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유일의 ‘세금 없는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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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은어와 유머를 통해 북한사회를 이해하는 '김광진의 대동강 이야기',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 김광진씨가 전해드립니다.

언젠가 조선중앙TV를 보는데 이런 대사가 나오더군요. '양금, 가야금, 해금 이야기는 들어봐도 세금얘기는 못 들어봤다.'

평양에 초청한 해외동포에게 가족들이 북한에 대해 깜깜 이인 그에게 사회주의 우월성을 해설해주는 대목의, 북한판 개그콘서트의 한 장면입니다.

북한은 세계유일의 세금 없는 나라, 무상교육에 무상치료를 실현한 나라로 그 이름도 자랑 높죠. 그러나 사실 따져보면 모두 기만적입니다.

1980년대 초반 북한은 동구권 사회주의 나라들에 많은 유학생들을 파견하였습니다. 김일성의 동유럽 방문을 계기로 '대담하게 이제는 학생들을 파견해 공부시켜야겠다, 동유럽은 경제적으로 북한보다 훨씬 더 큰 발전을 이루었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항간에서는 이런 말도 돌았죠. 불가리아를 비롯해 동구권사회주의나라들은 자본주의 노란 물에 들 것을 우려하면서도 많은 유학생들을 파견하였는데 일시적으로 일부가 이탈해도 결국은 대부분이 자기 조국으로 돌아와 과학과 경제발전에 이바지 했다는 거죠. 그래서 북한지도부도 좀 손해를 감수하면서 많이 파견하기로 결심했다는 겁니다.

그러나 우려는 현실에서 더 심각하게 나타났습니다. 다른 형제국가 나라들에서도 유학생들을 파견했는데요, 이들과 함께 공부하면서 공동세미나나 토론이 많이 열렸습니다.

북한학생들은 평양에서 배운 대로 '우리나라에는 세금도 없고, 교육도 무료, 치료도 무료제도'라고 자랑을 한껏 늘어놨죠. 이에 더해 '수령님과 장군님께서는 중요한 명절 때마다 온 나라 학생들에게 사랑의 교복과 선물을 주신다'고 자랑했습니다.

동구권 유학생들의 질문은 이랬죠. 당신네 나라 대통령의 월급이 얼마냐? 얼마나 많은 돈을 받기에 전체 학생들에게 선물을 주냐? 당신들은 세금을 하나도 내지 않는다고 하는데 국가는 그럼 무슨 재원으로 운영돼나? 무상치료, 무상교육에 투자되는 예산은 국민들이 창조한 것이 아닌가?

이러한 논쟁과정에 북한 유학생들은 많은 것들을 깨닫게 됐답니다. 아 결국 당의 선물이라는 것이 인민들이 창조하고 만든 것이구나. 그리고 세금이 없다고 하지만 결국 국가는 예산에 필요한 자금을 미리 확보하고, 또는 세금을 모두 공제하고 월급을 주는구나 하고 말이죠.

요즘은 북한에도 사교육시장이 활성화돼 많은 사람들이 더 앞선 교육을 위해 돈을 내고 자식들을 공부시킨다죠.

한국인의 교육열은 남북을 막론하고 전 세계적으로 둘째라면 서러울 정도인 것 같습니다. 얼마 전에는 노벨상 발표시즌이라 각 나라 과학과 교육에 대한 세계적 관심도 고조됐었죠.

세계적으로 노벨상을 많이 받은 민족은 이스라엘입니다. 인구 800만의 작은 국가에서 13명의 수상자가 배출됐고, 미국 아이비리그 대학교수의 절반이상이 유대인이라네요.

이 힘의 배경에는 이스라엘 식 교육이 있다는데요, 일명 탈무드 교육이라고 주입식이 아니라 끝장을 볼 때까지 질문을 제기하고 토론하는 식의 강의와 교육이랍니다. 이는 기업문화에도 반영돼 일단 사업토론을 하면 사장이든 회장이든 계급에 상관없이 모든 사람들이 수평적, 창의적 토론을 한답니다.

'발은 자기 땅에 붙이고 눈은 세계를 보라'는 북한 지도부의 명언이 현실이 되려면 우선 이러한 창조교육이 안받침 돼야 하지 않을까요?

'대동강 이야기'의 김광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