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판 신종 3대 머저리와 신뢰관계

지난 5월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인민군 제405부대를 방문해 군인들을 격려하는 가운데 군인들이 김 제1위원장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지난 5월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인민군 제405부대를 방문해 군인들을 격려하는 가운데 군인들이 김 제1위원장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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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은어와 유머를 통해 북한사회를 이해하는 '김광진의 대동강 이야기,'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선임연구원 김광진씨가 전해드립니다.

친애하는 북한의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한은 전 세계에서 찾아볼 수 없는 '고난의 행군'을 하면서 많은 신조어도 만들어 냈습니다. 그 중에는 북한인민들 사이 신뢰관계를 적나라하게 나타내는 말도 있죠. 북한판 신종 3대 머저리에 대한 내용입니다.

3등 머저리, 즉 동메달리스트는 돈을 남에게서 꾸려고 하는 사람이랍니다. 2등 바보는 돈을 남에게 빌려주고 이익을 보려고 꿈꾸는 사람이 라죠.

이들 모두는 그래도 이해가 갑니다. 왜냐면 자본주의사회, 시장경제에서도 유휴자금을 동원해 이것을 생산적 경제활동에 돌리고, 또 돈이 많으면 그것을 굴려 보다 높은 이자로 이익을 창출하는 것이 너무도 당연하니까요. 그래서 '돈 놓기'라는 말도 만들어졌죠. 그리고 리스크가 높으면 이자율도 높고, 신용불량자면 대출을 받을 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가관은 가장 바보, 1등 머저리에 대한 규정입니다. 북한에서 금메달리스트 바보는 바로 꾼 돈을 그대로 갚는 사람이랍니다. 즉, 남의 돈을 빌렸다가 그것을 꿀꺽하지 않고, 고스란히 돌려주는 사람이 돈을 꾸려고 하거나 빌려주고 이자를 받겠다는 사람보다 훨씬 더 바보라는 거죠.

참, 북한사회가 어쩌다 이렇게 됐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다보니 '양심에 털 났다'거나, '양심이란 단어는 이제는 북한사전에서도 사라진지 오래다'는 말도 나왔죠.

북한에서는 한 때 집 문에 열쇠를 채우지 않고 다녔었죠. 농촌이나 지방에서는 대문을 활짝 열어놓고 다녀도 도둑걱정하지 않았고, 누구하나 집에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사람들 사이에 신뢰가 얼마나 깨졌으면 남의 돈을 떼먹는 것이 가장 훌륭한 '미덕'이 됐겠습니까.

물은 위에서 아래로 흐른다고 북한의 이와 같은 사회적 신뢰관계는 인민들이 만든 것이 아닙니다. 수령이 약속을 지키지 않고, 당과 국가가 약속을 깨기 때문에 생긴 것입니다.

그러면 수령은 어떤 약속을 지키지 않았나요? 가장 대표적으로 '이밥에 고기국'을 먹이겠다고 한 약속이 아직도 지켜지지 않고 있습니다. 그리고 국제사회에 대고도 공개적으로 거짓말을 하고 있죠.

한반도 비핵화는 '김일성의 유훈'이라고 김정일이 말했습니다. 유훈교시이니 반드시 그 약속을 지키겠다는 말이죠. 그런데 현재 북한은 줄기차게 핵 개발을 감행하고 있습니다. 남한에서는 이미 오래전에 미국의 전술핵무기들이 철수했죠.

당은 어떤 약속을 어겼나요? '인민을 위하여 복무함.' '간부들은 인민의 심부름꾼'등이 대표적입니다. 북한에서 당 일군들, 간부들은 인민위에 군림하는 특권계층, 지배계층입니다.

집도 가장 좋은 집을 쓰고 살고, 차도 제일 좋은 차를 타고 다니며, 공급도 1일 공급, 주공 급을 받으면서 가장 좋은 음식과 온갖 특권을 독점하고 있습니다.

병원도 이들을 특별히 치료하는 병원들이 따로 있죠. 봉화진료소에 남산진료소, 군 장성들을 위해서는 어은병원이 있습니다. 그리고 각 중앙병원에는 간부들 급수별로 '진료과'가 있죠. 일반인이나 백성들은 여기서 치료를 받을 수 없습니다.

이들 병원들에는 가장 좋은 약, 의사들, 의료기구들이 할당이 됩니다. 외국에서 지원물자, 약품을 받아도 여기에 제일 먼저 공급을 하죠.

요즘 이란 핵 프로그램과 관련한 합의가 타결돼 국제사회에서 큰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인제 시선은 온통 북한 핵에 쏠리고 있죠. 과연 수령도 신뢰할 수 없고, 당도 거짓말하는 북한에서 이와 유사한 합의를 기대할 수 있을까요?

'대동강 이야기'의 김광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