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동강 이야기] 최고 신랑감은 ‘열대메기’

작년 10월 평택시 한 웨딩홀에서 북한 이탈주민 8쌍이 합동결혼식을 가졌다.
작년 10월 평택시 한 웨딩홀에서 북한 이탈주민 8쌍이 합동결혼식을 가졌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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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은어와 유머를 통해 북한사회를 이해하는 '김광진의 대동강 이야기,'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선임연구원 김광진씨가 전해드립니다.

친애하는 북한의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전례 없는 열대성 폭염으로 여름나기가 무척 힘드시죠?

남쪽에서도 찜통더위로 삼복기간을 지나기가 장난이 아니네요. 더욱이 저녁을 보내기가 제일 힘듭니다. 요즘은 마침 런던 올림픽 기간이라 새벽 늦게까지 금메달 따는 소식으로 더위를 식히며 밤을 지새우고 있습니다.

집집마다, 사무실마다 대체로 냉방장치가 되어있지만, 전력수급이 딸려 마음껏 기기를 돌리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심지어 에어컨 구입, 설치에도 길어서 2주일씩 기다리기도 해야 합니다.

주문하면 안 돼는 것이 없는 서울에서는 매우 이례적인 일입니다. 그리고 수요가 있으면 반드시 공급이 따른다는 시장경제, 자본주의 법칙도 무색케 하는 현상이죠.

최근에는 전기 요금을 평균 4.9% 올리는 조치도 취했습니다. 현재 운영 중인 원자력발전소가 21개에 달하고, 국가별 발전량 중 원자력이 차지하는 비중이 미, 영, 일, 독보다 앞선 남한이 이 정도이니 북한에서의 여름나기가 얼마나 어렵겠는지 짐작이 갑니다.

열대야 더위 속에서 문득 북한에서 회자되는 '열대메기'생각이 나네요. 이 열대메기는 당의 방침으로 최근 양어장과 그 생산량이 늘고 있는 열대메기가 아니라 북한여성들의 이상형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북한여성들의 이상형은 시기마다 차이가 있습니다. 북한예술영화 연속시리즈 '이런 현상을 없앱시다'의 한 속편에 나오듯이 한 때는 외국에 갈 수 있는 외교관이나 무역일군, 대외일군을 사위로, 신랑으로 맞는 것이 최고였죠.

자기 딸의 첫 아이 출생지는 프랑스의 도시 '쏠라쏠라쏠라'하고 자기도 모르는 외래어로 주문을 외우듯 하며 비행장을 이륙하는 항공기를 황홀경에 빠져 바라보는 장모, 그러나 일이 틀어져 외국에 못나가고 다시 나타나는 사위를 보자 기절초풍하는 영화 속 한 여인의 연기는 큰 인상을 남겼습니다.

한편 북한노동당이 추구하는 처녀들의 정책적인 이상형은 당연히 영예군인, 군인, 탄부, 광부, 농장원입니다. 선군정치 하에서는 군인들을 사랑하고 그들에게 시집갈 것을 장려했죠.

'도시처녀 시집와요'제목의 노래가사는 이의 한 단면을 잘 말해주고 있습니다.

'고개 넘어 령을 넘어 버스를 타고, 도시처녀 리상촌에 시집을 와요. 차창밖에 웃음꽃을 방실 날리며, 새살림의 꿈을 안고 정들려 와요. 시집와요, 시집와요. 도시 처녀 시집와요. 문화농촌 하 좋아, 우리 살림 하 좋아. 시집을 와요.'

노래는 3절에서 이렇게 계속됩니다.

'신랑신부 마주보며 노래 부르니, 로인 내외 너무 좋아 어께 춤추네. 농촌테제 이 땅 우에 꽃펴나더니, 도시처녀 농장총각 한 쌍이 됐소.'

근데 현실은 이렇지 않죠. '가자 도시로, 오르자 아파트로!' 이것이 농촌 아가씨들의 구호입니다.

최근에는 이상형이 '열대메기'로 바뀌었습니다. '열'자는 여성을 열렬히 사랑하는 남자를 뜻하고, '대'는 대학을 졸업한 사람, '메'는 노동당원증을 멘사람, '기'자는 5장 6기 등 경제적인 능력을 갖춘 사람을 뜻합니다.

5장 6기는 모두들 아시죠? 이불장, 옷장, 찬장, 장식장, 신발장, 이것이 5장입니다. 6기는 텔레비전수상기, 냉동기, 재봉기, 세탁기, 선풍기, 녹음기를 의미하죠. 사람도 5장 6부가 성해야 잘 돌아가듯이 살림살이도 5장 6기가 있어야 좋은가 봅니다.

북한풍습, 특히 북쪽 풍속으로는 세간 살이 준비는 대체로 여성이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요즘은 남자들이 대체로 부담해야 하는가 보죠?

북한에서 여성들의 이상형인 '열대메기'가 되려면 꾀나 고생해야 할 것 같습니다.

'대동강 이야기'에 김광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