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동강 이야기] 노루 부러진 다리?

0:00 / 0:00

북한의 은어와 유머를 통해 북한사회를 이해하는 '김광진의 대동강 이야기,'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선임연구원 김광진씨가 전해드립니다.

'다리 부러진 노루가 한 곳에 모인다.'라는 말이 있죠. 처지와 이해관계가 공통적인 사람이나 단체들이 모여 같이 무엇을 도모한다는 뜻입니다. 다리가 부러졌으니 어딘가 좀 부족하다는 나쁜 의미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장난기 많은 일부사람들은 이를 일부러 '노루 부러진 다리가 한 곳에 모였다.'고 거꾸로 말하기도 합니다. 유머를 가미한 것이죠.

지난 10월 28일 북한은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시리아와 '관광 협조에 관한 협정' 등 다양한 협정과 양해 문을 조인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전했습니다.

양측이 조인한 협약과 양해 문에는 '보건 및 의학과학 분야 협조에 관한 협정,' '과학기술 협조에 관한 협정,' '농업분야에서의 협조와 교류에 관한 양해 문'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조인식에는 북한 측에서 리룡남 무역상, 최창식 보건상, 김도준 국가관광총국 총국장, 최수헌 시리아 주재 북한대사, 시리아 측에서는 아미르 후쓰니 루트피 경제상업장관을 단장으로 하는 시리아 정부 경제대표단 관계자와 수헤일 하이다르 주북 시리아 임시대리대사가 각각 참석했고요.

이는 북한과 시리아 사이의 경제공동위원회 제6차 회의 결과물이라고 합니다.

외부에서는 이번 합의에 매우 의아해 하고 있습니다. '난장판' 시리아와 관광, 보건, 환경보호 협정을 체결했다는 거죠.

다 아시다시피 지금 시리아는 거의 2년째 내전상태에 있습니다. 반정부군이 무장으로 아사드정부에 저항하고 있고, 당국은 탱크와 비행기, 박격포, 저격수들을 동원해 이들을 유혈진압하고 있습니다. 벌써 수천 명의 희생자가 발생했죠.

유엔안보리를 비롯해 국제사회는 시리아당국의 민간인 대량학살을 강력히 규탄하고 있으며, 적극적 대응에 소극적이던 러시아와 중국도 인제는 반군과 연계를 맺고 추후 관계발전을 타진하고 있습니다.

시리아에서의 내전은 '재스민 혁명'으로 불리는 튀니지에서의 시민혁명, 이집트, 리비아에서의 혁명과 독재종식에 영향을 받아 중동혁명의 마지막 단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지역혁명의 일환입니다.

다 스러져가는 독재정권, 자기 국민들을 무차별적으로 학살하는 잔인한 정권과 관광협정, 환경협정을 체결한다는 것이 외부에서는 참으로 기이하게 보이는 것 같습니다.

북한의 전통적인 '형제'들은 지금 하나 둘씩 떨어져나가고 있습니다. 미얀마에서도 민주화가 진행되고 있고, 야당인사 아웅 산 수지는 노벨평화상을 받고 자유롭게 정치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미국 오바마대통령이 임기 2기 첫 방문지로 이 나라를 택했고 곧 방문한다고 합니다.

북한과 친하게 지내던 리비아의 가다피는 봉기군에 의해 처참히 살상되었습니다. 이집트의 무바라크는 재판을 받았고요.

또 기이한 현상은 세계적으로 가장 높은 속도로 발전하고 있고 역동적인 동아시아경제의 한 복판에 있는 북한이 이의 수혜를 전혀 받고 있지 않다는 사실입니다.

중국은 이미 일본의 경제력을 추월하였습니다. 그리고 G2 즉, 과거의 러시아, 미국과 같은 슈퍼파워의 지위로 다가가고 있습니다.

남한은 세계에서 7번째로 소득 2만 달러, 인구 5천만 대열에 진입했습니다. 먼저 이를 달성한 나라들은 일본, 미국,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 영국뿐이죠. 모두 선진국들입니다.

일본은 한동안 잃어버린 10년이라는 저성장의 늪에 빠져있긴 하지만 세계 3위의 경제대국입니다.

이렇듯 역동적이고 강력한 경제지역에서 북한만 소외되고 있고, 시리아와 같은 세계적인 기피국가, 다 무너져 가는 세습독재국가와 협정체결에 몰두하고 있으니 '발은 자기 땅에 붙이고 눈은 세계를 보라'는 당의 방침이 제대로 관철되지 않고 있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