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 날라리’

지난해 3월 열린 '국제부녀절' 기념 은하수음악회 '여성은 꽃이라네' 무대에서 은하수관현악단이 외국곡 '스무글랸카'를 연주하고 있다.
지난해 3월 열린 '국제부녀절' 기념 은하수음악회 '여성은 꽃이라네' 무대에서 은하수관현악단이 외국곡 '스무글랸카'를 연주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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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은어와 유머를 통해 북한사회를 이해하는 '김광진의 대동강 이야기,'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선임연구원 김광진씨가 전해드립니다.

친애하는 북한의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며칠 전 일본 아사히신문은 충격적인 사실을 하나 보도했습니다.

북한에서 김정은 부인 리설주와 가깝게 지내던 은하수관현악단과 왕재산예술단원 9명이 자신들이 출연한 포르노를 제작했다 걸렸는데요, 인민보안부가 이들의 대화내용을 도청하던 과정에 '리설주도 전에는 자신들과 똑같이 놀았다'고 한 것을 포착해 이를 문제 삼아 모두 공개처형했다는 내용입니다.

외부세계의 기준으로는 참으로 꿈직한 일인데요, 아마도 북한의 '영부인'인 리설주와 관련된 내용이 전파되는 것을 막기 위해 긴급히 처형한 모양입니다.

이들은 지난 8월 17일 전격 체포된 뒤 재판회부 없이 3일 만에 평양시 교외의 강건군관학교 연병장에서 군과 당의 고위간부, 악단 관계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모두 총살됐다고 합니다.

처형된 9명의 가족들은 정치범수용소에 보내졌고, 또 두 악단도 모두 해산했다죠.

이 사실을 확인이라도 해주듯 두 악단은 8월초부터 북한의 공식매체에 등장하지 않았고, 북한이 해외에 서버를 두고 운영하는 비디오 회사에서도 두 악단의 음악이 다운로드 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북한에서는 과거에 이와 유사한 사건들이 몇 번 있었죠. 북한인들에게 가장 많이 알려진 사건은 유명 여배우 우인희에 대한 공개총살입니다. 그는 뛰어난 미모와 남성들에 대한 너그러움으로 많은 관심과 시달림을 받아야 했죠.

그러던 중 재력가 출신 북송재일교포 주정기의 눈에 들어 아파트 주차장 그의 차에서 성관계를 맺게 됩니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주정기는 배기가스를 마시고 죽고, 우인희는 겨우 목숨을 건졌었죠.

이 소식을 들은 김정일은 그를 꼭 살려내라고 합니다. 아마도 자기와도 관계를 가진 연인이었기 때문이겠죠. 그런데 취조, 사상투쟁과정에 우인희 입에서 김정일얘기가 나오게 됩니다.마지막에는 그를 만나게 해달라고 했다죠.

결국 그는 '반혁명분자'로 낙인찍혀 공개처형까지 당하게 됩니다. 이번에는 독재자 부인과 연계됐다면 우인희 때는 독재자와 직접 연계된 일로 아주 유사한 사건인 것 같습니다.

이외에도 북한유명 인민배우 김룡린도 '수모'를 겼었죠. 전쟁물 탐정영화 '이름 없는 영웅들'의 유림이 주인공역을 맡아 잘 알려진 그는 배급제가 미약한 상황에서 배우로서의 풍모를 유지할 돈을 벌기 위해 여배우들을 성매매 하는 브로커 역할을 자처했습니다.

그리고 포르노영화도 찍어 유포시키다 걸렸는데요, 이 사건으로 주모자 몇 명이 공개 처형됐고, 김룡린은 과거 공적이 인정돼 강원도에서 혁명화하게 되었습니다.

지금 김정은의 최대의 신임을 받으면서 인민군 총정치국장을 하고 있는 최룡해도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변태, 부화방탕의 상징입니다. 소문으로는 자기기관 소속 청년예술선전대 여배우들의 이발을 모두 뽑게 했다죠. 변태적인 성적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서 말입니다.

북한에서는 이를 '자본주의 날라리, 황색바람'이라고 합니다. 모기장을 든든히 치고 이를 막도록 하죠.

그런데 통치 집단은 예외죠. 이들은 매일같이 자기 전속 예술단에, 기쁨조를 거느리고 별의별 짓을 다하지만 법, 사회적 통제의 밖에 있습니다.

백성들은 조금만 이상한 행동을 해도 엄격히 처벌하고, 또 김씨 가문과 연계된 발언을 하면 가차 없이 공개 총살하는 북한은 정말 불공평한 '이민위천'의 사회인 것 같습니다.

'대동강 이야기'의 김광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