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 검은 돼지’ 때문?

0:00 / 0:00

북한의 은어와 유머를 통해 북한사회를 이해하는 '김광진의 대동강 이야기,'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 김광진씨가 전해드립니다.

김정은의 새해 신년사에 대한 반응이 매우 뜨겁습니다. 그는 올해 신년사에서 미국에 대해서는 핵단추가 자기 책상에 있다고 위협하는 반면, 남한에 대해서는 과거를 모두 뒤로하고 평창올림픽에 참가하는 한편 당국자회담도 할 수 있다고 언급하였습니다.

뒤이어 단절되었던 판문점 남북연락채널이 복원되었고, 남북고위급회담이 전격 성사되는 일이 벌어졌죠.

북한 핵미사일 때문에 최고로 격화되었던 한반도 긴장상태가 좀 누그러져 대부분이 지금의 남북회담에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북한의 진의가 대북제재를 무마시키려는 꼼수가 아닌가 하는 의심의 눈초리도 만만치 않습니다.

북한매체들은 앞 다투어 김정은 신년사를 찬양하고 있고 또 외부에서의 지지소식들을 대거 게재하고 있습니다.

그의 대남제안을 '상상을 초월하는 새해 신년사,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파격적인 선언, 조선반도평화의 첫 걸음을 여는 벅찬 제안, 통 큰 도량과 과감한 결단의 산물'로 남한, 해외 인사들이 격찬했다고 보도하고 있습니다.

또한 '김정은원수님은 불세출의 대성인이시며 통일의 령수이시다. 이런 분을 모시고 받드는 것은 민족성원으로서 너무도 응당한 것이다. 우리 민족은 참으로 령수복이 있다'라고 찬양받는다고도 집중 소개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김정은과 북한이 지금 뭘 원하고 있는지도 가감 없이 밝히고 있죠.

우선 이번 평창올림픽 참가제안이 '세계적인 핵강국지위에 오른 우리 민족의 위상에 맞게 북과 남이 과거에 얽매이지 말고 우리민족끼리 힘을 합쳐 북남관계를 개선하며 자주통일의 돌파구를 열어나가시려는 (김정은의) 확고부동한 결심이며 의지'라고 했죠.

또한 '진정으로 민족적 화해와 단합을 원한다면 남조선의 집권여당은 물론 야당들, 각계각층 단체들과 개별적 인사들을 포함하여 그 누구에게도 대화와 접촉, 래왕의 길을 열어놓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외세와 야합하여 한반도에 핵전쟁의 먹구름을 몰고 오지 말고 우리 문제는 우리 민족끼리, 민족자주에 기초해서 풀어나가야 하고, 군사적 대치상태를 해소해 평화적 환경을 우선 만들어 가야 한다, 민족 화해와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원칙적 입장들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 와중에 북한내부 주민들 속에서 반중감정을 노골적으로 고취하고 있다는 기사도 나왔네요.

청진시에서 지난해 12월 중앙의 지시로 동단위로 열린 여맹회의에서 중국에 대한 경각심을 높여야 한다, 심지어 '일본은 백년 숙적, 중국은 천년 숙적'이라는 발언까지 나왔다네요.

과거에도 중국에 대해 조심스럽게 평가했는데 대북제재로 생활형편이 악화되고 대부분 중국산 물품에 의존하는 상황인데 중국이 제재에 적극 가담하기 때문에 더 어려워지고 있다고 중앙에 대한 불만을 중국으로 돌리려는 심산이라는 겁니다.

경제난에 지친 주민들은 '왜정때(일제시대)가 좋았다', 중국에 대해서는 우리가 어려운 처지에 빠진 것을 기회로 이윤만 추구하는 '속 검은 돼지'라는 표현을 써가며 비하하고 있다네요.

사실 이번에 북한이 유화적인 대남제스처를 보인 것은 꼭 중국 때문만이 아니라 사상최강의 대북제재로 혹독한 시련에 빠져 총체적 난국을 타개하기 위해 출로를 대남관계에서 찾으려는 의도가 아닐까요?

'대동강 이야기'의 김광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