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은어와 유머를 통해 북한사회를 이해하는 '김광진의 대동강 이야기,'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연구위원 김광진씨가 전해드립니다.
'…모두가 살기 좋은 락원이라네, 사회주의는 우리거야, 사회주의는 우리거야, 우리당이 붉은기로 지키여주는, 사회주의는 우리거야, 사회주의는 우리거야.'
이 노래는 북한사람들이 자다가도 깨서 부르라면 부를 수 있는 유명한 노래입니다. 황숙경이 부르는 왕재산경음악단의 대표곡이죠. 사회주의와 북한 정권을 찬양하는 많고 많은 노래 중의 하나입니다.
그러나 요즘 북한인민들, 특히 간부들이 이 노래를 개사해 노동당과 북한의 사회주의를 조롱한다고 합니다.
'…모두가 살기 좋은 락원이라네, 사회주의는 너희 꺼야, 사회주의는 너희 꺼야, 우리당이 붉은기로 지키여주는 사회주의는 너희 꺼야, 사회주의는 너희 꺼야.' '우리'를 모두 '너희'로 고쳤다면 우리 당도 너희 당이 됐겠죠? '너희 당이 붉은기로 지키여주는, 사회주의는 너희 꺼야, 사회주의는 너희 꺼야.'
이뿐이 아닙니다.
'원쑤를 증오하라. 증오는 원쑤에게, 사랑은 내 조국에'라는 노래가사를 '증오는 본처에게, 사랑은 정부에게.'라고 바꿔 부른 다네요. 북한 간부들도 이제는 모두 정부를 끼고 사나 봅니다.
하긴 과거에는 간통이 큰 죄가 됐었는데 김정일 시대 들어 김정일 자신의 사생활이 난잡해지다나니 언젠가부터 당에서 크게 처벌하지 않기 시작했습니다. 속된말로 '부화질 한다.'고도 하죠. 교도소에서 '부화 죄'를 진 수감자들은 운동시간에 무조건 '부화 근절! 부화 근절!'을 합창하면서 마당을 뛰게 했죠.
이 '부화 질'이 지금은 보편화되고 김정은도 젊은 나이에 아마 여러 정부들을 거느리다 보니 '증오는 본처에게' 즉, 리설주에게, '사랑은 정부에게' 즉 현송월과 같은 자기 애인들에게 하라고 장려 하는가 봅니다.
또 있습니다.
'고마워, 고마워, 우리 당이 고마워, 우리당이 고마워'를 '고마워, 고마워, 너희 당이 고마워.'라고 한 다네요. 참 위트가 넘치고 기가 막힙니다.
이런 식으로 개사해서 부를 노래는 맨 천지인 것 같습니다. 북한에는 만담 극 '우리'도 있죠. '너, 너희, 나, 내 것'으로 만연해 있는 자본주의, 개인주의 사회와는 달리 북한의 사회주의는 모든 것이 '우리'로 통하는 집단주의 사회, 인민대중 중심의 사회라는 것을 찬양하고 강조하는 인기작품입니다. 그런데 여기 나오는 '우리'도 모두 '너희 것'으로 바꾸면 참 볼만하겠는데요.
사실 북한인민들의 유머, 조롱은 어제, 오늘에 시작된 것이 아닙니다. 90년대 고난의 행군시기에는 각 지역 사투리를 흉내 내는 만담이 유행이었죠. 평안도 말씨를 흉내 내는 청년동맹 소속 만담배우의 대사 속에도 그럴듯한 조롱도 있었습니다.
북한의 5대혁명가극 '당의 참된 딸'을 '당의 딸인지, 참된 딸인지, 국가 딸인지'라고 비웃었습니다. 물론 끝낼 때는 어김없이 당과 수령을 찬양하는 '해피엔딩'으로 끝냈지만요. 하긴 꽃제비들도 빌어먹기 위해 기차 빵통을 전전긍긍하며 노래를 팔면서도 가사는 꼭 당의 은덕, 은혜를 찬양하더군요. 아마도 당시 자신들의 처지를 당의 은혜로 대치시켜 비판하고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차이는 과거에는 시골할머니 말투를 흉내 내면서 에둘러 비판했다면 지금은 이것이 더욱 대담해지고 직선적이라는 것이죠.
앞으로 김정은의 공포정치가 지속되고 인민들의 삶이 더 피폐해 질수록 희화와 풍자를 통한 대중의 저항은 더 확대될 것으로 보여 집니다. '우리식 사회주의'가 인제는 '너희 식 사회주의'가 됐는데 과연 이 사회주의가 잘 지켜질까요?
'대동강 이야기'의 김광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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