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감시를 하는 건지, 받는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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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은어와 유머를 통해 북한사회를 이해하는 '김광진의 대동강 이야기,'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연구위원 김광진씨가 전해드립니다.

북한에는 '보이지 않는 요새'라는 유명영화가 있죠. 여기에 나오는 부정인물 '택간이'는 이후로 인기 있는 배우가 됐고, 또 영화의 많은 대사들이 사람들의 유머와 농담의 소재가 됐습니다.

'내가 감시를 하는 건지, 감시를 받는 건지?'라는 '택간이'의 대사는 주객이 전도된 상황을 표현하는 유머로 쓰입니다. 요즘 북한관련해서도 많은 이슈들이 국제사회에 회자되고 있는데요, 이것들 역시 요지경인 것들이 많아 보입니다.

우선 지난 22일 유엔총회 제3위원회에서는 북한인권 관련 결의안을 채택했습니다. 그런데 북한은 국제사회가 대결을 선택했다느니, 핵 실험을 더는 참을 수 없게 한다느니, 핵전쟁이 일어나면 청와대가 안전치 못할 것이라느니 하면서 이에 반발하고 있습니다.

이번 결의안은 사상 유례가 없이 강경한 것인데요, 북한에서 조직적이고 광범위하게 인권이 침해되고 있음을 확인하면서 최고지도부를 포함해 책임 있는 자들을 국제형사재판소에 회부하도록 유엔안보리에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111개국이 찬성하고 중국, 러시아를 포함해 19개국이 반대, 기권 55개국의 결과가 나왔습니다. 실지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가 반대표를 던져 이 안건이 유엔안보리에 회부가 될지, 그리고 김정은이 국제형사재판소에 회부가 될지는 미지수입니다.

그러나 의미 있는 것은 국제사회가 이번에 북한지도부를 반인도적 범죄 집단으로 낙인찍은 것이며, 북한의 처참한 인권상황에 대해 다수가 확인했다는 것입니다.

또한 지금 새롭게 부각되고 있는 인간안보개념, 보호책임의무의 개념에 따라 북한에서 대량학살 등 인권상황이 심각하게 부각될 경우 국제사회가 개입할 수 있는 공감대와 근거를 마련한 획기적인 사변으로 의미가 있습니다.

이러한 새로운 인간안보, 정부의 보호책임의무 개념이 가장 최근에 적용된 사례가 리비아사태인데요, 가다피가 반군과 지역인민들을 반대해 비행기까지 동원해 살상을 시작하자 유엔안보리를 포함해 국제사회는 군사적으로 개입하였으며, 결국 가다피는 도망 다니다가 군중에게 잡혀 엉덩이에 나무 꼬챙이가 박혀 비참한 죽음을 맞았습니다.

이 결의안이 채택되는 날 절묘하게도 서울에서는 북한을 방문해 노동당 창건일에 산원에서 해산한 경험이 있는 황선씨를 포함해 여러 명이 평양의 인권상황에는 큰 문제가 없다는 취지의 토크 콘서트를 해 큰 파장을 낳았습니다.

'북한에 3쌍둥이를 잘 키워주는 세심한 제도도 있더라, 아기를 6kg까지 나라에서 키워준다, 산전산후 휴가가 150일이다'는 등의 발언을 했습니다.

러시아를 방문한 최룡해는 외무장관과의 회담에 1시간 넘게 지각했고, 북한인민들은 굶주리고 있는데 손목에 오메가 금시계를 차고 나와 중국을 포함한 외신의 비난을 받기도 했죠.

뭔가 긍정과 부정, 진실과 거짓이 뒤바뀐 것 같고, 주관과 객관이 혼란스럽게 뒤엉킨 것 같아 보입니다.

영화 '보이지 않는 요새'에 나오는 것처럼 '택간이'가 감시를 하는 건지, 아니면 받는 건지 헷갈리는 상황이 21세기 대명천지에서도 나타나면 안 되겠죠?

'대동강 이야기'의 김광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