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은어와 유머를 통해 북한사회를 이해하는 '김광진의 대동강 이야기,'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선임연구원 김광진씨가 전해드립니다.
북한의 청취자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요즘 신의주와 량강도를 비롯해 북한의 여러 지역들에게서는 각종 검열에 지친 주민들의 불만의 목소리가 많이 들려오고 있습니다.
일부 유머 있는 주민들은 '우리 도는 사찰이란 사찰은 다 받았으니 이젠 핵사찰만 받으면 된다,'거나 '핵사찰 빼고는 다 자신 있다'고 재치 있게 불만을 표현한다고 합니다. 아마도 북한은 핵사찰을 대비해 미리 주민들에게 '사찰훈련'을 시키는가 봅니다.
여기 남한에서는 이런 것을 보고 '샘플'이라고 하죠. '징계샘플'하면 여러 가지 징계를 다 받은 경우죠.
북한에 자본주의 '날라리 풍,' '황색 바람'이 불기 시작한 것은 이미 오래되었습니다. 여기서 선구자들은 당연히 부모 따라 해외에 나가 외국물을 좀 먹은 학생들이었습니다.
언젠가 김정일은 차를 타고 아미산도로를 지나다 교복을 입지 않고 알락달락한 '날라리 옷'을 입은 평양외국어학원의 여학생들을 보고 '재내들, 어느 나라 애들이야?'하고 성을 낸 적이 있습니다. 입으라는 교복은 안 입고 너무 밝은 옷을 입었다는 거죠.
다음날 학교에 벼락이 떨어져 사상투쟁이 벌어지고 난리가 났습니다. 언젠가는 치마입고 자전거 타는 아줌마를 보고는 보기가 싫다고 여자들은 일체 자전거를 못 타게 했죠.
평양외국어학원은 간부 집들에 인기가 있어 입학경쟁률이 대단합니다. 시험 칠 때는 사모님들이 남편차를 모두 빼앗아 타고 와 학교주변은 발 디딜 틈이 없습니다. 이것도 어느 날 사다리가 났죠.
누군가 쏠았는지(고발했는지) 아니면 주석부가 옆이라 김정일이 지나가다 다시 봤는지 학교에 차를 댄 사람들 모두를 조사했습니다. 차번호도 말끔히 적어가구요. 인제는 학생들 아버지 직장들에서 난리가 났습니다.
혁명성이 없고, 안일하고, 해이하고, 가정혁명화가 빵점이고, 자본주의 물에 푹 젖었다고 욕을 한 사발씩 먹습니다. 그러거나 말거나 애가 입학만 하면 만사 오케이였죠.
아무리 방침을 내리고 욕을 먹어도 이런 자본주의 날라리 현상은 없어지지 않았습니다. 해마다 시험 철이 오면 다시 새까만 벤츠를 포함해 형형색색의 승용차들이 학교 주변을 메우곤 했죠.
제가 있을 때 자본주의는 고작해야 이 정도였습니다. 옷을 좀 밝은 것 입고. 그래도 청바지는 절대로 못 입었죠. 부모들이 자식들 기 좀 살려주고, 사모님들이 우쭐해지라고 아버지 차를 좀 빌려주고, 그랬죠.
근데 요즘 날라리는 진짜 날라린가 봅니다. 당국에서 '비사그루빠'(비사회주의 검열조), '828상무' 등 각종 검열 단에 이어 인제는 '폭풍군단'이라는 '군단'까지 파견하니 말입니다.
단속내용도 전에 비해 놀랄만한 것들입니다. 지금은 외국 휴대전화, 남한 드라마나 노래CD, 남한제품, 이런 것들이라고 합니다.
이전에는 영화하면 기껏해야 리소룡의 격술영화만 봤죠. 요즘처럼 '꽃보다 남자,' '올인,' '낭랑 18세,' '경찰특공대,' '가을 동화'같은 것은 엄두도 못 냈죠.
노래도 계몽기가요, 또는 동북3성 노래로 포장해서 '독도는 우리 땅,' '바람 바람 바람,' '홍도야 울지 마라,' '눈물 젖은 두만강,' '당신은 모르실거야' 이런 것만 부르곤 했습니다.
물론 외국 대표단이 있어 호텔에서 잠시 묵을 때면 식당에서 울려나오는 미국 노래 '마이 웨이,' '러브 스토리,' '엘 콘도르 파사,' 이런 것들도 흥얼흥얼 따라하군 했습니다.
앞으로 핵사찰이 있기까지 계속될 '폭풍,' '우뢰 군단'의 검열메뉴에 뭐가 더 첨부될지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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