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은어와 유머를 통해 북한사회를 이해하는 '김광진의 대동강 이야기,'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선임연구원 김광진씨가 전해드립니다.
존경하는 북한의 청취자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여기 따뜻한 남쪽나라, 대한민국에서는 어제 개천절 4,343돌을 쇘습니다.
개천절은 단군왕검이 우리나라를 처음으로 세운 것을 기념하는 날입니다. 고조선의 건국일이죠. 5,000년을 자랑하는 우리 민족의 유구한 역사를 실감하는 날이었습니다.
고조선은 기원전 2,333년에 세워졌다고 합니다. 북한의 역사교과서에도 수록된 단군신화에 따르면 옛날, 하늘을 다스리던 환인의 서자 환웅은 인간세계에 뜻을 두고 있었습니다.
아버지 환인이 인간세계를 굽어보니, 삼위태백이 인간을 유익하게 하기에 적합한 곳으로 여겨지므로, 아들 환웅에게 천부인 3개를 주며, 환웅으로 하여금 그곳으로 가 인간세계를 다스리는 것을 허락하였습니다.
환웅은 바람을 다스리는 풍백, 비를 다스리는 우사, 구름을 다스리는 운사를 비롯해 3,000명의 수하를 이끌고 태백산 정상 신단수 아래로 내려와 그곳을 신시라 칭하며 다스리니 환웅천왕이라 불렸습니다.
그는 곡(곡식), 명(목숨), 병(질병), 형(징벌), 선함, 악함 등 360가지 일을 맡아 인간세계를 다스렸습니다.
그런데 같은 동굴에 살던 곰과 호랑이 한 마리가 환웅을 찾아와 인간이 되게 해달라고 늘 간청을 했습니다. 환웅은 이들에게 신령한 쑥 1자루와 마늘 20쪽을 주며, 이것만 먹고 100일간 햇빛을 보지 않으면 사람이 될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곰은 인내하고 근신하여 삼칠일, 즉 21일 만에 인간 여자로 변하였고, 호랑이는 참지 못하고 뛰쳐나가 사람이 되지 못했습니다.
웅녀는 자신과 혼인하는 사람이 없자 신단수 아래에서 환웅에게 아이 갖기를 기원했습니다. 그러자 환웅은 잠시 인간으로 변해 웅녀와 혼인하여 웅녀가 아들을 낳았는데, 그가 바로 단군왕검이었습니다.
왕검은 평양을 도읍으로 정하고 국호를 조선이라 했습니다. 훗날 도읍지를 백악산 아래 아사달로 옮겨 1,500년간 조선을 다스리며, 주나라 무왕 즉위년에 기자를 조선 왕으로 봉하고 아사달로 돌아와 산신이 되었는데 그때 그의 나이가 1,908세였다고 합니다.
여기 남한에서는 조선의 시조 단군의 뜻을 기려 홍익인간, 이화세계의 정신과 함께 10월 3일을 국경일로 정하여 제천행사를 비롯해 민족의 뿌리인 단군신앙을 계속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에서는 사정이 다르죠. 비록 평양 시 강동군에 단군릉이 웅장하게 건립되었지만 역사교육보다는 김일성 위대성을 선전하기 위한 우상화자료로 많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단군의 건국을 기리는 명절이 없는 것은 물론이고, 민족최대의 명절도 김일성생일 4월 15일, 김정일생일 2월 16일입니다. 인제 곧 김정은 '청년대장'의 생일도 추가될 것 같습니다.
5,000년 역사의 우리 단군조선, 단군민족도 북한에서는 '김일성조선,' '김일성민족'으로 변했습니다.
그뿐이 아니죠. 군도 '수령의 군대,' 당도 '김일성동지의 당,' 헌법도 '김일성 헌법'으로 바뀌었습니다. 가족의 생명, 인간의 목숨보다 김부자 초상화, 우상화 선전물인 구호나무부터 먼저 건져야 하는 것이 '김일성 조선'의 '신앙'입니다.
원래 우리 민족의 얼, 단군신화속의 홍익인간사상은 겨레의 백성이 서로 협력하고 단결하여 모두가 행복을 누리며, 나아가 전 인류공영을 위하여 힘쓴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환웅의 사상이자 단군의 사상이며, 우리 선조들의 건국이념이자 교육이념이기도 합니다.
'김일성 조선'의 '신앙'인 '수령 절대주의 사상,' 수령을 결사 옹위하는 '총 폭탄 정신,' '조선(김부자 정권)이 없는 지구는 필요 없다'는 핵 대결 사상, 그리고 그 결과로 생기는 폐쇄와 빈궁, 기아와 3대 세습은 과연 우리 민족의 시조 단군이 원했던 것일까요?
0:00 / 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