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꼬 사장’

평양 시내의 한 아파트 단지.
평양 시내의 한 아파트 단지. (사진-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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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은어와 유머를 통해 북한사회를 이해하는 '김광진의 대동강 이야기',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 김광진씨가 전해드립니다.

친애하는 북한의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요즘 북한에서는 한쪽에서는 '사회주의 지키세!'의 노동당 구호가 나부끼고 있는 동시에 사회의 곳곳에서는 주택매매와 같은 자본주의적 요소, 자유 시장요소들이 성행하고 있다고 합니다.

은어로 '데꼬 사장'이라고 하는 부동산 거간꾼들도 많이 생겨나고 있다죠. 이 시스템이 잘 정착돼 주택 상담부터 인민위원회 주택배정과에서 '입사 증'까지 책임지는 등 일사천리로 부동산 거래가 진행되고 있다고 합니다.

신의주의 새 주택은 5만 달러를 호가하고 거래 때마다 데꼬사장들에게 10%의 수수료도 지불한다죠. 5천 달러면 꽤 쏠쏠한 벌이입니다.

북한에서의 주택거래는 1990년대 '고난의 행군'시대를 계기로 생겨났습니다. 물론 불법이었죠. 주민들은 식량이 부족하고 나라 전반에 경제난이 심화돼 국가에서 배정받은 주택도 몰래 내다팔게 되었습니다.

이것이 어느 정도까지 확산되었냐면 보통강구역 서장동에 있는 200세대 선물아파트로 까지 번졌습니다. 북한의 유명 배우들, 교수들, 학자들에게 준 선물집인데 돈을 주고 파는 현상이 발생한 것입니다.

당시 이것이 문제가 돼 조사해서 다시 원상 복귀시키고, 또 일부는 처벌까지 하는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주택난이 심각해지고 시장에 수요가 발생한 것도 원인이 됐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2칸짜리 작은 집에서 3세대 이상이 함께 사는 현상도 나타났습니다. 저녁에 잘 때는 천으로 칸막이를 만들어 자기도 했죠.

또 장마당 경제가 확산돼 돈을 많이 번 신흥 부자들이 생기면서 더 좋은 집, 더 좋은 환경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집을 짓는 국가기관들은 자금동원에 문제가 있어 처음에는 몰래 승강기를 대는 사람들, 유리나 자재를 기여하는 사람들에게 집을 한 채씩 주는 방법으로 건설을 했습니다. 어떤 경우에는 2만 달러 또는 그 이상 현금을 받고 팔기도 했죠. 이제는 이것이 완전한 일상이 되었다고 합니다.

일명 '뒷그루'도 인기를 끌었습니다. 한 사람이 이사 가면 그가 살던 집이 바로 뒷그루가 되는 거죠.

10년 전까지만 해도 평양시의 가장 좋은 아파트 값은 2만-3만 달러였습니다. 노른자위인 창광산호텔 주변 아파트들, 보통강동 아파트들이 이 가격을 호가했죠.

그런데 지금은 신의주 아파트 한 채 값이 5만달러 한다니 아마도 평양시는 10만달러 하지 않나 생각됩니다.

자본주의사회에서도 부동산 투자와 재테크는 시장경제의 꽃입니다. 서울에서는 보통 한강과 같은 조망권이 있는 집 가격이 비쌉니다. 그리고 자녀교육 열풍이 대단하기 때문에 좋은 사립고, 학교들이 있거나 유명 학원들이 많은 지역의 부동산이 인기가 높습니다.

얼마 전 언론을 통해 알려진 바로는 서울에 한 달에 1만달러의 월세를 내야하는 아파트도 있답니다. 5달 월세면 신의주의 새 아파트를 한 채 살 수 있겠네요.

또한 풍수지리도 부동산가격에 많은 영향을 미칩니다. 그래서 재벌들, 부자들이 사는 동네는 따로 있죠.

비록 속도는 매우 느리지만 북한에도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요소들이 속속 침투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 통일이 되면 아마도 북한지역의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지 않을까요?

'대동강이야기'의 김광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