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은어와 유머를 통해 북한사회를 이해하는 '김광진의 대동강 이야기,'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선임연구원 김광진씨가 전해드립니다.
친애하는 북한의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올해는 유난히도 강원도 원산지역에 건설 중인 마식령 스키장에 대한 것들이 북한은 물론 국제사회에서도 큰 이슈가 됐던 것 같습니다.
남한을 포함해 선진국들에는 스키장들이 꽤 많죠. 그런데 북한에서는 이를 하나 건설하면서 '마식령 속도'라는 요란한 구호를 만들어 낸 것도 그렇고, 김정은이 국가지도자로서 위락시설을 여러 차례 방문한 것도 그렇죠.
또 외부 일각에서는 북한이 '스키장 하나를 건설하는데 이를 사치품이요, 리프트 수출 금지요, 뭐요 하면서 뭐 그리도 난리인가'하는 평가도 있으니 말입니다. 그런데 마식령 스키장건설과 관련된 이 많은 논란들은 나름대로 다 일리가 있습니다.
우선 북한의 핵, 장거리 미사일 실험으로 유엔은 북한에 강력한 제재를 가하고 있습니다. 핵, 미사일관련 금수조치는 물론, 북한의 외화, 재원을 지도부와 엘리트들의 사치에 쓰는 것도 금지시켰죠. 스키장 이용은 외부의 기준에서도 그렇게 흔한 체육활동이 아니고, 북한에서는 인민들은 이용하지 못하고 특권층에게만 이로운 사치라는 거죠.
이 제재 때문에 오스트리아와 이태리, 스위스에서는 마식령스키장에 필요한 리프트 수출을 거부했습니다. 스위스대사, 그리고 오랫동안 노동당 조직지도부 부부장직함으로 활동했던 이수용이 이를 책임지고 들여오기로 했다는데 잘 풀리지 않아 지금 어떻게 됐는지 모르겠습니다.
마식령스키장건설이 사치라는 것은 북한주민들이 최근 만들어 낸 은어에도 잘 나타납니다. 군인들과 인민들은 '마식령을 탄식령'이라고 한다죠.
북한당국은 김정은 3대 세습과 맞물려 그의 업적으로 내세우기 위해 '사회주의 문명국 건설'과 '체육 강국 건설'이라는 새로운 정책적 브랜드와 구호를 만들고 요란하게 떠들고 있지만 평범한 백성들에게는 스키장이 그림의 떡이라는 뜻입니다.
스키장 건설 노력동원과 물자지원에 얼마나 신물이 났으면 이렇게 부를까도 짐작이 갑니다.
북한당국은 내년 1월에 스키장건설을 완공하고 외국인 관광객들을 대대적으로 유치한다죠.
원래는 스키장이 본격적으로 가동되면 하루 방문객이 평균 5천명에 달하고, 이를 통해 총 6천만 달러 이상의 연 수입을 올릴 것으로 계산했답니다. 북한 체육성과 강원도 인민위원회가 작성한 자료가 입수돼 외부에서 알려진 내용입니다.
1인당 50달러의 입장료를 받으면 이런 숫자가 나온다죠. 북한주민들의 1인당 평균 월수입이 3,000원인데 현재 환율이 1달러에 8천-9천 원 선에 있고, 그리고 월급이 최근 올랐다고 해도 50달러면 최소 몇 년분의 월급이 됩니다.
이런 돈을 내고 스키를 한 두 시간 탄다는 게 사실 북한주민들에게는 너무도 큰 부담입니다.
그래서인지 북한에서는 벌써 마식령 스키장을 외화벌이용 시설로 활용할 모양입니다. 미국의 소리 방송에 따르면 외국관광객들에 대한 평양, 판문점, 마식령관광 상품이 예상되고 있다는데요, 아직까지 리프트 이용료와 숙박요금은 정해지진 않았지만, 1주일간 평양과 개성을 거쳐 스키장에 머무는 비용이 약 2,900-3,300달러 선이 될 것이라고 합니다.
결국은 '인민들에게 사회주의 부귀영화를 마음껏 누리게 해주겠다, 사회주의 문명국을 건설한다'고는 하지만 인민들에게는 그림의 떡이고 이를 통해 외화벌이로 김정은 통치자금을 마련하겠다는 속셈이 뻔합니다.
그래서 아마도 건설에 동원된 북한 군인들과 인민들이 '마식령을 탄식령'이라고 부르지 않을까요?
'대동강 이야기'의 김광진이었습니다.
0:00 / 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