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은어와 유머를 통해 북한사회를 이해하는 '김광진의 대동강 이야기,'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선임연구원 김광진씨가 전해드립니다.
친애하는 북한의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날씨가 점점 쌀쌀해지네요. 일교차가 커 특별히 감기 조심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북한에서는 신입 병사들의 신병기간을 모살이기간이라고 하죠. 벼 모나 강냉이 영양단지 모처럼 애지중지해 잘 다뤄야지 자칫하면 망칠 수 있다는 얘기일겁니다. 병사들이 나이도 어리고 신체도 체소해 모살이와 같이 신병기간을 극복하기가 대단히 어렵다는 뜻도 있겠죠.
얼마 전 17살 난 북한군 병사가 모살이 기간을 넘기지 못하고 남쪽으로 귀순했습니다. 상관인 분대장, 소대장 2명을 자동보총으로 사살까지 하고 넘어왔습니다. 귀순 동기는 개성공단을 통해 남북한 격차를 알게 된 이후 북한에 희망이 없다고 생각해 넘어온 것으로 밝혀졌고요.
상관 사살동기에 대해선 아직 조사 중이지만 구타나 학대, 생명의 위협 등이 있지 않았나 생각되네요.
이 사건이 있기 며칠 전에는 또 다른 북한군 병사가 동부전선 3중 철조망을 넘어 귀순했는데요, 귀순 의사를 밝히기 위해 여기저기 초소들을 다니며 노크해 '노크 귀순'이라고 불리고 있습니다.
3중 철조망을 12분 만에 타고 넘은 것도 모르고, 귀순의사를 밝히기 위해 초소들을 이곳저곳 다닌 것도 발견하지 못한 탓에 이곳 휴전선 동쪽 끝의 험한 지형에 대한 경계를 맡은 육군 22사단은 지금 곤욕을 치르고 있습니다.
과거에도 이곳을 통해 북한 민간인 7명, 군인 1명이 귀순했고 2009년엔 남측 민간인 1명이 철책을 끊고 월북하기도 했다네요. 2010년 이후 육군의 경계소홀로 인한 징계 20건 중 무려 16건이 22사단 몫이라고 합니다. 군 기강이 정말 해이 됐던지, 아니면 경계지형이 대단히 어렵던지 둘 중의 하나겠네요.
이 병사의 귀순동기도 참 기가 찹니다. 배가 고파 부대의 음식을 훔쳐 먹다 들켜 상관과 싸운 후 보복이 두려워 새벽 경계근무 중 탈영해 군사분계선을 넘었다네요.
이에 대한 책임을 물었는지 리영호 총참모장자리에 새로 임명된 현영철 차수는 강등되어 대장별을 달고 나타났습니다. 앞으로 더 자주 이런 일이 발생하겠으니 군 장성들의 견장과 어께에 바람 잦을 날 없을 것 같네요.
남한과의 인접지역, 군사분계선에 배치하는 병사들은 가장 견실하고 핵심적인 사람들로 특별히 선발하고, 공급이나 대우도 나름대로 배려해 잘 해주고 있는데 이런 사건이 발생한 것은 북한군 내부에 대단히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보여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특히 민경초소에 근무하는 사람들은 공산대학 졸업증도 주고, 입당은 물론 대학추천도 다 해주죠. 담배는 고급담배 또는 '사슴'을 공급해 준 것으로 알고 있고요. 식량도 다른데 는 다 굶어도 여기만은 1일 정량 800g을 어김없이 보장했을 겁니다.
그런데 다른 부대도 아닌 최전방 부대들에서 연이어 탈영, 귀순사건들이 발생했느니 문제가 있어도 단단히 있는 것 같고, 후방부대들은 또 얼마나 군기가 빠졌을까 짐작이 가네요.
17세면 북한이 가장 어려웠던 고난의 행군시기에 태어난 고난의 행군세대입니다. 아마도 어렵게 크고 자라 사상 정신적으로 북한체제에 대한 비판적 사고가 깊게 자리 잡았을 겁니다.
음식을 훔쳐 먹다 귀순한 병사도 같죠. 그도 90년대 출신일겁니다. 이제 좀 있으면 고난의 행군 세대가 북한을 이끌고 가야 할 텐데 이들의 당에 대한 충성도, 북한사회에 대한 지지도가 이 정도면 3대 세습으로 나라를 지탱해야 하는 북한 지도부의 고민도 엄청 크지 않을까 생각되네요.
이미 북한군은 '공산 군,' '마흐노 부대'로 자기 인민들로부터도 야유를 받고 있느니 수령의 군대, 당의 군대, 인민의 군대로서의 역할을 잘 수행하기는 코집이 틀렸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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