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물 안 개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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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은어와 유머를 통해 북한사회를 이해하는 '김광진의 대동강 이야기,'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 김광진씨가 전해드립니다.

친애하는 북한의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최근 김정은이 신임하던 국가보위상 김원홍을 내치고 보위성 부상을 포함해 여러명의 간부들을 숙청했는데 숙부인 장성택을 비롯, 주로 군내 핵심 간부들을 처리하더니 이제는 보안기관에 칼을 들이대려는 모양입니다.

지속되는 숙청과 이에 따른 핵심계층의 불안을 볼 때마다 태영호 전 주영공사 등 북한 엘리트들의 한국행은 옳은 선택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태 전 공사는 최근 인터뷰에서 그 동안 자기가 생각했던 한국과 실제 모습에서의 차이점에 대해 언급한 바 있습니다.

한국의 보건시스템이 선진국인 스웨덴, 덴마크, 영국보다 훨씬 잘 되어 있다면서 '영국에 근무할 때는 병원에 가서 예약하고 치료받자면 3개월에서 6개월이 걸렸는데, 서울에서는 병원에 가면 즉시 그 자리에서 의사들이 처리해 주고 있다'고 했죠.

음식배달 등 서비스 문화도 세계 최고이며, 한나절 또는 하루생활권으로 연결되어 있는 한국의 도로망 등 인프라에 대해서도 감탄하였다고 합니다.

제가 10여 년 전 한국에 왔을 때 느꼈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데요, 한국의 보건, 의료시스템은 북한과는 비교할 수도 없으며, 선진국들보다도 더 잘 되어 있는 부분이 많습니다.

한국의 어느 병원에 가더라도 입원실, 의료시설, 약품들은 모두 북한 김씨일가와 최고위급 간부들이 특혜를 받으며 치료받는 '봉화진료소'나 '남산진료소'보다 훨씬 발달해 있습니다.

북한에서는 자본주의를 비판할 때 의사들이 환자 몸 상태보다 주머니를 먼저 진찰한다고 하죠. 물론 한국에서도 돈이 중요합니다. 그러나 한국은 의료보험시스템이 잘 구축되어 있어 일상적인 치료는 전혀 문제가 없이 최상의 수준을 보장하고 있습니다.

치료비도 선진국들에 비해선 많이 쌉니다. 선진국들에서는 보통 국가의료보험에 가입되어 있지 않으면 감기 진단과 치료 한 번에 수백달러, 치과치료는 수천달러 이상 들죠.

암 치료 등 고가 비용은 보통 보험으로 해결합니다. 저를 포함한 탈북민들 모두 차별 없이 동등하게 한국의 의료시스템을 편안하게 잘 이용하고 있습니다.

또한 서비스 문화 역시 세계 최상입니다.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빨라야 일주일, 또는 그 이상 보통 걸리지만 한국은 몇 시간 내, 길어도 하루 이틀에 안 되는 것이 없습니다.

건설 인프라도 세계 최고입니다. 평양이 자랑 하는 금릉동굴 같은 것은 전국에 수도 없이 많고, 시속 100km로 10분 이상 달려야 하는 터널도 많이 건설되어 있습니다.

한국과 북한에서도 자주 쓰는 표현이 있죠. '우물 안 개구리.' 북한이 '우물 안 개구리'처럼 정치강국, 군사강국을 자랑하고 지금은 경제강국, 체육대국을 건설한다고 요란하게 떠들고 있지만, 이른 바 '아랫동네'인 한국에서는 과거 동화나 과학 소설에서나 나올 법한 것들이 모두 현실이 되고 있으며, 하루가 다르게 발전해가고 있습니다.

하루빨리 더 많은 사람들이 북한이라는 우물을 깨고 세상 밖으로 나와 3만명의 탈북민들처럼 이러한 혜택을 누려야 하지 않을까요?

대동강이야기의 김광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