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은어와 유머를 통해 북한사회를 이해하는 '김광진의 대동강 이야기,'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선임연구원 김광진씨가 전해드립니다.
친애하는 북한의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어제가 말복이었죠. 8.15가 지나면 보통 선기가 난다고 하는데, 푹푹 찌는 이번 더위는 쉽게 물러가지 않을 모양입니다. 일기예보를 봐도 이번 주 내내 폭염이 계속 될 거라고 하네요. 건강에 특별히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량강도 백두산지구, 함경북도 산골지역은 남쪽 지역보다 한 10도 정도는 차이가 나니 지금의 피서지로는 사실 딱 입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여름이면 남한 사람들이 백두산에 놀러가고, 겨울이면 북한인민들이 제주도로 여행가는 꿈같은 날이 하루빨리 왔으면 합니다.
최근에 탈북 한 한 친구는 며칠 전 저에게 이런 말을 해주더군요. 요즘 북한사람들은 친구들이나 친인척끼리 모이면 정세이야기, 살아가는 얘기를 하면서 직간접적으로 정부시책에 대해 대놓고 말을 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보통 이런 자리에는 초 당성을 발휘하는 사람들이 꼭 있기 마련이죠. 이들의 말을 들어보면 '아니야, 장군님께서는 이 모든 사실을 다 아실거야,' '중간간부들이 문제지, 그들 때문에 우리가 어렵게 사는 거야'하거나, '미국 놈이 원수지, 모든 건 미국 놈들 때문이야'라고 하죠.
어떤 사람들은 '간부사업을 아무데서나 말하면 쓰나?'거나 '장군님께 심려를 끼쳐드리지 말아야지'하면서 간접적으로 제지 또는 야유기도 합니다. 그리고 여자관계 얘기로 말을 돌리기도 하죠. 오죽하면 북한에서 가장 탈 없는 말이 이런 얘기라고 하겠습니까.
그런데 요즘 어떤 사람들은 '아니 내가 뭐 더 떨어지면 소가 되겠소?'라고 반박도 한다고 합니다. 인제는 망가질 대로 다 망가지고 갈데까지 다 같기 때문에 더는 신경 쓸게 없다는 거죠. 하긴 사람이 아무리 처벌받고 추방돼도 소야 되겠습니까.
그래서인지 북한은 오래전부터 간부사업, 사람과의 사업, 군중노선에서 외형적으로는 변화도 시도했죠. 김정일은 직접 방침을 내려 '적을 많이 만들지 말라'고 지시하기도 했습니다.
이것이 반영돼 사람들에 대한 모든 평가에서 본인위주, 과거가 아닌 현재의 충성도를 기준으로 한다는 말도 나왔습니다. 실제 간부일군들은 가까운 사람들과의 대화에서 '그런 사람까지 배척하면 쓸 사람이 없다'고 솔직하게 고민을 털어놓기도 합니다.
그러나 북한은 여전히 내적 당 간부사업, 사람들에 대한 평정에서 핵심군중, 동요계층, 적대계급을 철저히 구분하고 있습니다. 출신성분에 이어 사회성분도 명백히 규정하고 있죠. 노동, 군인, 사무로 말입니다. 군인들을 최대로 우대하고 다음은 노동성분, 사무원성분 순입니다.
어제 소식에 따르면 북한에서는 성경과도 같은 '당의 유일사상체계 확립의 10대원칙'을 39년 만에 수정하였다고 합니다. 김정일이 사망한 조건에서 김정은에 이은 3대 세습에 부합한 쪽으로 바꾸었죠.
내용을 보면 공산주의와 프롤레타리아 독재의 문구는 삭제됐지만, 서문에서 '핵 무력을 중추로 하는 군사력'을 강조했고, 사상도 김일성의 혁명사상에서 김일성 ․ 김정일주의로, 사회주의, 공산주의 위업도 주체혁명위업으로 김가 일가의 사적인 위업으로 바뀌었죠.
또한 종파주의, 지방주의, 가족주의를 비롯한 온갖 반당적 사상요소를 반대하는 대목에는 '동상이몽, 양봉음위(겉으로는 복종하는 체하면서 내심으로는 배반함)하는 현상을 반대'한다는 내용이 추가되었습니다.
자기들은 온갖 가족주의를 다하면서 왕 자리도 3대째, 대를 이어 해먹고, 또 사회주의, 공산주의이념도 주체위업으로 개인화 해놓고는 인민들은 동상이몽, 양봉음위를 하지 말라니 이를 받아들일 수 없는 사람들은 다 진짜 소가 돼야 할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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