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동강 이야기] 낮에는 사회주의, 밤에는 자본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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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은어와 유머를 통해 북한사회를 이해하는 '김광진의 대동강 이야기,'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선임연구원 김광진씨가 전해드립니다.

존경하는 북한의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요즘 날씨가 참 변덕스럽죠? 지난 몇 주간은 폭염으로 찌는듯하더니, 지금은 폭우로 농민들의 애간장을 태우고 있습니다.

북한에서는 최근 폭우로 560여명이 사망, 실종되고 144명이 다쳤다지요. 과거와 달리 북한이 언론매체를 통해 신속하게 이런 사실을 알린 것도 아주 신선했습니다.

남한적십자사는 국제적십자를 통해 10만 달러를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피해에 비하면 큰돈은 아니지만 천막, 위생도구, 취사도구 등 구호품 세트를 구입해 북한적십자회와 함께 이재민들에게 직접 나눠줄 계획이라니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라는 말도 있듯이 혈육의 정, 아랫동네의 따뜻한 동포애도 느끼시면 좋겠습니다. 국제적십자사도 북한수해지원을 위해 약 30만 8천 달러를 재난구호 긴급기금으로 책정했다니 곧 추가지원이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며칠 전 장성택 행정부장이 중국을 다녀갔죠. 중국에서 정상급으로 대우해 화재가 됐고, 또 이번 기회에 북한에서 보다 진전된 개혁, 개방조치들을 펴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으로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습니다.

고난의 행군, 역사에 유례없는 경제난이 시작되면서 북한에서는 이런 말이 유행했었죠. '낮에는 사회주의, 밤에는 자본주의.' 낮에는 국가소유 직장에 출근해 일을 하고, 밤에는 생계를 위해 자유 시장, 장마당 경제, 자본주의에 종사한다는 얘기입니다.

어떤 이는 국수, 빵을 만들어 팔았고, 어떤 이는 두부를 만들어 행상을 했습니다. 언제가 부터 아침 6시 정도면 우리 집 주위에도 어김없이 두부장사 아줌마가 오기 시작했죠. 장마당에 나가지 않고 직접 구매할 수 있어 참 편했습니다.

시장의 음식문화가 급속히 발전하더니 이제는 주문만 하면 초밥, 회 등 일식도 최상급으로 대령한답니다.

인민들의 재능은 무궁무진해 집에서 병맥주도 생산해 팔더라고요. 예로부터 조합농사는 대충 한다고 낮에 하는 사회주의는 손발이 시렸죠. 그러나 개인 농은 다릅니다. 죽을 둥 살 둥 덤비니까요. 그러다나니 밤에 하는 자본주의는 별의별것을 다 만들어 냅니다.

급속한 시장의 확산, 자본주의는 장마당 상품의 질을 높인 동시에 부작용도 낳았습니다. 냉동 돼지고기와 오리고기에 물 주사를 놓아 무게를 늘였고, 고추에는 벽돌가루를 섞어 팔았죠.

언젠가는 국가 중앙기관인 해외동포영접국 사무실들이 털리는가 하면, 특수부대 출신 대원이 도끼를 차고 통일거리 고층 아파트를 줄타기로 올라가 돈이 많은 유명 의사 집을 털어 온 나라를 발칵 뒤집어 놓기도 했습니다.

급기야 김정일 집무실, 김정일 가계를 사칭해 청년동맹 간부가 외화벌이 기관에 찾아와 몇 만 달러를 사기 쳐 달아났다 전국 수사포치로 체포돼 처형되는 전대미문의 사기행각도 나타났습니다.

이러한 현상들은 꼭 시장경제, 자본주의요소가 확산되어 생겼다기보다는 생존을 위한 처절한 몸부림, 실패한 경제와 체제가 낳은 결과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요즘 북한당국이 6.28조치를 내놓는 등 제도적으로 낮에도 자본주의를 시키지 않나 하는 기대감에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 하고 있습니다.

시장경제의 핵심은 가격과 이윤배분, 금융입니다. 금융을 통해 생산에 필요한 자본이 조달되고, 가격을 통해 수요와 공급이 작동하며 이윤이 창출됩니다. 이렇게 창출된 이윤이 제대로 배분돼야 재생산을 위한 투자가 가능하고 인센티브가 부여돼 기술개발, 생산성향상, 생산 확대, 더 많은 이윤 창출이라는 순환이 이뤄지죠.

인민들이 다시는 허리띠를 조이지 않게 하겠다는 새 지도부의 선포대로 지금이라도 제대로 된 경제운영을 도입해 낮에도 자본주의, 밤에도 자본주의를 하는 새 시대를 열기를 기대합니다.

대동강 이야기'에 김광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