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은어와 유머를 통해 북한사회를 이해하는 '김광진의 대동강 이야기,'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 김광진씨가 전해드립니다.
경애하는 북한의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요즘 서울에서는 한국계 미국인 신은미씨와 전 민주노동당 부대변인인 황선씨의 전국 순회강연으로 떠들썩합니다.
황선씨는 북한동포들도 잘 알고 있는 인물인데요, 1998년 한총련대표로 북한을 방문해 88일간 체류한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는 평양에서 돌아와 2년간의 복역을 선고받았고, 이후 정치권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으며, 2007년 당시에는 제3당이었던 민주노동당의 부대변인을 지내기도 했습니다.
황선씨는 2005년 평양원정출산으로도 유명해졌는데요, 당시 부모 효도관광의 명목으로 평양을 방문해 아리랑축전을 보았고, 그 와중에 진통이 와 하필이면 당 창건 60돌 기념일인 10월 10일, 그것도 저녁 10시에 평양산원에서 둘째딸을 출산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제왕절개수술로 말이죠. 그리고 김정일로부터 윤겨례라는 이름도 '하사'받고요.
재미동포아줌마라고 하는 신은미씨는 재혼으로 만난 남편을 따라 2011년부터 6차례 북한을 방문한 사람인데요, 해외동포들을 관리하는 북한 요원들에게 어떻게 잘 보였으면 '공화국 창건' 65주년 열병식 때 초청까지 받아 평양을 방문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조국통일 관련해 김일성이 마지막 '친필'을 남긴 날 20돌을 기념해 북한에서 개최한 작품전에 응모해 자기가 쓴 책이 당첨돼 상을 타기도 했습니다.
북한 대남공작사이트 '우리민족끼리'는 또한 예술영화 '민족과 운명'의 주제가를 바탕으로 신은미씨를 '북한과 같은 지상낙원을 찾고 방문까지 한 행운아'로 묘사하는 선전동영상도 게재했습니다.
이쯤 되면 '척 보면 삼천리'가 아니라 '척 보면 한 치'의 이해력으로도 이들 두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만하죠?
그런 이들은 서울한복판에서, 그것도 유엔에서 북한에서 자행되는 인권탄압을 규탄하고 김정은을 국제형사재판소에 기소해야 한다는 결의안을 채택하는 날 '젊은 지도자에 대한 기대감이 많이 차 있어요. 젊은 지도자가 나타나셔서 우리의 삶을 더 활기차게 더 발전적으로…' 그리고 '우리 딸(수양딸 김설경)이 엄청난 주체사상 신봉자예요. 그게 뭐 어때요?'를 포함해 소위 자기가 '본 것'만의 강연을 했습니다.
이후 전국을 순회하면서 기획하고 하려 했죠. 그러다 전라북도 익산에서 강연을 하던 도중 고등학교 3학년생의 '사제폭탄 항의'를 받는 사건까지 터졌습니다. 발화물질이 좀 불붙기는 했지만 큰 사고는 다행히 피했죠.
이후 이 학생은 구속되어 조사를 받고 있지만 일부 보수층 속에서는 '열사'로, '의사'로 '칭송'받고 있는 중입니다.
요즘 북한에서는 노동당 중앙위원회, 중앙당을 '재앙 당'이라고 한다면서요. 한 때는 북한사회 전체를 쥐락펴락하고, 북한주민들의 운명을 쥐였다 났다하던 '위대한 어머니 당'이 오늘은 모든 재앙의 근원인 '재앙 당'으로 불리고 있네요. 북한사람들도 버리는 '너희 사회주의,' '너희 당'을 시대착오적인 일부 사람들은 아마도 '우리 사회주의', '우리 당'으로 여기고 싶어 하는 모양입니다. 정작 가서 살라면 절대로 가지 않을 사람들이 말이죠.
0:00 / 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