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은어와 유머를 통해 북한사회를 이해하는 '김광진의 대동강 이야기,'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 김광진씨가 전해드립니다.
얼마 전 북한에서는 노동당 전원회의를 열어 당 간부들을 대폭 물갈이 했죠. 가장 눈에 띄는 인사는 최룡해와 김여정인데요, 이번 인사로 최룡해는 2위로 서열이 껑충 뛰었습니다. 당 부장직함도 받았고 당 중앙군사위에도 이름을 올렸죠.
박봉주총리,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보다 서열이 앞서려면 당 조직지도부장직을 차지했다는 평가가 있는데 앞으로 더 확인이 필요하겠지만 그럴 가능성이 매우 높고 결국 김정은은 아버지 김정일시대 공석이었던 국가안전보위부장, 당 조직지도부장 자리에 측근들을 앉히는 대담한 시도를 또 한 번 하게 됐습니다.
김정은 여동생 김여정은 당 정치국 후보위원에 이름을 올렸죠. 김정은 유고시를 예상해 후계체제를 구축했다는 보도도 있습니다만, 결국 믿을 것은 혈육 밖에 없고 그것도 어린 여동생에 많이 의존해야 한다는 사정을 보면 결코 김정은체제의 내구성도 그렇게 썩 강해 보이지 않기도 합니다.
사실 선전선동부 부부장 직함으로 지금까지 정치국에 이름을 올린 적이 없고 1부부장으로서는 유일하게 조연준 조직지도부 1부부장이 정치국 후보위원으로 활약한 것을 보면 이번에 김여정이 조연준을 대신해 조직지도부 1부부장 직함을 차지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물론 선전부 1부부장으로 승진하고 백두혈통이기 때문에 특별대우를 받았을 수도 있지만요.
정경택은 상장으로서 정치국 후보위원, 당 중앙 군사위 위원으로 진입해 국가안전보위성을 책임졌다는 정황은 충분합니다. 그러나 전임자인 김원홍이 대장이었고 정치국 위원이었기 때문에 국가안전보위성이 처벌을 받아 위상이 낮아졌거나 또는 정경택이 1부상직책으로 상이 공석상태에서 활동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외에 신룡만이 당 부장 직을 맡았는데 아마도 그가 부실장으로 있던 39호실이 38호실과 통합해 부로 승격되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정찰총국장으로는 장길성이 임명되었는데요, 그도 상장이라서 김영철 때보다 위상이 그리 높아 보이지 않습니다. 또한 이번 인사로 대남사업을 관장하는 김영철 당 부위원장의 서열이 맨 뒤로 밀렸는데, 이것은 북한이 대남 유화책에 당장은 관심이 없거나 기대를 크게 하지 않는 것을 방증한다고 봐야겠죠. 김정일은 김양건을 매우 중용했습니다.
핵미사일 개발을 책임진 당 군수공업부 간부들의 약진도 두드러집니다. 리병철이 제1부부장 신분으로 당 중앙 군사위 위원에 올랐고, 또 홍영칠 부부장은 당 중앙위 위원에, 유진부부장도 후보위원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그야말로 파격적인 대우이죠. 북한이 이렇게 당, 국가 주요 권력기구들의 수장들을 많이 바꾸었다고 이것이 북한을 위기에서 구원해 줄까요?
여기에 사회주의 국가였던 유고슬라비아의 재미있는 유머가 있습니다. '유고슬라비아의 최고경제회의 위원장이 심각하게 말했다.
우리가 어떻게 하면 자본주의 국가들을 앞지를 수 있을까요?
한 위원이 조심스럽게 의견을 내놓았다. 문제는 간단합니다. 우리는 자본주의 국가에 대한 수출을 증대시켜야만 합니다. 그러나 농산물이나 공업제품을 수출해서는 안 됩니다. 우리나라의 경영자들을 수출하면 자본주의 국가들은 저절로 주저앉고 말 것입니다.'
북한에서 간부들을 바꿀 것이 아니라 외부로 수출해야 하고, 또 우선 정책을 바꾸어야 어떤 변화를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요?
'대동강 이야기'의 김광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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