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은어와 유머를 통해 북한사회를 이해하는 '김광진의 대동강 이야기,'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선임연구원 김광진씨가 전해드립니다.
친애하는 북한의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수년간의 준비 끝에 지구촌 축제인 런던 하계올림픽이 드디어 막을 올렸습니다.
북한 선수들도 당연히 '사상전, 기술전, 투지전'이라는 당의 구호를 높이 들고 당과 조국을 훌륭한 훈련성과, 경기성과로 받들려는 불굴의 투지로 낮과 밤을 불태우며 땀을 흘렸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그 결과였던지 28일(현지시간) 역도의 량춘화선수가 북한에 첫 동메달을 안겨주었습니다. 그리고 29일 일요일에는 안금애선수가 쿠바선수를 제치고 유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으며, 역도의 신인 엄연철선수는 추켜올리기에서 168kg를 들어 올림픽 신기록을 세우며 또 하나의 금메달을 보탰습니다.
이로서 경기 사흘째인 지금 북한은 종합 5위를 달리고 있습니다. 앞으로 어떤 더 좋은 결과가 있을지 부쩍 기대가 됩니다.
런던하면 북한사람들에게 먼저 떠오르는 것은 당연히 1966년에 이뤘던 세계축구선수권대회 8강 진출의 신화일겁니다. 아시아국가로서는 처음으로 8강까지 올랐고 그것도 축구강국 이탈리아를 꺾었으니 그야말로 대단했죠.
당시 축구경기를 관람하던 많은 이탈리아 사람들이 충격에 심장발작을 일으켰고, 보던 텔레비전을 마구 까부셨다는 일화도 전해지고 있습니다.
남들은 흔히 화가 복이 된다고들 하죠. 근데 북한축구선수들에겐 월드컵 8강의 복이 오히려 화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포르투갈 전에서 패배해 평양으로 복귀한 선수들을 기다린 것은 치열한 사상투쟁과 처벌이었습니다.
추후 퍼진 소문에 의하면 이들은 모두 여색심리전에 녹아났다고 합니다. 포르투갈과의 대전 전날 밤 북한축구선수들의 침실로 새들어온 미인들에게 홀딱 녹아버렸다는 거죠. 그들이 밤새 향락을 즐긴 덕분에 맥이 빠져 결국 포르투갈 전에서 패해했다는 겁니다.
사실여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많은 이들이 피해를 입었고 일부는 아오지탄광에, 일부는 지방에 쫓겨 갔다는 것이 지금까지 전해져오는 8강 신화의 결과입니다.
남한은 2002년 일본과 함께 월드컵을 공동개최해 이때 역시 아시아국가로는 처음으로 4강의 신화를 썼습니다. 당시 이탈리아와 치른 16강전에 출현한 카드섹션 구호가 뭔지 아십니까? '어게인(다시) 1966'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꿈은 또 이루어졌습니다. 남한은 이탈리아와의 경기에서 연장전 후반에 터진 안정환의 골든골로 2대 1 승리를 거뒀으며 역사적인 4강행을 달성했던 것입니다.
남북한이 이룩한 이 경이적인 사변은 어느 한 스포츠TV채널이 선정한 10대 월드컵 이변으로 나란히 이름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상대국가가 두 번 다 이탈리아였다는 점이죠.
올림픽이 지금까지 보여준 진기록들과 아름다운 일화들은 이에 비하면 끝이 없습니다.
독일의 한 선수는 88 서울올림픽 사이클 여자스프린트에서 금메달을 따고, 이어 같은 해 캘거리 겨울철 올림픽 빙상 여자 1000m에서도 금메달을 따냈습니다.
76년 몬트리올 올림픽 여자 체조경기에서는 상상도 못할 점수가 나와 모두를 경악시키기도 했습니다. 체조 역사상 처음으로 점수판에 10점 만점이 표기된 것이었죠. 그 주인공은 루마니아의 나디아 코마네치였는데요, 이 선수는 2단 평행봉 만점을 시작으로 일곱 차례나 만점 행진을 벌였습니다.
뭐니 뭐니 해도 올림픽은 추구해온 정신과 구호가 멋집니다. '더 높이, 더 빨리, 더 멀리.' 이 구호는 지금 스포츠뿐 아니라 우리 삶의 구석구석을 파고들고 있습니다. 친선, 평화도 올림픽의 중요한 정신입니다.
여기에 북한식 '사상전, 기술전, 투지전'을 더하면 세계 최강은 맡아놓은 당상이 아닐까요?
0:00 / 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