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은어와 유머를 통해 북한사회를 이해하는 '김광진의 대동강 이야기,'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연구위원 김광진씨가 전해드립니다.
친애하는 북한의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요즘 남북관계가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김정은정권 들어 불확실성과 불안정성이 더욱 증폭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수령절대주의 국가인 북한의 경우 최고지도자의 사고와 행동스타일이 모든 정책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텐데 김정은의 최근 행보, 그리고 북과 남 사이에 주고받고 있는 총격전, 교전들은 상황을 더욱 불안정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40일 동안 발목부상으로 잠적해 있다 불쑥 나타난 김정은의 모습, 80대가 돼서야 지팡이를 짚고 다니던 할아버지 김일성에 비해 이제 겨우 30세 안팎인 김정은이 많은 노 간부들 앞에서 지팡이를 들고 건방지게 공개 활동을 한다거나, 또 이것을 스틸사진으로라도 공개해야 되는 속사정을 볼 때 김정은이 얼마나 다급하고 필요하면 아픈 몸을 끌고 이 정도의 쇼와 연출을 해야만 될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또 지금까지 안하던 짓도 많이 하고 있죠.
황병서를 포함해 북한실세 3인방을 갑자기 인천아시안게임에 보낸 행동, 자기 고모부 장성택을 잔인하게 공개 숙청한 사실, 부인 리설주를 팔짱 끼고 공개 장소에 나타난 행동, 병원과 극장에서까지 혼자 담배를 피우는 모습, 로드먼을 초청해 농구를 관람하는 행동, 요즘 동, 서, 서해를 오고 가며 대남 군사도발을 일삼고 위협하는 행동들을 보면 참 앞으로 김정은이 얼마나 더 지금까지 안하던 도발들, 행동들을 할지가 걱정이 됩니다.
북한의 유명영화에 이런 대사가 나오죠. '버선목이라고 뒤 짚어 보일수도 없고.' 영화와 이 대사가 하도 유명해 많은 사람들은 자기의 속생각을 아무리 표현해 보려고 해도 잘 되지 않을 때 이 말을 인용합니다.
서울에도 최근 뜨고 있는 광고인데, 이와 비슷한 말이 있죠. '참 좋은데, 정말 좋은데, 어떻게 표현할 방법이 없네.'입니다. 천호식품이라는 회사의 사장이 직접 나와 하는 광고입니다.
북한이 최근 하는 행태를 보면 영화대사를 연상시키는 것 같습니다. 남북고위급 2차 접촉을 앞두고 서해북방한계선에 경비함을 900m씩이나 침투시키고 경고사격과 교전 직전으로 몰아간 사실, 지금까지 원점타격까지 운운하며 대북삐라살포를 하지 말라고 위협하던 북한이 드디어 연천과 파주에서 고사총사격을 해댄 사실, 요 며칠 전에는 철원과 파주지역의 군사분계선 지점으로 군인들을 내보내 의도적으로 경고, 조준사격의 도발을 하고 유도한 사실, 이 모든 행동은 '자, 봐라, 우리의 선군정치로 남한의 경제번영, 평화와 안정이 보장되고 있다. 그러니 이번 고위급 2차 접촉 때 대북 선물을 한 보따리 가지고 나와라'라고 신호를 보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를 공개적으로 언급하거나 요구하면 남한여론 때문에 성사가 되기 어렵고, 또 북한의 체면도 많이 구길 것 같으니 여기저기서의 도발과 '집적거림'을 통해 자기의 버선목을 뒤집어 보이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북한은 많은 것을 착각, 오해하고 있죠. 북한식 표현을 빌면 '남한은 어제 날의 남한'이 아닙니다. 경제적인 덩치도 북한보다 38배나 큰 '대기업'이 됐죠. 앞으로 협박에 의한 갈취가 점점 더 통하지 않게 될 겁니다. 버선목을 통째로 뒤집어 보여줘도 말이죠.
'대동강 이야기'의 김광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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