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은어와 유머를 통해 북한사회를 이해하는 '김광진의 대동강 이야기',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 김광진씨가 전해드립니다.
친애하는 북한의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광복 70주년을 맞으며 표준시를 30분으로 늦춘 '평양時' 도입에 이어 북한에 체육전문 TV채널이 새로 생겼다는 소식도 들리고 있습니다.
북한의 조선중앙TV는 14일 '우리 당의 은정 속에 마련된 체육 텔레비전 방송이 체육 강국을 지향하는 현시대의 요구에 맞게 온 사회에 체육 열풍을 일으키고, 날로 높아가는 인민의 문화정서 생활에 적극 이바지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아마도 '체육 강국'건설을 자기의 특별한 정책브랜드로 내세우고 있는 김정은의 각별한 관심과, 체육을 통해 국위를 선양하고 대내적으로는 주민들의 체제 결속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북한당국의 의도로 새 채널이 탄생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역사를 돌아보면 체육을 침체된 국민정서를 드높이고, 결속을 다지는 기회로 활용한 사례들은 많았죠. 우리가 잘 알고 있는 프로레슬링 영웅 력도산, 본명 김신락도 그 중의 한 사람입니다.
1924년 함경남도 홍원군에서 태어난 그는 어느 한 일본인의 양자로 들어가 모모타 미쓰히로, 스모 선수가 돼서는 리키도잔이라는 이름을 사용하였죠.
1950년 스모에서 은퇴하고 프로레슬링을 시작한 그는 1953년 일본프로레슬링협회를 창설했고, 미국 샤프 형제를 초청해 태평양전쟁에서 패한 일본인의 자긍심을 고양시키는 역할을 톡톡히 했습니다.
당시 빨간 머리와 파란 눈, 가슴•배에 텁수룩하게 털이 난 미국의 샤프 형제는 '태평양전쟁에서 일본인을 때려잡은 미국인의 전형'이었고, '미일전쟁'으로 연출된 이 첫 싸움에서 력도산은 가라테 촙으로 상대를 때려눕혔습니다.
그 뒤에도 그는 '반칙을 일삼는 외국 선수에 맞서 최후에 승리하는 일본 영웅 레슬러'로 각인됐습니다. 일본열도가 환호하고 열광했죠.
그는 1963년 12월 8일 심야에 도쿄 도심의 나이트클럽에서 폭력단 단원과 말다툼이 원인이 되어 복부에 칼을 맞았으며, 수술 후에 생긴 화농성 복막염이 원인이 돼 12월 15일 사망하기에 이릅니다.
그의 사망원인에 대해서는 여러 의혹이 제기됐었죠. 의료과실이라는 주장과 함께 음모론도 있었습니다.
그와 관련된 회고록에서 제게 인상적이었던 것은 수술 후에 방귀가 나갔기 때문에 수술이 잘 되었다고 판단한 장면과, 사망 후 그를 그렇게 따르던 친구들이 그의 집에 와 력도산이 아끼던 술을 거리낌 없이 마셔버렸다는 대목이었습니다.
그를 칼로 찔렀던 야쿠자 단원은 이 사건으로 징역 7년형을 선고받았고, 당뇨를 앓다가 2013년 도쿄의 한 병원에서 만 74세에 병사했습니다.
제가 평양에 있을 때 인상 깊게 보았던 TV프로그램은 유일하게 외부소식을 접할 수 있었던 만수대 TV와 저녁 보도시간 후에 하군 하던 '썩고 병든 자본주의'사회 프로였습니다.
외부에서 일어나는 각종 사건 사고와 '개 같은 세상'이라고 설명이 덧붙인 자본주의 사회의 단면을 보군할 수 있었죠. '자본주의 날라리'를 전면 배격하는 북한에서 역으로 그 '날라리'의 단면을 접할 수 있었던 유일한 통로였습니다.
혹시 이번 북한의 체육전문 채널 신설을 통해서 '자본주의 날라리'가 북한내부에 더 많이 전파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대동강 이야기'의 김광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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