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동강이야기] 8백만의 불발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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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은어와 유머를 통해 북한사회를 이해하는 '김광진의 대동강 이야기' 미국북한인권위원회 김광진 객원연구원이 전해드립니다.

북한에는 이런 구호가 있습니다. '우리 모두 경애하는 장군님을 결사 옹위하는 8백만의 총폭탄이 되자!' '총폭탄, 총폭탄!' 청년들의 결의대회, 궐기모임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구호와 합창입니다.

8백만이라는 숫자가 어디서 나온 고 하니 13세 이상의 사로청(현재 청년동맹) 맹원 5백만 명과 13세 이하의 소년단원 3백만 명을 합친 것입니다. 즉 구호의 의미는 어린이들을 포함하여 8백만 청춘들이 일단 유사시에는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에 이르는 김 씨 왕조의 '아주 그냥 길이길이'를 위해 몸이 그대로 육탄이 되어 죽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10년간의 청춘시절이 군 만기복무로 '썩는 것'도 모자라 북한의 청춘들은 평생 희생을 강요당합니다. '금강산청년발전소,' '백두산 밀영 고향집' 건설, 영변원자로, 탄광, 광산, 농장 등 북한의 엘리트들은 절대 가려고 하지 않는 곳으로 집단 진출해야 하며 '어렵고 힘든 혁명초소에서 당과 수령을 위해' 일생을 바쳐야 합니다.

게다가 수령이 뭔지, 전쟁이 뭔지, 초콜릿이 뭔지도 모르는 13살 미만의 어린이들도 김 씨 왕조를 위해 총폭탄이 돼야 한다니 이런 '망할 놈의 세상'이 또 어디 있단 말입니까.

북한에는 우리가 입버릇처럼 외우는 김일성, 김정일의 '말씀'이 또 하나 있습니다. '어린이들은 나라의 왕입니다.' 아니 그럼 '나라의 왕'들도 총폭탄이 되어 전쟁터에 나가 죽으라는 건가요?

1990년대 어느 날 북한 지도층을 뒤집어 놓은 큰 사건이 터졌습니다. 일명 '김학철사건,' 속도전청년 돌격대 여단장으로 인민대학습당 건설을 지휘해 큰 공을 세워 김 부자의 최고의 신임을 받았던 그가 '남조선 안기부에 매수'되어 숙청당한 사건입니다.

어디서 났는지 많은 달러와 금품으로 김학철은 부화방탕을 일삼았으며 김정일의 여동생 김경희의 집에도 여러 번 초청되어 '사모님이 손수 만든' 스시(초밥)와 사시미(생선회)를 즐길 정도로 가까웠습니다. 사건이 터져 안기부 간첩으로 몰려 처형당할 위기에 있으면서도 그는 믿는 구석이 있어 끝까지 태연했다고 하네요.

그리고 감옥에서 조사원들에게 계속 김정일의 매제 장성택을 만나게 해달라고 요구했다고 합니다. 김 씨 일가와 연계되었기 때문에 그 빽이면 목숨을 구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일말의 희망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권력은 차가운 얼음과 같아서 그의 간절한 소망도 철퇴를 피할 수 없었습니다. 김학철은 모든 책임을 지고 '안기부 간첩,' '혁명의 배신자'로 아무도 모르게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습니다.

그 때 항간에, 특히 청년들에게 나돌았던 입소문이 있습니다. '8백만 달러면 사로청간부들을 몽땅 매수 할 수 있대,' '8백만 달러면 8백만 명 알아본대,' '8백만의 총폭탄이 아니라 8백만의 불발탄이야.' 작년에는 양강도 청년동맹 제1비서가 뜻을 같이하는 동지들과 함께 남한으로 망명했습니다. 이는 북한의 청년조직이 뿌리 채 흔들리고 있다는 또 하나의 증거입니다.

사랑하는 북한형제 여러분. 우리 북한 청년들은 참으로 근면하고 성실한 사람들입니다. 일신의 영화나 부귀는커녕 달러가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르고 수수하고 평범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대다수입니다.

그러나 한줌도 안 돼는 지배계층, 통치계급은 다릅니다. 그들은 왕재산 경음악단 '기쁨조'인 '목란조,' '백일홍조,' '진달래조'의 반나체 춤을 즐기면서 온갖 희로애락을 맞보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춤과 노래에 정통한 이 '가무조'외에도 김 씨 일가의 성적인 유희를 담당하는 '만족조,' 마사지를 전문하는 '행복조'가 있다는 사실은 아시는지요?

한때 김정일로부터 '청년 대장'이라는 칭호를 받고 잘 나가던 사로청의 수장 최룡해가 김정일의 파티를 모방해 청년예술단 여성들과 집단 섹스를 하고 성적인 쾌락을 위해 처녀들을 외국에 보내 이발을 모두 뽑게 했다는 일화는 이미 북한에서도 널리 알려진 '비밀'입니다. 이런 자가 최근에는 김정일 셋째아들 김정은과 함께 대장별을 달더니 당중앙위원회 비서, 정치국 후보위원까지 됐습니다.

상상을 초월하는 김 씨 일가와 측근들의 부화방탕과 사치, 상상을 초월하는 8백만 청춘들을 포함한 북한인민들의 고난과 희생, 이것이 오늘 북한의 현실이며 우리들의 삶입니다.

'대동강이야기'의 김광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