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은어와 유머를 통해 북한사회를 이해하는 ‘김광진의 대동강 이야기,’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선임연구원 김광진씨가 전해드립니다.
존경하는 북한의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오랜만에 긴 연휴, 4일간의 민속명절, 음력설을 잘 쇄고 계시리라 믿습니다.
아랫동네, 남쪽에서도 비록 짧지만 구정을 민족최대의 명절로 잘 보냈습니다. 2천 9백만의 민족 대이동도 있었죠. 참 장관이었습니다.
사실 북한에서는 남쪽과는 달리 신정이 더 큰 명절이죠. 그런데 언젠가부터 음력설도 명절로 제정해 쇄고 있습니다. 남쪽에서 보다는 명절 분위기가 크게 나지 않겠지만 연 띄우기, 윷놀이, 장기, 그리고 요즘에는 로라 스케이트를 타면서 즐겁게 보냈으리라 생각합니다.
남쪽에서는 어떻게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단 며칠사이에 민족대이동을 할 수 있는지 궁금하시죠?
남쪽에는 교통수단이 잘 발달되어 있습니다. 1988년인가요, 제가 웽그리아, 지금 북한에서는 마쟈르(헝가리)라고 하죠, 여기서 온 관광단을 안내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 손님 중에 여러 사람이 남쪽을 방문한 적이 있었던데, 남한이 어땠냐고 묻자, 고속도로가 너무 잘 되 있어 미국 같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실제 와 보니 가장 부러운 것 중의 하나가 바로 고속도로였습니다. 그리고 녹화가 잘 돼 있는 것도요. 어디가나 나무가 빼곡히 차 있습니다.
박정희 대통령시절인가요, 그 때 서울과 부산을 잇는 경부고속도로 건설을 시작했는데 많은 반대가 있었답니다. 차도 생산하지 못하는 나라에서 국가의 자원을 도로에 발랐다가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하는 생각에서죠.
마치도 북한에서 중공업을 우선적으로 발전시키자고 할 때 ‘기계에서 밥이 나오나?’며 반대했다는 그 때 생각이 났습니다.
어쨌든 당시의 선견지명으로 지금 남쪽은 고속도로로 쫙 깔려 있고, 어디든지 하루 생활권에서 일하고 생활하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차가 막히지 많으면 한 4시간이면 갑니다. 그리고 도시들은 물론이고 온 나라가 남한에서 생산한 차로 차고 넘칩니다. 자가용차는 인제는 재산이나 사치품이 아니라 필수품이 됐죠.
승용차외에 고속버스, 고속철도, 비행기 등 교통수단도 다양합니다. 시간당 300km의 속도를 내는 고속철은 구정 같은 때는 몇 달 전에 예약해야 합니다. 자가운전도 하지 않고 속도도 빠르기 때문에 인기가 많아서죠.
대중교통도 잘 되어있습니다. 서울에만도 지하철역이 440여개가 됩니다. 한 때 사람이 너무 많고 붐벼 지하철이 아니라 ‘지옥철’로 불렸지만 지금은 세계 최고의 서비스, 교통 환경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일부 새 노선들은 무인조종열차를 운용하고요.
이외에 대전, 부산, 대구, 인천 등 주요 광역시들에도 모두 지하철이 들어가 있습니다. 버스는 고속버스 외에 도와 도를 잇는 광역버스, 구를 잇는 파란버스, 구내를 도는 초록버스, 마을버스 등 다양합니다. 아마 세계적으로도 최고의 교통서비스를 자랑할 겁니다.
얼마 전 평양에서 열린 4차 당 세포비서대회소식을 새로 나온 기록영화를 통해 자상히 접할 수 있었습니다.
자주의 길, 선군의 길, 사회주의 길로 변함없이 나가자, 민심을 잘 살펴라, 말이나 구호보다 실천으로 행동하지 않으면 언제까지도 인민생활을 개선할 수 없다, 과거에 죄 지운 사람이라도 가정환경이 아니라 본인위주로, 현재를 중심으로 사람들을 평가해라, 김정일애국주의로 국토관리를 잘 해라 등 엘리트 중심, 군인 중심의 김정일 통치방식과 차별화된 김정은식 인민관을 잘 읽을 수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나라의 자원을 장거리 로켓발사, 핵 개발, 명절 불꽃놀이에 다 탕진하고 과연 인민생활이 개선될 수 있을까요?
북한인민들도 하루 빨리 두 다리에 의존하는 11호차가 아니라 자가용차, 고속철도, 비행기로 가족을 찾는 설 명절을 맞길 고대해 봅니다.
‘대동강 이야기’에 김광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