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놈은 또 어디다 걸지?’

마이클 커비 전 호주 대법관, 소냐 비세르코 세르비아 인권운동가, 마르주키 다루스만 유엔 북한 인권 특별보고관 등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 위원 3명이 지난달 5일(현지시간) 제네바 유엔본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마이클 커비 전 호주 대법관, 소냐 비세르코 세르비아 인권운동가, 마르주키 다루스만 유엔 북한 인권 특별보고관 등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 위원 3명이 지난달 5일(현지시간) 제네바 유엔본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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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은어와 유머를 통해 북한사회를 이해하는 '김광진의 대동강 이야기,'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선임연구원 김광진씨가 전해드립니다.

친애하는 북한의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장마와 폭염으로 요즘 날씨 정말 견디기 힘드시죠? 평북도 신의주에서도 장마주의보가 발령되었다고 하네요.

20여개의 원자력발전소를 가동하고 있고, 세계 5위의 원자력 생산국이며, 전체 발전량의 34.8%를 원자력으로 충당하고 있는 남한도 지금 전력생산, 소비에 비상이 걸려있습니다.

거의 매일과 같이 관심, 주의 경보발령을 예상하고 있고, 박근혜대통령과 청와대가 나서 전기절약에 앞장서고 있으며, 국가, 공공기관들은 한때 냉방시설을 중단하기도 했습니다. 또 주요 상가 실내온도는 의무적으로 26도로 통제하고 있고요.

이처럼 무더운 여름철에도 아주 시원한 소식이 하나 있습니다. 유엔이 사상 처음으로 설립한 북한인권조사위가 남한을 방문하여 북한 인권개선을 위한 활동을 시작하였습니다.

지금까지는 유엔에 북한인권 특별 보고관 1명이 임명되어 활동했었는데, 몇 달 전 조사위가 발족하면서 2명이 더 보충되었습니다. 타이하고 인도네시아는 북한하고 가까운 사이로 아시죠?

그러나 첫 보고관은 타이사람이었고, 지금 하고 있는 보고관은 인도네시아 전 법무장관 다루스만입니다. 국제규범, 인권은 많은 정치적 고려를 초월한 최상위 가치라는 뜻입니다. 여기에 호주 전 대법관이 위원장으로, 세르비아 인권활동가가 위원으로 합세했습니다.

이들은 본격적으로 자료를 조사하고 묶어 다음해 3월 최종보고서를 유엔에 제출할 예정입니다.

북한의 일상생활에는 이런 일도 있었죠. 어느 군부대에 '이놈'을 입에 달고 산 한 군관이 있었습니다. 친구는 물론 처와 딸이 뭐 잘 못해도 '이놈, 저놈', 집에서 키우는 토끼와 개는 당연히 '이놈'입니다. 심지어 자기 군부대 여 군의도 '이 놈', 옆집 아가씨도 '저놈,' 이런 식이었죠.

이 버릇이 어느 날 큰일을 쳤습니다. 백두산 '3대장군상,' 초상이 나왔죠, 이를 액자에 '정중히 모시고' 어딘가 걸려는 순간, '이 놈은 또 어디다 걸지?'하는 말이 입 밖으로 자연스레 흘러나왔습니다.

재수가 없으면 소가 길가에 싼 오줌 구멍에도 빠져죽는다고, 이 군인도 이날은 무지하게 재수 없는 날이었습니다. 옆에 그가 제일 싫어하는 정치지도원이 있었거든요.

그의 운명은 불 보듯 뻔했습니다. 즉시 사상투쟁에 회부돼 검토를 받았고, 군 보위사령부에 넘겨져 혹독한 취조를 받은 후 정치범수용소로 끌려갔습니다.

이런 유사한 사건들은 북한에 부지기수입니다. 어느 한 남자는 집의 초상화를 정성도구로 닦지 않고 집을 청소하는 걸레로 닦았다는 이유로 처에게 이혼을 당했고, 어느 누구는 마라초 담배를 김 부자 초상화가 있는 신문지로 말아 피워 곤혹을 치르기도 했죠.

또 어떤 사람은 초상화가 있는 신문을 깔고 앉았다가 정치적 생명을 읽기도 했습니다.

이 모든 것들이 이번 북한인권조사위 위원들의 조사내용입니다. 앞으로 국제사법재판소 제소도 가능하다니 그 역할이 크게 기대됩니다. 그리고 북한인민들에게도 국제사회의 많은 노력과 더불어 사람답게 사는 날이 앞당겨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지금 중국도 많이 바뀌고 있습니다. 지난번 탈북 했다 재입북해 '남조선'을 비난하는 기자회견을 한 김광호씨 탈북자 부부 아시죠? 이들은 다시 탈북 해 중국에 체포되었다가 중국이 남한 국적을 인정해 주어 다시 서울로 보냈습니다.

이들이 북송될 경우 북한의 인권탄압을 크게 우려해 취해진 조치라 생각됩니다. 희망을 잃지 마시고 이 무더운 여름을 끝까지 잘 극복해 내일의 가을을 함께 맞이하십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