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은어와 유머를 통해 북한사회를 이해하는 ‘김광진의 대동강 이야기,’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선임연구원 김광진씨가 전해드립니다.
친애하는 북한의 청취자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날씨가 추워지면서 겨울분위기가 물씬 풍기네요. 오늘도 추운 날씨 속에서 김장전투도 치르고, 각종대회도 보장하면서 바쁜 나날을 보내시리라 생각합니다.
북한에서 이스라엘 하면 하나에서부터 열까지 전부 나쁜 이미지로 통하죠. 그 이유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그것도 가장 불공정한 국가의 상징으로 인식돼 있습니다. 그러다나니 '이스라엘 심판'이라는 편심의 대명사까지 등장했습니다.
서로 아시아의 동서 끝 쪽에 위치해 있고 외교관계나 무역, 문화적 연계가 전혀 없는 사이인데 북한에 이스라엘을 빗댄 말이 생긴 것은 참 이례적인 것 같습니다.
탁구경기를 하면서 친구가 스코어를 세다 실수해도 이스라엘 심판, 국제경기를 보다 심판이 편심을 서도 어김없이 이스라엘 심판이라고 욕합니다. 아예 불공정의 대명사가 돼 스포츠 외에도 여기저기 안 붙이는 곳이 없을 정도입니다.
북한은 '불공정 심판'의 아픈 추억도 갖고 있습니다. 1982년 인도 뉴델리에서 있은 아시안게임 당시 북한축구선수들은 쿠웨이트와의 8강전에서 심판의 편파판정에 폭발해 심판을 폭행하기에 이룹니다.
관람석에 앉아있던 응원단과 선수들까지 합세해 당시 태국심판을 접이식 의자로 내려치고 물병을 던지고, 정말 경기장은 아수라장이었죠. 그 덕에 2년간 출전 정지를 당했습니다.
사실 다음해에 열린 83년 멕시코 청소년 축구대회에 북한이 출전권을 갖고 있었는데, 이 처벌로 대신 남한이 나가게 되었다 네요. 결과 청소년축구 4강 진출을 달성했고요.
뉴델리 아시안게임에 북한은 대규모 대표단을 파견했습니다. 김일성종합대학, 외국어대학, 평양외국어학원 등에 있는 쟁쟁한 교수들도 대거 뽑혀 행사에 동원됐죠. 국가에서 크게 투자해 그들의 행낭도 잘 챙겨주었는데 이런 사고를 치고 돌아왔으니 비행장에서 터지고 깨지고 한 채 욕도 좀 먹었다 네요.
여자축구도 한번 사고를 쳤죠. 2006년 아시안컵 준결승에서 경기 마감 전 극적인 동점골을 성공시켰지만, 공격위반(오프사이드)이 선언돼 아쉽게 졌죠. 골키퍼 한혜영이 주심을 밀쳐 퇴장카드를 받자 심판을 쫒아가면서 2단 발차기를 했답니다.
북한이 이스라엘을 싫어하고 증오하는 것은 미국과의 대결, 이란, 이라크, 수리아를 비롯한 중동 국가들과의 전통적인 유대 때문일 겁니다.
그래서인지 며칠 전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최근에 있은 이스라엘과 하마스와의 교전에 대해 이스라엘을 날강도라고 비난했습니다. 조선중앙통신과의 문답형식을 통해 이스라엘의 가자지역 폭격을 '야수적 만행'으로 규탄하면서 '이것은 팔레스티나의 자주권을 난폭히 침해하고 중동지역의 평화와 안전을 엄중히 파괴하는 용납 못할 범죄행위'라고 논평했습니다.
또한 '중동에서 항구적인 평화가 실현되자면 팔레스티나에 대한 이스라엘의 침략과 적대행위를 끝장내고 독립국가 창건을 위한 팔레스티나 인민의 합법적인 민족적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면서 팔레스티나에 대한 지지와 연대성을 표시했죠.
다 아시다시피 이번 이-팔 교전은 지난 14일 하마스 군 지도자 아메드 라바리를 이스라엘이 제거하면서 발생했습니다. 양측은 8일 동안 로켓포와 미사일 공격을 주고받았으며,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1천 500곳을 타격했고, 하마스는 이스라엘에 1천여발의 로켓과 미사일을 발사했습니다.
현재 국제사회, 미국, 이집트의 중재로 휴전은 됐지만 언제 다시 도화선에 불이 당길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이스라엘은 한번 공격을 받으면 무조건 그의 10배를 갚아주고, 나라의 생존에 위협이 되면 선제공격으로 그 근원을 사전에 드러내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는데 이런 것들이 북한주민들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이스라엘 심판' 행동일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