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은어와 유머를 통해 북한사회를 이해하는 '김광진의 대동강 이야기,'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선임연구원 김광진씨가 전해드립니다.
친애하는 북한의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얼마 전 평양시 김일성경기장에서는 1급 축구팀 결승전이 열렸죠. '룡악산'팀과 '보통강'팀 사이 경기였습니다. 요즘 북한에서 부쩍 강조하고 있는 체육열풍의 일환으로 조직된 경기죠.
장성택 위원장을 수장으로 하는 국가체육지도위원회의 출범과 함께 북한에서는 지금 체육대중화, 생활화방침에 따라 체육열풍이 불고 있습니다. 국제축구학교가 개교하는가 하면 많은 국제경기들에서도 큰 성과를 내고 있죠.
계순희선수의 뒤를 이어 유도선수 설경이 혜성처럼 나타나 지난달 31일 브라질에서 열린 세계유도선수권대회에서 78kg급 1등을 하는가 하면, 얼마 전 서울에서 진행된 동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북한여자축구단은 우승을 차지했죠.
이외에도 북한이 주도하는 국제태권도연맹 주관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에서도 북한은 금메달 21개, 은메달 4개, 동메달 3개를 따 종합우승을 차지했습니다. 지금의 북한체육열풍이 주민들의 3대 세습에 대한 반감을 달래고, 김정은 업적창출 목적이라는 평가도 있지만 주민건강과 체육기술 발전에서만큼은 앞으로 더 큰 성과를 기대해 봅니다.
이번 1급 팀 축구결승경기 관람에는 김정은도 함께했죠. 더 인상적인 것은 그의 옆자리에 리동규 축구해설원이 같이 한 것이었습니다.
우리에게는 백발의 그의 얼굴보다는 축구 해설하는 차분한 목소리가 더 익숙하죠. 북한신문이 '조국과 인민이 사랑하는 애국자 축구박사'라고 대서특필했듯이 그의 역사는 정말 대단합니다. 40년을 하루같이, 1년에 60건이 넘는 축구경기를 맡아 해설했다 네요.
그의 어록에는 이런 말도 있습니다. '호랑이 같은 공격에, 스라소니 같은 문전처리.' 공격은 호랑이처럼 무섭게 해대는데 골 결정력이 없어 결국은 스라소니처럼 골은 넣지 못하는 경우를 해설한 내용입니다.
'호랑이도 새끼가 열이면 스라소니를 낳는다.'는 속담에도 있듯이 호랑이보다 못한 스라소니를 빗대 생긴 말이겠죠.
이외에 이탈리아의 '빗자루 방어', 네덜란드의 '삼두마차 공격'도 우리에게 잘 알겨진 해설내용들입니다.
남북이 서로 갈라져 산지 60년이 넘는 지금 체육을 포함한 언어의 차이도 아주 큽니다. 리동규해설원이 남한에서 해설하면 아마 30%정도는 알아듣지 못할 정도입니다.
북한에서 구석차기는 남쪽에서는 코너킥이라고 합니다. 영어를 그대로 쓰죠. 11미터 벌차기는 페널티 킥, 반칙은 파울, 문지기는 골키퍼라고 하죠. 오른쪽 날개는 라이트 윙, 중간 방어 수는 미드필더, 중앙공격수는 스트라이커, 경고는 옐로우 카드, 퇴장은 레드카드로 표현하죠.
차이가 너무 심한 것 같습니다. 남쪽의 개방화와 또 세계화의 영향이겠죠.
축구 말이 났으니 말인데 남한에서 유행하는 축구관련 유머를 몇 개 소개해 드릴까요?
축구선수들이 가장 좋아하는 알은 '인터 밀란,' 가장 좋아하는 담요는 '호나우딩요,' 가장 좋아하는 날은 '아스날,' 가장 좋아하는 수영장은 '러버플,' 가장 좋아하는 콩은 '호날두,' 가장 좋아하는 햄은 '토튼햄'이라네요.
그리고 나이지리아의 축구 스타 카누는 물에 절대 안 빠지고, 스페인 미드필더 맨디에타는 버스 뒷좌석에만 탄다네요. 맥주를 가장 잘 마시는 선수는 누굴까요? 독일의 비어호프입니다.
'대동강 이야기'의 김광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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