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은어와 유머를 통해 북한사회를 이해하는 '김광진의 대동강 이야기,'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선임연구원 김광진씨가 전해드립니다.
친애하는 북한의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날씨가 몹시 쌀쌀해졌습니다. 서울 북한산에는 깜짝 눈도 왔는데요, 아마도 양강도나 백두산지구, 함경도에는 눈이 내린지 오랬을 겁니다. '반년 식량'이라고도 하는 김장전투도 모두 끝났겠죠. 아무쪼록 엄혹한 겨울을 큰 탈이 없이 나시길 바랍니다.
얼마 전 평양에 몽골대통령이 다녀갔죠. 김정은집권 이후 처음으로 되는 외국수반의 방문입니다. 체류기간 김영남위원장과 총리, 최고인민회의 의장을 모두 만났죠. 그러나 김정은은 만나지 못하고 돌아갔습니다.
사실 외부의 상식으로는 외국수반이 해당나라 최고 권력자를 만나지 못하는 것은 큰 외교적 결례입니다. 그것도 집권 후 첫 외국수반이 방문했다면 의미가 훨씬 더 크죠.
그래서인지 몽골대통령은 방문 마지막 날 김일성종합대학 교직원 앞에서 한 강연에서 작심하고 북한을 비판하는 발언들을 쏟아냈습니다. 북한은 조선중앙TV를 통해 강연소식은 알렸지만 그가 무슨 말을 했는지는 소개하지 않았죠. 그 내용이 지금 몽골대통령 실에 공개돼 외부에서 큰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그의 발언내용을 요약하면 '폭정은 영원할 수 없다'와 자유와 인권, 열린사회입니다.
'어떤 폭정도 영원히 지속할 수 없다. 자유롭게 사는 것은 인간의 욕구이며, 이는 영원한 힘'이다. 그가 한 발언입니다. 그것도 북한의 심장부 김일성종합대학에서 말입니다.
그는 연설의 상당부분을 이와 관련해 할애하면서 또 이렇게 이어갔습니다.
'몽골은 인권과 자유, 법치주의를 존중하고, 개방정책을 추구하는 나라'이다. '몽골은 표현의 자유와 집회의 자유, 자신의 선택에 의해 살 권리 등 기본적인 인권을 소중히 한다.'
'나는 자유의 힘을 믿는다. 자유는 모든 인간에게 주어진 자산'이다. '자유는 모든 사람이 자신을 발전시킬 기회와 가능성을 발견하고 실현할 수 있게 해 주고, 사회를 진보와 번영으로 이끈다.'
'우리는 창문을 닫지 않고 실수와 교훈을 모두 공개한다. 자유는 누구나 실수를 할 수 있고, 실수로부터 배울 수 있는 시스템이다. 자유롭고 열린사회로 가는 길은 그 자체가 배움의 과정'이라고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타인의 선택에 의해 사는 삶이 달콤할지라도, 쓰지만 스스로 자신의 삶을 선택하며 사는 게 낫다'는 몽골 속담도 소개했습니다.
또한 몽골은 이런 기조로 1990년에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정치와 경제개혁을 단행해 국내총생산(GDP)의 10퍼센트 미만이었던 민간 부문의 지분을 20여년이 지난 현재 80퍼센트 이상으로 끌어올렸다고 했습니다.
제가 평양에 있을 때 노동당 작전부의 한 사람이 북한에 앞으로 가장 큰 위협으로 될 수 있는 나라가 몽골이라고 했습니다. 그땐 사실 이게 무슨 말 인가고 의문을 가졌었습니다만, 사실 외국수반이 북한의 심장부에서 폭정을 거론하고, 자유와 인권의 위대함을 공개적으로 얘기한 사람은 몽골대통령이 유일하고 처음입니다.
북한에는 또 이런 유명한 말이 있죠. '세상에 부럼 없어라,' '고난의 행군을 낙원의 행군으로!' '고난의 천리가 가면 낙원의 만 리가 온다.'
몽골대통령의 조언대로 한다면 북한에 낙원의 만 리가 멀지않은 것 같습니다.
'대동강 이야기'의 김광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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