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동강 이야기] 야담 삼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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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은어와 유머를 통해 북한사회를 이해하는 '김광진의 대동강 이야기,'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선임연구원 김광진씨가 전해드립니다.

'선조들의 옛 이야기에는 민족의 기상이 들어 있고, 한편의 짧은 해학과 풍자에도 기지와 낭만이 깃들어 있다. 남 몰래 얼굴 붉히는 육담에도 교훈이 들어있다.'

남북한 최초의 공식협약, 동시출간 본을 자랑하는 책 '야담 삼천리'의 머리말 한 부분입니다. 이 책은 북한사회과학원 민족고전연구소가 조선시대의 '용재총화,' '어우야담,' 등 고전 30여종에서 추려낸 북쪽의 민담을 채록해 재구성한 것을 남한 현암사 측이 출판한 것이죠.

지난 10월 독일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에는 남북한이 나란히 이 책을 전시하기도 했죠.

이 책 원고를 건네주면서 북한 민족통일여성위원회 이지숙 위원장은 '웃으면서 통일합시다,'라고 농담도 건넸다고 하네요.

남한의 한 민속학자가 채집한 1만여 편의 구전설화 가운데 20%가량이 육담이었다니 우리 선조들의 문화, 그리고 이번에 남북이 책을 공동출판하게 된 배경이 어느 정도 이해가 됩니다.

북한에서 속어로 '쌍소리'로 통하는 육담, 이는 아마도 남북한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가장 편한 입 담화 주제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웃으면서 통일하자고 한 이지숙 위원장 말대로 한번 웃으면서 통일해 볼까요?

'야담 삼천리'에 실린 육담 하나를 소개합니다.

'금강산 일대 사람들은 예로부터 땅벌을 땡삐라고 부르고 있다. …한 농부가 장을 보러 가려고 고개를 넘어가다 길가 숲에서 오줌을 누게 되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오줌을 눈 자리에 땡삐의 둥지가 있었다.

뜻밖에 오줌벼락을 맞은 성난 땡삐 떼들이 일제히 날아올라 농부가 쥐고 있던 털 방치 끝을 사정없이 쏘아댔다. 놀란 농부는 닁큼 뛰면서 땡삐 떼를 피하느라 도망을 쳤지만 땡삐에게 쏘인 쟁기는 삽시에 퉁퉁 붓고 저렸다.

…물찜질을 하느라 부산을 피우기보다는 안해의 따뜻한 조개 우물 속에 잠그면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농부는 찜질을 하고나니 아픔이 좀 멎는 것 같아 겨우 잠이 들었다.

…뙤탕을 열고 내다보니 안해가 정화수 한 그릇을 떠놓고 정성껏 빌고 있었다. 땡삐님, 우리 주인을 한번만 더 쏘아주소서. 굵기는 그만하면 되었으니 길이만 더 늘씬하게 늘여주소서.

…오늘도 금강산 사람들은 이런 이야기를 전하면서 오줌은 아무데서나 누지 말라고 일러주고 있다.'

다음은 조선시대가 아니라 지금 북한간부들 속에서 유행되는 현대판 유머를 하나 소개할까요? 탈북자동지회 사이트 자유방에 게시된 내용입니다.

'그러나 당, 법, 보안, 검찰, 재판, 군대의 간부들은 새로운 속담이 생겨났으니, 처녀와 자면 근심노동, 과부와 자면 애국노동, 제처와 자는 건 강제노동이라고.

처녀를 임신시키면 난처하다. 북한에는 콘돔 구하기 어렵다. 약도 귀하다. 결혼한 여성의 임신조절법이 고리를 하는 건데 이것도 기술이 낙후해 임신을 하며 아이가 이마빡에 동전만한 고리 자국도장을 새겨가지고 나오기도 한다.

(처녀가 임신되면 해결방법이) 소파 아니면 중기중졸인데 소문나기 쉽상이니 근심노동이라 한다.

과부는 좋다. 그리고 많다. 산업재해, 병 등으로 아무데가도 넘치는 건 과부다. 당의 집중 동원으로 공사장에 남편만 끌려가면 당의 과부 또한 많아진다.

… (밖에 나가) 그 짓거리 하다보면 저녁에 집으로 귀가하여 아내와 잘 힘이 얼마 없다. 들키지 않으려면 그래도 힘을 써야 한다. 이래서 강제노동이다.'

좀 공감이 가는 내용인가요? 전 어쩐지 지금의 이야기보다 선조들의 금강산 야담이 훨씬 더 아름다워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