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남협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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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은어와 유머를 통해 북한사회를 이해하는 '김광진의 대동강 이야기',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 김광진씨가 전해드립니다.

북한에서는 한 때 이런 말이 유행이었습니다. '남남협조'와 '뿔럭(불럭)불가담운동.' 특히 외교가에서 말이죠.

'남남협조'는 남쪽에 위치한 나라들끼리 서로 협조하고 도와 잘사는 세상을 만들자는 취지입니다. 즉 3세계, 발전도상나라들끼리 뭉치자는 얘기죠.

이상하리만치 선진국들, 발전된 나라들은 대부분 북쪽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영국, 캐나다, 미국이 그렇고, 덴마크, 스웨덴, 핀란드, 노르웨이, 프랑스, 독일이 그렇죠. '뿔럭불가담운동'은 냉전시대 때 슈퍼파워들인 소련과 미국을 위시한 동․서 동맹에 참가하지 않기 위한 운동입니다. 그 어떤 불럭도 거부하고 제3의 길을 간다는 취지죠. 미국은 제국주의가 돼서 싫고, 소련이나 중국은 대국주의, 패권주의를 추구하기 때문에 싫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북한은 비록 구소련과 중국과 제일 가까운 우방국이었지만 정치에서 자주, 경제에서 자립, 국방에서의 자위를 표방하면서 '뿔럭불가담운동'과 '남남협조'의 선구자 역할을 자처했죠.

특히 아프리카에 많은 공을 들였는데요, 주체농법을 전수하는 대표단들을 대거 파견했고, 의료, 대통령궁건설, 대통령경호, 태권도 등 가능한 지원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트랙터도 많이 지원됐고, 우간다에서 정변이 발생했을 때는 군사대표단도 파견했습니다. 그리고 어느 한 나라에서는 정변이 일어나 정권이 뒤집히자 대통령이 개인적으로 자기 가족을 김일성에게 맡기기도 했죠.

그런데 지금은 사정이 너무도 많이 달라졌습니다. 왜냐면 북한 최고의 최고 존엄의 상인 '국제김일성상'을 우간다 대통령이 1년이나 수상을 거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북한은 1993년에 이상을 제정했죠. 북한의 지도자를 세계적인 영수, 지도자로 부각시키기 위해서 말입니다.

지금까지 단 2명이 수상했는데요, 김일성의 각별한 벗이었던 캄보디아 노로돔 시아누크 국왕과 나미비아의 샘누조마 대통령입니다.

지난 해 10월 북한은 세 번째 수상자로 아프리카에서 독자적인 개발로 나라의 평화와 번영을 이뤘다는 명목으로 우간다의 요웨리 무세베니 대통령을 선정했습니다. 우간다 외무성도 이 사실을 알렸는데요, 그런데 그 뒤 1년 동안 수상소식이 전혀 전해지지 않고 있습니다. 알려진 바로는 선정 한 달 만인 지난 해 11월 수상을 거부한다는 의사를 북한 당국에 통보했다 네요.

이와 관련해 튀니지의 아랍어 일간지인 알마그레브지(Al Maghreb)는 명경철 주 우간다 북한대사가 계속해서 수상을 독려하고 있지만 우간다 대통령 측이 거부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특히, 명대사는 우간다 외교부에 '국제김일성상이 별로 중요하지 않고, 가치가 없는 것이니 부담을 갖지 말고 받도록 해 달라'고 수차례 구걸하다시피 하면서 설득을 시도했다고 폭로했습니다.

아프리카의 한 영문 일간지는 지난해 이 상을 가리켜 '수상하지 않는 게 더 나은 상,' 'A prize better not to win'이라고도 평가했다 네요.

10월 10일 평양에서 있은 당 창건 70주년 열병식 행사에서도 이와 같은 현상이 뚜렷했던 것 같습니다. 옛날 같으면 외국수반들이 적어도 몇 명은 있었을 텐데 단 한 명도 가지 않았으니 세상은 정말 많이 변했고, 또 앞으로도 변하겠죠? '대동강 이야기'의 김광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