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놈아, 소도 먹어야 밭을 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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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은어와 유머를 통해 북한사회를 이해하는 '김광진의 대동강 이야기,'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 김광진씨가 전해드립니다.

친애하는 북한의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얼마 전 남북이 첨예하게 대치하고 있는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에서 북한군 병사 한명이 남한으로 탈출하는 사건이 발생하였습니다.

25살인 오청성이라고 하는 군인인데요, 민경에서 8년간 근무했고 또 간부의 운전병을 한 모양입니다. 판문점 군사분계선 인근까지 지프차를 몰고 왔으니까요.

탈출과정 한 10초 사이에 판문점내 경비군인들 4명이 권총과 자동보총으로 그에게 40여발의 총탄을 퍼부어 어께와 팔에 관통상을 입었고 복부에 총탄이 박히는 등 큰 부상을 입었습니다.

남측의 CCTV 감시카메라에 찍힌 당시의 긴박한 상황이 동영상으로 공개되었는데 마치도 액션영화에나 나올법한 장면이 현실로 펼쳐졌죠.

동영상을 보면서 저 개인적으로는 오랫동안 한솥밥을 먹으며 같이 군사복무를 한 동료인데, 경고사격이나 하지 동료를 진짜 총탄으로 맞히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죽하면 죽음을 무릅쓰고 그렇게 탈출했겠습니까.

큰 부상을 입었지만 현재 오청성은 남한의 높은 의료수준과 의사들의 정성으로 두 번의 대수술을 거쳐 지금 빠른 속도로 회복하고 있으며, 중환자실에서 일반병실로 옮기기까지 했습니다. 피를 12,000cc나 수혈했다네요.

수술과정에 소장에서 수십 마리의 회충이 나와 큰 사회적 이슈가 되기도 했는데요, 북한군, 그것도 최고의 예우를 해주는 민경에서까지 위생상태가 열악해 큰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한쪽에서는 환자의 상태와 개인정보를 모두 공개해 인권유린이라는 주장도 있었지만 남한에서는 현재 교과서에서만 읽을 수 있는, 벌써 오래 전에 완전히 사라진 기생충 감염이 북한군 내에서는 심각한 현실이라는 점에 모두들 새삼 놀라기도 했습니다. 민경은 북한에서도 최고의 충성분자들, 가정적 배경이 좋은 군인들, 신체조건이나 기타 이력조건이 우수한 자들만 선발해서 배치하는 북한 최고의 정예부대입니다. 왜냐면 군사분계선이라는 것이 벽돌 한 장 높이로 되어 있어 결심만 하면 언제든지 남한으로 탈출할 수 있으니까요.

보급이나 공급도 특별히 잘 해줍니다. 일반군인들에게는 '해당화' 담배를 공급해 줘도 민경은 이전에 '갈매기'나 '금강'을 공급해 주었죠. 제대될 때는 공산대학 졸업 자격도 부여합니다. 그런 민경도 현실은 정말 참혹하네요.

하긴 북한군의 실태가 나빠진 것은 어제 오늘 얘기가 아닙니다. 벌써 수십 년째 이어져 오고 있죠. 군대에만 입대하면 거의 대부분이 영양실조에 시달립니다.

식당근무에 나가 보면 밥을 풀 때는 그 양을 조금이라도 부풀리느라 박죽으로 밥알을 모두 세웁니다. 그것도 이밥이면 좀 다행일 텐데, 요즘은 강냉이만 줄때가 더 많죠. 이것도 배부르게만 먹을 수 있으면 또 다행입니다.

반찬으로는 염장 무, 멀건 소금국이 전부입니다. 군 복무기간 하도 염장 무를 많이 먹어 살이 조금 붙으면 염장 살이 올랐다고 하죠.

요즘 북한군에서는 이런 말이 유행한다죠. '이놈아, 소도 먹어야 밭을 갈지!' 고강도 훈련을 강요하는 상급자들에게 뒤에서 하는 소리랍니다. 그리고 군을 '허약자 보양소'라고도 한다면서요.

'대동강 이야기'의 김광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