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동강 이야기] 북한의 '모기장' vs 자본주의 '황색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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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은어와 유머를 통해 북한사회를 이해하는 '김광진의 대동강 이야기,'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선임연구원 김광진씨가 전해드립니다.

존경하는 북한의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최근 남한에 온 탈북인들이 새로 조직한 북한민주화추진연합회의 대북 삐라살포와 북한 서해전선사령부의 대치로 임진각에서는 긴장상태가 조성되었습니다.

서해전선사령부는 공개통고문을 통해 만일 북한의 최고 존엄을 건드리는 사소한 삐라살포 움직임이 포착되면 즉시 서부전선의 예고 없는 무자비한 군사적 타격이 실행될 것이며 주변주민들은 대피하라고까지 위협하였습니다.

김정은정권 출범이후 구체적인 첫 대남 군사위협이어서 더욱 주목받았습니다.

남한의 국방장관은 이에 대해 만일 그렇게 된다면 원점지역을 완전히 격멸시키겠다고 맞받아 쳤습니다.

서해전선사령부의 위협이 있기 전날 이명박 대통령은 남한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연평도를 찾아 군은 통일될 때까지 북방한계선을 목숨 걸고 지켜야 한다, 북한이 포격해 오면 천배, 백배 보복할 정신을 갖고 있으면 북한이 도발 못한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2달 남짓 남은 남한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남북 간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양상입니다.

북한은 정부나 군도 아닌 개인이나 민간단체가 진행하는 대북삐라 살포에 왜 그렇게도 민감하게, 과잉 반응하는 것일까요?

그것은 진실이 북한에 알려지는 것을 몹시 두려워하기 때문입니다.

김정일은 언젠가 보위부 간부들을 불러놓고 이런 말을 했습니다. 루마니아가 붕괴되고 차우세스쿠가 처형되었을 때였죠. '세상이 바뀌면 가장 먼저 단두대에 서야 할 사람들은 당신들이다. 그러니 혁명의 칼날, 계급투쟁의 칼날을 날카롭게 벼루라.'

또 이런 지시도 했습니다. '모기장을 든든히 치고 자본주의 황색바람이 들어오지 못하게 하라.'

외무성 간부들에게는 '북한 내부를 뿌연 안개에 쌓인 것처럼 하라'고 당부하기도 했습니다. 북한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 알지 못하게 하라는 의도죠.

대북전단에는 북한 김 씨 가문의 실상, 그들의 사치스런 호화생활, 난잡한 여자관계, 가족관계, 고영희의 출신성분 등 지도부와 관련된 예민한 내용들이 많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김정은 생모 고영희는 '평양 어머니'가 아니라 일본 오사카에서 태어난 '째포'출신이라는 것, 그의 아버지는 남조선 제주도 태생이라는 것, 김정은에게는 배다른 맏형 김정남이 있는데 그의 어머니는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유배생활 같은 삶을 살다가 죽었고, 그의 묘비에는 복잡한 가족사가 드러날까 두려워 성혜림이라는 이름 석 자도 새겨져 있지 않다는 것 등의 사실과 진실들을 담고 있죠.

얼마 전 보스니아에서 공부중인 김정남의 아들 김한솔의 인터뷰 내용이 알려졌습니다. 김정일 맏손자의 생각이죠.

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는 '외가에만 머물렀기 때문에 할아버지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이나 삼촌인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을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다.'

김정은이 어떻게 후계자가 됐느냐는 질문에 '잘 모르겠다. 아버지는 정치에 관심이 없었고 엄마는 평민 출신이었다. 할아버지와 삼촌 간의 일이기 때문에 삼촌이 어떻게 독재자(dictator)가 됐는지 모르겠다.'고 답했습니다.

이어 그는 '한국 친구들과 대화하면서 우리가 언어와 문화가 같고 비슷하다는 것을 알았다. 단지 정치적인 문제로 민족이 분단된 것,'이라며 '나도 언젠가 북한에 돌아가 주민들의 삶을 개선하는 꿈을 꾸곤 한다. 통일에 대한 꿈도 가지고 있다'고 포부를 밝히기도 했습니다.

김한솔 할아버지가 북한 주민들에게 강요한 모기장식 폐쇄! 이는 노동당 총비서 가정에는 해당돼지 않는가 보죠? 북한에서 그렇게 떠드는 가정혁명화도 말입니다.

과연 북한은 이런 식의 모기장으로, 그리고 대포로 진실의 '황색바람', 자유의 '황색바람'을 막을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