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은어와 유머를 통해 북한사회를 이해하는 '김광진의 대동강 이야기',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 김광진씨가 전해드립니다.
친애하는 북한의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한의 인권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이 올해에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얼마 전 유엔총회 제3위원회는 지난해에 이어 유엔안전보장이사회가 북한인권문제를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회부할 것을 검토하라고 권고하는 내용의 북한인권결의안을 또 채택하였습니다.
결의안의 내용은 전반적으로 지난해와 비슷한데요, 가장 중요한 것은 북한 인권 침해에 가장 책임이 있는 사람들을 국제형사재판소에 회부해야 한다는 내용입니다. 결의안은 '조직적이고 광범위하며 심각한 인권 침해가 북한에서 오랜 기간에 걸쳐 지속되는 점'을 규탄했습니다.
북한에 국제노동기구(ILO) 가입을 권고한 것도 특징인데요, 이는 북한의 해외파견 근로자들에 대한 노예노동, 착취를 지적한 부분입니다.
최명남 주제네바 북한대표부 차석대사는 표결에 앞서 '(결의안은) 정치적•군사적 대결의 산물이자 미국을 포함해 북한에 적대적인 세력이 만들어낸 음모'라며 '탈북자의 새빨간 거짓말을 포함해 모두 왜곡과 날조로 채워져 있다'고 반발했습니다.
최근 모란봉악단의 갑작스런 중국공연 취소로 냉랭한 북중관계가 새로 조명 받고 있는 가운데, 중국 인민일보 자매지 환구시보는 중국이 유엔에서 대북인권결의안에 반대표를 던진 것과 관련해 '(북한은 중국의) 호의를 감사히 여겨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신문은 중국정부가 반대표를 던지는 과정에서 내부의 압력을 이겨내야 했다고 하기도 했습니다. 즉, 중국 내에는 중국 정부가 대북인권문제 결의안에 반대표를 던지는 것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목소리가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고, 북한도 이런 부분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한 것입니다.
그리고 모란봉악단 공연이 취소되는 풍파가 일어나면서 중국의 아주 많은 사람이 평양에 대해 일부 언짢은 감정을 갖게 된 것이 사실이라고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더욱이 흥미로운 것은 '북한도 양측 간 관계를 좋게 만들고, 중국사회의 호감을 얻으려고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촉구하면서 이번 결의안에 반대표를 던진 것이 중국이 북한의 인권상황을 '보증'한 것은 아니라고 강조한 것이죠.
외교적 언사인 이를 해석하면 중국은 내부 국민들의 불만과 반대에도 불구하고 반대표를 던졌으며, 따라서 북한은 이러한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결코 중국의 반대표가 북한인권을 전적으로 보증하는 것은 아니고 앞으로 사태가 심각해질수록 중국정부의 편들기도 영원할 수 없다는 점을 경고한 것이죠.
북한은 말끝마다 국권이 진정한 인권이다, 인권보다 국권이 앞선다고 주장합니다. 그렇다면 국가권력 유지를 위해서는 인민들의 인권이 아무리 침해돼도 괜찮다는 논리인데 이것은 상식에 전혀 맞지 않는 것입니다.
인권은 국가권력의 형태와는 전혀 무관하게 개개인이 인간으로 가지고 누려야 할 가장 기본적인 권리가 아닐까요? 표현의 자유, 이동의 자유, 국가권력 선택의 자유, 신앙의 자유, 이런 것 말이죠. 국권이 인권에 앞서는 것이 아니라 진정한 인권을 보장하기 위해 국권이 필요한 것이겠죠.
'대동강 이야기'의 김광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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