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밥에 고깃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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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은어와 유머를 통해 북한사회를 이해하는 '김광진의 대동강 이야기',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 김광진씨가 전해드립니다.

역사적인 당 제7차대회를 잘 지켜보고 계신지요? 6차대회가 열린지 36년 만에 개최한 것이라 너무도 뜻밖일 것입니다. 내용을 보면 외부세계에서 대체로 예견했던 상황이 그대로 전개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핵, 미사일 개발을 최대의 치적으로 내세우고, 당 규약, 대회결정서에 핵보유국을 명시해 그 지위를 굳히는 것이 가장 큰 하이라이트입니다.

북한은 한발 더 나아가 '책임 있는 핵보유국으로서 침략적인 적대세력이 핵으로 우리의 자주권을 침해하지 않는 한 이미 천명한대로 먼저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을 것이며, 국제사회 앞에 지닌 핵 전파 방지 의무를 성실히 이행하고, 세계의 비핵화를 실현하기 위해서 노력할 것'이라고도 했습니다.

국제사회가 인정하든 안하든 셀프 핵보유국 자처는 물론, 핵 강국의 반열에 올랐음을 자찬하는 행태입니다.

결국 북한의 비핵화만을 위한 6자회담, 9.19공동선언, 결정 등은 모두 백지화됐습니다. 북한은 앞으로 미국과의 핵군축, 다른 핵 열강들과의 세계 비핵화를 들고 나올 것입니다.

이번에 아주 특이한 것은 외국 언론사 취재진 100여명을 받아들이곤 이들에게 대회취재를 허용하지 않은 것인데요, 개막식 당일에도 대회장 출입은커녕 4.25문화회관 200m 밖에서 취재를 하라고 하였습니다.

또한 저들이 세트장으로 준비해 놓은 공장, 병원 등을 참관시키다 나중에는 출국하려던 BBC기자를 저지시키곤 김정은을 '뚱뚱하고 예측 불가능하다'고 방송했다고 8시간 조사를 해 사죄문을 작성시켰으며, 강제 출국시키기에 이르렀습니다.

정말 북한에서만 가능한 희한한 일입니다.

조선평화옹호전국민족위원회 관리 오룡일은 이에 대해 외신 기자들을 만나 '윙필드-헤이스는 해명할 수 없는 이유로 평양비행장 봉사일꾼들에게 매우 위협적인 태도를 취했으며, 우리 공화국의 법질서를 위반하고 문화풍습을 비난하는 등 언론인으로서의 직분에 맞지 않게 우리나라 현실을 왜곡 날조하여 모략으로 일관된 보도를 했다'고 추방 이유를 밝혔습니다.

또한 '윙필드-헤이스는 공화국을 모독하는 행위를 한 데 대해 우리 정부와 인민들에게 공식 사죄하는 사죄문을 썼다'며 'BBC는 조선의 법과 질서를 존중하는데 노력해야한다'고도 주장했죠. 앞으로 BBC의 반응이 기대됩니다.

또한 이번 당 대회에서는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이 제시됐죠. 인민경제 전반을 활성화하고, 경제부문 사이 균형을 보장해 나라의 경제를 지속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토대 마련이 기본 방향입니다.

지난 당 6차대회 때 인민경제 10대 전망목표를 구체적인 숫자로 제시했던 것과는 아주 대조적입니다.

그리고 현재 김정은이 그토록 따라하려 하는 할아버지 김일성은 인민들에게 '이밥(쌀밥)에 고깃국'을 먹이는 것을 필생의 목표로 삼았습니다. 그리고 그 목표를 실현해야 7차 당 대회를 연다고 했다면서요.

그런데 지금 노동당 7차대회의 식탁에는 이밥에 고깃국이 아니라 핵무기라는 위험한 물건이 올라와 있습니다. 수십, 수백만의 생명과 바꾼, 그리고 2천 5백만 북한 백성들의 이밥과 고깃국과 바꾼 괴물이죠.

북한당국은 말로는 이를 밑천으로 경제 강국을 건설한다고는 하는데 그게 과연 가능할까요?

'대동강 이야기'의 김광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