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동강 이야기] 까치는 까치끼리, 제비는 제비끼리

북한 김정은이 조선인민군 제534군부대 직속 기마중대 훈련장을 시찰하고 있다.
북한 김정은이 조선인민군 제534군부대 직속 기마중대 훈련장을 시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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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은어와 유머를 통해 북한사회를 이해하는 '김광진의 대동강 이야기,'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선임연구원 김광진씨가 전해드립니다.

경애하는 북한의 청취자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추운 겨울이 성큼성큼 다가오고 있습니다. 올해는 여느 때 없이 유난히 추울 거라고 하니 겨울 낳이 준비를 잘 하셔서 따뜻하게 보내시면 하는 바램입니다.

얼마 전 북한의 새 지도자 김정은은 고모, 고모부에 군 장성들, 그리고 여동생 김여정까지 거느리고 인민군 제534군부대 직속 기마중대 훈련장을 시찰했습니다.

80여일 만에 군부대를 시찰해서 그런지 최룡해 군총정치국장을 비롯해, 김경희 당 비서,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 현영철 군총참모장, 김기남 당비서, 김격식대장, 김양건, 김평해, 문경덕비서 등 당, 군 부하들이 총동원된 것 같습니다.

김경희와 장성택이 총참모장 현영철 앞에 호명된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 같고, 이는 당의 군 장악, 문관통치경향을 엿볼 수 있는 최근의 변화상황으로 보여 집니다.

또한 이날 김정각 인민무력부장 호명위치에 김격식이 있는 것으로 보아 외부에서 인민무력부장 교체사실도 짐작할 수 있었죠.

북한이 신속히 제작해 내보낸 김정은 현지지도 활동자료를 보면서 새삼 느낀 것은 우리가 평양에서 자주 속삭이던 '까치는 까치끼리, 제비는 제비끼리'라는 격언의 의미였습니다.

좀 해석을 하면 결혼상대를 고를 때 잘 사는 사람은 잘 사는 사람끼리, 가난한 사람은 가난한 사람끼리 고르고, 고위층 자식들은 고위층 내에서, 일반 군중은 일반 군중끼리 사는 것이 편하고 순리라는 그런 내용입니다.

다들 보셨겠지만 이날 말 타는 장면을 보면 평양 김 가 왕조 집안사람들은 모두 잘 타더라고요. 김정은은 물론 고모 김경희, 고모부 장성택, 그리고 어린 김정은 여동생 김여정까지도요. 언제 말 타기를 그렇게 배웠는지 모르겠습니다.

백성들은 춘하추동 논판에 나가 농사를 짓고, 군인들은 보통강 강바닥 파기와 만경대 유희장 보수공사, 공원건설에 주구장창 동원되는데 말이죠. 정말 까치는 까치끼리, 제비는 제비끼리 노는 것 같습니다.

유례없는 3대 권력세습도 마찬가지입니다. 김정일은 주체혁명위업 계승과 권력 강화에 여동생 김경희를 최대한 활용하였습니다. 생모 김정숙이 사망했을 때도, 가정의 온갖 비화를 극복하는데도 하나밖에 없는 여동생에 의지해 이겨냈고, 김일성 사망 시에도 모든 슬픔을 여동생과 같이 헤쳐 나갔다고 혁명역사에 기록되어 있습니다.

지금 김정은도 이를 본 따고 있습니다. 할아버지 김일성의 이미지 정치에 이어 아버지가 했던 여동생 활용도 꼭 같은 상황으로 연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 성숙되지 않은 어린 김여정은 실수도 많이 하고 있습니다. 행사 때 김정은이 할아버지 김일성의 흉내를 내자 한쪽에서 키득키득 웃는가 하면, 행사보장을 위해 혁명원로들 앞에서 자유분방하게 뛰어다니기도 합니다.

실수는 선전선동부 일군들도 따라하고 있습니다. 경험이 부족한 김정은의 업적을 키우고 우상화하는 시도에서 말이죠. 최근 김정은 우상화 책자를 하나 발간했다고 하는데요, 쓸 내용이 없어서 그런지 어릴 때 김정은이 벌써 차를 몰고, 총도 잘 쏘았다고 하더라고요.

법치사회인 외부에서는 아무리 왕자라고 해도 운전은 19살이든 20살이든 성인이 돼야 가능하고, 또 무조건 면허를 취득해야 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불법이고 위반하면 처벌을 받아야 합니다.

사격도 마찬가지입니다. 총기휴대는 법적으로 엄격히 규제돼 있고 어린이들은 함부로 사격을 하다간 큰일 나죠. 북한에서도 일반인들에겐 이 규정이 엄격히 가해지죠.

북한이 자랑하는 수령, 당, 대중의 3위 일체, 일심동체, 운명공동체가 이제는 공개적으로 까치는 까치끼리, 제비는 제비끼리 따로 노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