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은어와 유머를 통해 북한사회를 이해하는 '김광진의 대동강 이야기,'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선임연구원 김광진씨가 전해드립니다.
친애하는 북한의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가을걷이를 적기에 와닥닥 끝내자!'라는 당의 구호아래 추수전투에서 연일 혁신적 성과를 거두고 계시리라 믿습니다. 올해는 풍년이 예고되고 있는 가운데, 북한주민들의 식량사정도 좀 나아지리라 기대합니다.
지난 13일 일본 '산케이'신문에 따르면 얼마 전 북한이 결정했던 해외공관원 자녀들에 대한 귀국명령을 김정은이 철회했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과거에 여러 번 반복됐던 것과 마찬가지로 북한은 얼마 전 해외대사관과 무역기업 근무자를 대상으로 가족 당 '자녀는 1명을 남기고 9월 중에 귀한'시키라는 지시를 내렸었죠.
원인은 최근 중국에서 대학유학 중에 있다가 라오스를 통해 한국으로 탈출한 한 간부의 딸 때문으로 알려졌습니다. 일부에서는 평양시 보안국장 딸이라는 얘기도 있고, 김정은의 측근 김영춘의 손녀라는 소문도 있지만 어쨌든 북한이 이번에 갑자기 철수조치를 내린 것은 해외파견 자녀들 중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했던 것으로 보여 집니다.
그러나 김정은은 이 귀국 명령관련 보도가 나온 수일 후인 지난 9월말-10월초사이에 직접 이를 철회했고, '이미 귀국한 자녀는 자비로 다시 해외로 출국할 수 있다'는 통보도 내렸다는군요.
아마도 많은 대상자들이 반발했기 때문으로 알려지고 있는데요, 외부에서는 북한독재자가 자기의 결심을 번복한 사실에 대해 극히 이례적인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어떤 일이든 그 결과가 번복이 됐다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아마도 '도루메기'일겁니다.
도루메기일화는 우리 모두에게 잘 알려져 있죠. 임진왜란이 발발하자 조선 14대왕 선조는 피란을 가게 됩니다. 피란지에서 그는 한 어부가 잡은 '묵'이라는 물고기를 맛보게 되는데요, 이를 아주 맛있게 먹은 선조는 즉석에서 고기의 이름을 물었습니다.
어부가 '묵'이라고 대답하자 그는 이름이 좋지 않다고 하면서 '은어'라는 근사한 이름을 하사했습니다. 전쟁이 끝나고 환궁한 그는 피란지에서 맛보았던 '은어'가 생각나 다시 그 고기를 찾습니다.
그런데 옛날의 감칠맛을 다시 느낄 수 없어 선조는 '에이 도로(다시) 묵이라고 불러라'고해 그때부터 '도루묵'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갖게 됐다죠.
이후 사람들은 원래 자기 위치로 되돌아가는 현상을 '도루메기', '말짱 도루묵'이라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북한영화 '유격대 오형제'인가요, 거기서도 유사한 대사가 나오죠.
미국명 아메리카와 캐나다 이름 유래와 관련된 유머인데요, 옛날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하고 우리나라 왕을 찾아와 이름을 뭐라고 지을 가요하고 물으니 귀찮은 왕이 '아무렇게나 지어라'라고 하였고 이를 잘 못 들은 그는 '아메리카'라고 지었다죠.
또 캐나다는 '가나다 순으로 지어라'라고해서 '캐나다'가 됐다죠. 한글에 대한 우수성을 얘기하면서 지어낸 옛말입니다.
북한에서는 사실 도루메기현상이 많이 있죠. 외부에서 극히 이례적이라고 보는 최고지도부의 결정번복도 자주 있는 현상입니다. 개성공단을 닫았다 열었다, 기관들에게 무역 와크(허가)를 줬다 뺐었다, 요즘은 군 장성들의 별을 자주 뗐다 붙였다 하더라고요.
소학교를 인민학교로 했다 다시 소학교로, 컴퓨터를 전자계산기로 불렀다 다시 컴퓨터로, 무역성에 있던 무역회사들을 중앙기관에 분산시켰다가 다시 무역성으로, '심화조 사건'에서처럼 일부 간부들을 충신으로 만들었다 간신으로, 다시 충신으로 만들었죠.
애국열사릉에 있던 묘들도 파헤쳐 부관참시 했다가 다시 릉에 안치하는 정말 이상한 도루메기 현상이 많이 있습니다. 다 '장군님'의 방침, 지시로 이뤄지는 것들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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