍 발걸음 쩡쩡 우리들은 위대한 장군의 군대, 규율엔 강철 싸움엔 번개 맞설 자가 누구냐, 보라 우리를 보라 그러면 마음 든든하리라, 보라 우리는 무적의 지도자동지 군대.'
그런데 요즘 군인들은 이 노래를 유머화해 이렇게 바꿔 부른 다네요.
'삽자루 번쩍 곡괭이 쩡쩡 우리들은 7총국 도로건설 대, 굶주림 앞에 도둑질 번개 당할 자가 누구냐, 보라 훌쭉한 배때기 먹어야 힘이 날게 아니냐, 보라 우리는 강영실 지도자동지 군대.'
정말 대박가사입니다. 이번 열병식에 참석한 군인들은 그래도 강영실 같지는 않았습니다. 군부대들에서 선발했을 거고, 또 훈련에 단련되고 후방사업도 잘 받았겠죠.
옛날 같으면 1호행사가 진행되면 군인들은 난리가 났었죠. 저녁에 군복은 모두 빨아 마다라스(매트리스) 밑에 깔고 잤죠. 주름을 세우기 위해서입니다. 마지막 비장의 무기는 춤을 발라 손으로 주름을 세우는 것이죠.
그러나 요즘은 예전과 많이 다른 모양입니다. 김정은이 현지 시찰하는 부대 군인들도 영양실조에 걸린 군인들이 많이 보이더라고요. 옷차림은 작업복차림 그대로고요.
'보라 우리를 보라 그러면 마음 든든하리라,' 노래가사는 이래도 군인들을 바라보는 김정은의 마음은 '그러면 마음 불안하리라'일겁니다. 그래선지 열병식 전 기간 기분이 그다지 좋아 보이지 않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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