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은어와 유머를 통해 북한사회를 이해하는 '김광진의 대동강 이야기,'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선임연구원 김광진씨가 전해드립니다.
경애하는 북한의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오랫동안 온 나라를 뜨겁게 달구었던 남한에서의 18대 대통령선거가 지난 주 수요일로 끝을 맺었습니다. 결과는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의 승리로 끝났습니다.
북한 노동신문을 비롯해 당국의 언론매체와 강연, 학습으로 아마도 박근혜 당선인에 대해서는 모두 잘 아실 겁니다.
그의 이번 대통령당선으로 남한에서는 많은 진 기록들이 세워졌습니다. 역사상 첫 여성 독신대통령, 첫 부녀 대통령, 최다득표에 과반득표를 달성한 첫 대통령이 됐죠. 이 외에 서강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해 첫 이공계 출신 대통령이라는 타이틀도 가졌습니다.
북한이 기치를 높이 든 남녀평등권, 과학중시정책이 남한에서 먼저 실현되는 듯한 느낌입니다. 선군정치도 마찬가지죠. 군인들에 대한 대우, 장비의 현대화, 군의 사회적 지위와 예우수준도 남한이 북한보다 훨씬 더 높고 잘하죠.
선거 얘기가 나왔으니 남북한의 선거문화를 좀 비교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우선 선거의 성격을 살펴볼까요?
북한에서는 남한과 같은 대통령 선거를 '충성의 한 표'를 행사한다고 표현하지요. 국가수반을 선택하거나 뽑지 않고 추대합니다. 그것도 단일후보를 만장일치로요. 세계 유일의 100% 투표참가, 100% 찬성투표의 기네스 기록을 수십 년간 보유하고 있습니다.
남한에서는 이번 선거를 '선택 2012'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여당, 야당 후보들이 출마하고 젊은 층에서 많은 지지를 얻은 안철수 무소속 후보에 타 후보들을 합치면 보통 5명-6명의 후보들이 출마합니다.
이들 중에서 선택해 자기가 지지하는 후보를 대통령으로 뽑습니다. 단일 후보자에게 충성의 한 표로 추대하는 것이 아니고, 자기의 소중한 한 표로 대통령을 선택하는 것이죠.
또 다른 차이는 선거참가여부도 자유라는 것입니다.
북한에서 선거는 가장 중대한 정치행사입니다. 인민 반, 각 조직을 통해 선거여부를 장악하고 통제하죠. 만일 선거에 참가안하면 큰 정치적 과오로 낙인찍힙니다. 그 사람의 정치적 생명이나 미래가 끝났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죠.
그러나 남한에서는 자유입니다. 이번에도 투표율이 75%정도였는데 이것도 역대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고 하네요.
다음 차이점은 책임정치입니다. 선거에서 패하면 이를 이끈 해당 당 수뇌들은 모두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합니다. 때론 당도 해체하고 당명도 자주 바꾸죠. 새로운 얼굴, 새로운 기치, 새로운 사람들로 다시 시작합니다.
마지막으로 특이한 문화 한 가지를 더 소개하겠습니다. 패자의 승복 연설과 당선자에 대한 축하메시지입니다. 이번에도 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당선자가 거의 확실시 되자 당사에 가 이런 연설을 했습니다.
'최선을 다했지만 저의 역부족이었습니다. 패배를 인정합니다. 박근혜 당선인에게 축하인사를 드립니다. 국민 통합과 상생 정치를 펴주실 것을 기대하며 나라를 잘 이끌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박근혜 당선인은 당선된 다음날 현충원 방문을 마치고, 전직 대통령들의 묘소를 찾아 참배한 후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밝히기도 했죠.
'무엇보다도 대한민국의 발전을 위한 비전을 가지고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신 문재인 후보님과 지지자 여러분께도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저나 문재인 후보님 모두 우리 대한민국을 위하고, 대한민국의 주인이신 국민 여러분을 위한 마음만은 같았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의 국정운영에서 국민을 위한 이 마음을 늘 되새기겠습니다.'
제가 남한에 와 10년 사이 두 번째 대통령 선거를 치르면서 점차 확신을 가지게 되는 것은 잘 정착된 민주주의사회는 구조적으로 앞으로 전진 할 수밖에 없구나, 속도와 폭의 차이는 있겠지만 더 낳은 사회를 만들 수밖에 없구나 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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