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은어와 유머를 통해 북한사회를 이해하는 '김광진의 대동강 이야기,'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 김광진씨가 전해드립니다.
친애하는 북한의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날씨가 입춘이 지나면서 좀 풀리는 듯합니다. 곧 봄이 오면 북한에서도 결혼계절이 시작되는데요, 오늘은 북한의 변화하는 결혼문화, 연애문화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과거 북한에서 연애는 참 쑥스러운 일이었죠. 남녀가 공개적으로 손잡고 다니면 큰일 납니다. 모두 손만 잡아도 결혼해야 하는 줄 알았죠. 말 그대로 함께 자면 무조건적인 결혼사유였습니다. 종종 주변에 진도위반으로 아기를 임신하고 결혼하는 사람들도 일부 있었지만요.
결혼 적령기는 여자는 20대 초반이었습니다. 사실 무조건 빨리 시집가서 무조건 아기를 빠른 나이에 낳는 것이 법칙이었죠. 오죽하면 신붓감으로서 23세는 금, 24세는 은, 25세는 동으로 표현했겠습니까. 25세가 지나면 철(쇳덩이)이라는 심한 표현도 썼죠. 부화(간통)나 이혼은 범죄시되었습니다. 당 또는 조직생활총화에서 엄격하게 비판됐고, 심하면 출당, 철직의 처벌을 받았습니다. 간통 때문에 강제노동, 혁명화도 보내졌는데요, 아침운동 때마다 달리기를 시키면서 '부화근절, 부화근절'이라는 구령에 맞춰 뛰게 하였습니다.
이혼도 자식을 낳지 못하거나 부부생활이 불가능한 경우에나 법정에서 해결해 주었습니다. 가정은 '사회의 세포'라는 인식아래 이혼은 북한사회, 사회주의 공산주의 집단주의를 해치는 악으로 취급했죠.
그리고 인기 있는 신랑은 당 일꾼, 권력기관, 무역성이나 외무성 등 외국에 나갈 수 있는 남자들, 신부는 고등교육을 받았거나 내조를 잘 할 수 있는 여성들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연애문화, 결혼문화가 세계에서 가장 폐쇄적이라고 하는 북한에서도 서서히 바뀌고 있습니다.
북한에서 현재 일등신랑감은 '열대메기'라죠. 여자를 열렬히 사랑하고, 대학을 졸업했으며, 노동당원증을 메고, 기술자격증까지 갖춘 남성을 뜻한답니다. 모두가 이런 조건을 완벽하게 갖췄으면 좋으련만 다 그렇지는 못해 군관들, 직업과는 무관하게 외화벌이를 잘하는 사람들이 인기가 있다죠.
일등 신붓감은 '손오공 신부'라고 하네요. 신랑에게 손전화기(휴대폰)를 사줄 수 있고, 오토바이를 사줄 수 있으며, 공부지원을 해줄 수 있는 여성이라네요.
또 '현대가재미'라는 말도 있다죠. 현금이 많고, 대학을 졸업했으며, 가풍이 좋고, 재미가 있으며, 아름다운 여성을 뜻하는 말이랍니다.
그리고 결혼식도 속도전이 유행이 라죠. 과거에는 신부 집에서 상을 받고 신랑 집으로 옮겨 하루 종일 전통식으로 결혼식을 치렀는데 지금은 비용을 아끼기 위해 합동결혼식, 그것도 2-3시간 짧은 시간 내에 끝낸다고 합니다.
경흥관, 청류관, 문수관 등 국영결혼식장보다 개인들이 운영하는 곳이 더 인기가 있고요. 음식이나 장식, 축가 등 모든 것이 수요자 맞춤형으로 서비스를 잘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부유한 평양 상류층들은 뷔페음식을 주문해서 결혼을 한다고 합니다. 또 전통 조선옷(한복)이 아니라 여성들도 양복 또는 웨딩드레스를 입고, 남자들은 턱시도도 입는다고 하네요.
아무리 북한당국이 모기장을 단단히 치고 문을 잠가도 외부세계를 향한 주민들의 민심은 절대로 거스를 수 없는 것 같습니다.
대동강이야기의 김광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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