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은어와 유머를 통해 북한사회를 이해하는 '김광진의 대동강 이야기' 미국북한인권위원회 김광진 객원연구원이 전해드립니다.
경애하는 북한의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오늘은 '수령복, 장군복'에 이어 이제는 '대장복'까지 '대대로 누리고' 있는 '주체 조선'에서 김일성일가와 '김일성민족'의 명절이 어떻게 다른지 얘기를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며칠 전 '민족최대의 명절'인 김정일의 69번째 생일은 잘 보내셨습니까. 여기 외부세계에서는 김정일의 둘째 아들 김정철의 싱가포르 행차로 떠들썩합니다.
그를 동행한 여자가 동생 김여정이라느니, 둘이 똑같은 반지를 꼈으니 부인이라느니, 김정철과 김정은이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에 손자들을 보고 싶어 해 작년에 차례로 애들을 낳았다느니 하면서 말입니다.
가관인 것은 '대장복'의 주인공인 김정은의 형이라는 사람이 한 쪽에 귀걸이(피어싱)를 하고 '자본주의 날나리풍'에 젖어 애인인지 부인인지 알 수 없는 많은 여자들에 둘러싸여 외국을 휘젓고 다니는 것입니다. 그것도 아버지 생일 바로 전에 말입니다.
그 여성들의 차림새를 보면 평양에서는 금지된 몸매가 드러나는 꽉 낀 진 바지입니다.
그것도 모자라 김정철은 팝송가수, 기타리스트인 클랩턴에 푹 빠져 장미꽃을 든 여성들을 거느리고 클랩턴 티셔츠를 입고 싱가포르까지 날아가 공연을 관람했습니다. '당 중앙 군사위 부위원장 김정은 대장'과 함께 스위스 유학하던 시절 그의 음악에 푹 빠졌다네요.
이 '망나니' 같은 김정일 아들이 '수령님 초상휘장,' '장군님 초상휘장' 그리고 '김정은 대장님의 초상휘장'은 왼쪽 가슴에 '정중히 모시고' 다녔는지 모르겠습니다. 하긴 대사관 사람들도 대사관 밖에서는 달지 않으니 당연히 떼고 다녔겠죠.
유명백화점에 달러를 뿌리면서 다이아몬드, 명품 등 아버지 생일선물도 많이 사갔다고 합니다. 또 관광 명소인 센토사섬의 동양최대 해양수족관과 놀이공원도 다녀갔고요.
평양에서는 조선노동당 중앙위, 당 중앙 군사위, 국방위원회 공동명의로 성대한 연회가 열렸다는 소식도 들려옵니다. 또한 간부들에게 줄 선물로 중국에서 '8.3(짝퉁)명품'을 대량 구매했다는 소식도 있습니다.
이처럼 김일성일가가 호화판 명절을 쇠는 동안 우리 '장군님 식솔,' '김일성 민족'은 어떻게 보내고 있을까요. 그들의 최고의 '관광지,' '명소'는 메뚜기장입니다. 이곳은 안전원들의 단속을 피해 메뚜기처럼 순식간에 멀리 달아날 수 있어 '안전'하기도 합니다.
메뚜기장에는 없는 것이 없습니다. 명절날 없어서는 안 될 뿌연 농태기(소주), '둘이 먹다 둘 다 죽어도 모른다'는 '인조고기,' 한 모금만 빨아도 아찔하게 독한 '팽 돔'담배, 집 나간 며느리도 그 냄새에 돌아온다는 전어구이, 발로 펴서 말려 더 콜콜 하다는 마른 낙지, 한 때는 '평양 아가씨보다 더 흔했다'는 동태.
여기에 최근 추가된게 또 있습니다. 김일성훈장과 영웅메달, 명함시계입니다. 사실 외국에서 몇 천 달러 하는 오메가 시계가 100달러 정도에 팔린 다네요.
'고난의 행군'이 절정이던 1990년대에 벌써 김부자 초상휘장은 시장에서 팔렸습니다. 굶어죽는 판에 강낭떡 한 개가 '당기(당 깃발)초상화'보다 귀한 건 사실이죠.
사회주의 동구권이 무너질 때 북한에서는 주민들을 대상으로 이런 교양을 많이 했습니다. 공산당원들이 당증을 마대에 넣어 중앙당에 소포로 부치고 전쟁영웅들이 훈장과 메달, 군복을 내다 팔고, 외교관들은 쫓겨나 길거리에서 군밤을 팔고. 이런 것들이 사회주의종말의 비극이라고 말입니다.
김 씨 일가의 우상화와 신격화, 절대화로 세워진 북한에서 김부자 초상화가 팔리고 훈장과 명함시계가 팔린다니 조선노동당의 잣대로 평가하면 북한은 벌써 종말을 고한 체제입니다.
더욱이 '인민대중 중심,' '이민위천의 정치'로 노동자, 농민을 비롯한 근로인민대중을 위한 세상을 만든다는 북한에서 한 쪽에서는 절대다수의 사람들이 메뚜기장에 의지해 하루하루 근심과 걱정 속에 고단한 삶을 보내고 있을 때, 다른 한 쪽에서는 김일성일가가 외국가수의 공연과 취미생활을 위해 해외여행을 하고 뺑떼바지 (스키니 진)와 장미꽃으로 무장한 처녀들과 함께 열대 숲이 우거진 유원지, 수족관을 돌아보면서 희열을 나누고 있는 사실은 주체사상이야말로 밑 뿌리째 자기의 정당성을 상실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조만간 북한인민들도 주체사상이 가리키는 길 따라 자기 운명의 진정한 주인이 되리라는 것을 굳게 믿습니다.
'대동강이야기'의 김광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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