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은어와 유머를 통해 북한사회를 이해하는 '김광진의 대동강 이야기,'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선임연구원 김광진씨가 전해드립니다.
북한에는 불후의 고전적 명작이라고 하는 혁명가극, 혁명연극들이 몇 편 있습니다. 그 중 하나가 혁명가극 '당의 참된 딸'입니다.
당과 국가가 가능한 모든 자원을 투입해 만든 작품이라선지 정말 대작들입니다. 그리고 사람들에게 많은 감동도 주었습니다.
여기서 나오는 각종 노래, 장면들은 오락회, 유희, 유머와 대화의 소재로 자주 쓰이기도 합니다.
'이러지들 마세요, 참어주세요. 후송임무 맡은 나는 어찌하나요. 싸워도 같이 싸우고, 가도 함께 가자요. 함께 가자요.'
맥아더 장군의 인천상륙작전으로 불의에 일사후퇴를 강행하는 부상자들이 적들과 죽을 때까지 싸우겠다고 우길 때 '당의 참된 딸' 주인공 강연옥 간호원이 절절히 말리는 노래 내용입니다.
연극에 나오는 '당원들은 이쪽으로 모이시오,'라는 대화도 통하는 사람들끼리 따로 모인다는 의미로, 유머로 널리 쓰이기도 했습니다.
'심산 속에 꽃이 피는 백도라질세. 약초로도 좋지만 먹기도 좋아. 산삼이 되려다가 못 되었지만 촌수로 따지면 은 8촌은 되리.' 이는 어려움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전사들의 혁명적 낭만주의를 표현했다는 노래입니다.
주제가 중에서 불후의 고전적 명작의 칭호를 받은 것도 있습니다. '어디에 계십니까, 그리운 장군님'인데요, 장병들이 북두칠성을 바라보면서, 오로지 장군님을 믿고 그리면서 적후에서 어려운 후퇴시기를 이겨냈다는 내용입니다.
'북두칠성 저 멀리 별은 밝은데, 아버지 장군님은 어데 계실까. 창문가에 불 밝은 최고사령부, 장군님 계신 곳은 그 어데 일가.'
고난의 행군이 시작되면서 이 노래는 노동당이 장려하는 최고의 노래로 선정되었습니다. 그리고 전당, 전군, 전민이 부르게 했죠. 6.25전쟁의 가장 어려웠던 후퇴시기를 회고하면서 굶주림의 어려움, 고난을 극복해 나가자는 취지였습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이 노래는 북한 지도부를 풍자하고 비꼬는 대상이 되었습니다. 수십, 수백만이 굶어 죽어 가는데 그리운 장군님은 어데서 뭐 하는가, 어디에 계신가라는 취지였죠.
'당의 참된 딸'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재치 있는 개인들이 자작한 북한식 개그의 풍자대상으로 등장하기 시작했는데요, 평안도 사투리로 사람들을 웃기기 위해 만든 한 작품에는 평양에 사는 딸을 찾아 온 촌 어머니의 평양방문기, 특히 연극 '당의 참된 딸'공연을 관람하는 장면도 묘사되었습니다.
평양대극장에 당의 딸인지, 참된 딸인지 구경하러 갔다는 것, 공연시작기전 불이 바로 꺼지지 않고 서서히 꺼지더라는 것, 안내원의 설명이 당에서 인민들의 눈을 보호하기 위해 이런 조치를 취했다는 것 등등의 내용입니다.
평생 이런 개그를 한 번도 접하지 못한 북한사람들은 배를 그러잡고 웃었습니다. 그리고 농촌동원이나 노농적위대 훈련할 때는 오락회의 고정메뉴로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최근 북한에서는 제4차 전국 어머니대회가 성대히 열렸습니다. 11월 16일을 어머니날로 정한 뒤 조직된 것이죠.
김기남 당 비서는 개막식 축하연설에서 어머니들은 아들, 딸을 더 많이 낳아 훌륭히 키워 총을 잡으면 일당백 용사가 되고, 붓을 쥐면 세계적인 인재가 되는 강성 조선의 기둥감들이 숲을 이루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네요.
근데 어쩌죠. 아들을 낳아 키우면 군에 나가 10년 넘게 만기복무하면서 모두 영양실조에 걸리고, 어머니들은 발을 동동 구르고, 딸을 낳으면 이런 제대군인들에게 시집보내야 하니.
당의 딸인지, 참된 딸인지도 잘 먹고 잘 살 수 있어야 많이 낳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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