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자니 청춘, 살자니 눈물?’

북한 조선중앙TV에서 '걸그룹' 모란봉악단의 모습이 사라졌다. 조선중앙TV가 정규 프로그램 사이 막간을 이용해 방영하던 '모란봉악단 공연중에서'가 7월15일을 기점으로 '모란봉악단 음악'으로 바뀌었다. 과거 '모란봉악단 공연중에서' 프로그램에서는 사진과 같이 모란봉악단의 음악과 공연 영상이 함께 나왔으나 '모란봉악단 음악' 프로그램에는 음악만 나오고 영상은 자연 풍경, 평양시내 모습 등으로 대체됐다.
북한 조선중앙TV에서 '걸그룹' 모란봉악단의 모습이 사라졌다. 조선중앙TV가 정규 프로그램 사이 막간을 이용해 방영하던 '모란봉악단 공연중에서'가 7월15일을 기점으로 '모란봉악단 음악'으로 바뀌었다. 과거 '모란봉악단 공연중에서' 프로그램에서는 사진과 같이 모란봉악단의 음악과 공연 영상이 함께 나왔으나 '모란봉악단 음악' 프로그램에는 음악만 나오고 영상은 자연 풍경, 평양시내 모습 등으로 대체됐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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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은어와 유머를 통해 북한사회를 이해하는 '김광진의 대동강 이야기',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 김광진씨가 전해드립니다.

친애하는 북한의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한영화에는 이런 대사가 나오죠. '죽자니 청춘이요, 살자니 눈물일세!' 일제통치시대를 배경으로 했던지, 아니면 소위 '썩고 병든 남조선 사회'를 비판하는 내용으로 한 영화에서 나오는 대사일겁니다.

이것이 와전돼 일부 북한젊은이들 속에서는 자기들의 비관적인 처지, 사회상을 비꼬는 은어로도 사용하고 있죠. 참 불행한 말이고 현실이라 하겠습니다. 오늘날 전 세계 곳곳에서는 이와 유사한 탄식이 절로 날 정도로 젊은이들의 미래가 불투명한 사건들이 여기저기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중동의 시리아에서는 내전이 몇 년 동안 지속돼 수십만 명의 피난민들이 유럽으로 탈출하고 있으며, 유럽은 또 이들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며칠 전에는 3살 난 어린이가 터키 바닷가에서 파도에 밀려 온 시체로 발견돼 세계에 큰 충격을 주었습니다. 다섯 살 난 그의 형도, 어머니도 시리아를 탈출하여 난민의 길에 올랐다 지중해 에서 배가 전복돼 모두 사망하였습니다. 하루에 10명꼴로 이렇게 많은 사람들, 청춘들이 죽고 있다고 합니다.

독일은 다행히 피난민들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있고 받아주고 있지만 헝가리에서는 피난민들을 자기들이 수용하기 싫으니까 독일 행 열차를 개방해 그들이 독일로 갈 수 있도록 하는 해프닝도 벌어졌습니다.

또한 최근 수많은 참수로 세계를 큰 충격에 빠뜨린 중동 극단주의 테러리스트 집단인 이슬람국가(IS)는 세계의 많은 젊은이들을 유혹하여 대원으로 받아들이고 있으며 이들을 자폭테러나 전쟁에로 내몰고 있습니다.

북한에서는 또 이런 소식도 전해지고 있죠. 얼마 전까지만 해도 북한판 '소녀시대' 걸 그룹으로, '선군시대의 문예선봉자'로 칭송되던 모란봉악단이 사라졌다는 뉴스입니다. 파격적인 의상과 무대도 선보이고, 미국 만화 캐릭터인 미키마우스를 등장시켜 서방세계에서도 큰 관심을 모았던 유명 악단입니다. 북한을 방문한 외국인들, 한국인들은 순안비행장, 옥류관, 고려호텔, 버스 등 가는 곳마다 이들의 노래만 접했다고 하죠.

최고지도자의 직접적인 발기에 의해 조직된 모란봉악단이 왜 갑자기 사라졌을 가요? 일각에서는 가수들이 대부분 나이가 차 시집갔기 때문이다, 또는 일부가 숙청되었거나 오지로 추방되었기 때문이라고 평하고 있습니다.

또 어떤 사람들은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공훈국가합창단과 합동공연을 벌이고 있는 청봉악단의 등장이 모란봉악단이 사라진 시기와 일치하기 때문에 청봉악단이 그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죠.

시집갈 나이가 되면 다른 가수들로 채우면 될 것이고, 한두 명이 오지로 추방되면 또 그 인원을 채워도 될 텐데요, 왜 굳이 악단을 해체하고 다른 악단으로 대체해야 할까요? 제 판단으로는 분명히 정치적 사고가 났거나, 그룹 내에서의 '문란한' 성관계가 큰 문제가 되었다고 봅니다. 또는 지나친 노출과 파격적인 의상으로 북한 내에서 청년들에게 '자본주의 날라리'풍을 조장시킨다는 평을 받았을 수도 있죠.

사람들에 대한 숙청이 밥 먹듯 벌어지고 있는 북한에서 유명 악단이 그것도 젊은 걸 그룹이 또 자취를 감췄다니 심상치가 않습니다.

'대동강 이야기'의 김광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