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은 조직의 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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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은어와 유머를 통해 북한사회를 이해하는 '김광진의 대동강 이야기',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 김광진씨가 전해드립니다.

친애하는 북한의 청취자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황병서 총정치국장의 '미국 본토타격', '불바다' 발언 속에서 '광명성절을 민족최대의 명절'로, 높은 정치적 자각과 뜨거운 노력적 성과로 맞고 계시리라 믿습니다.

요즘 북한에서는 쩍하면 '불바다, 벌초, 불마당질 해버리겠다, 죽탕 쳐 버리겠다'는 등 형편없는 대미, 대남위협과 고성이 계속 들려오고 있습니다.

2년 전 김정은이 직접 주재한 작전회의 때는 북한 전략군 '미 본토 타격계획'이라고 씌워진 작전지도가 노출되었죠. 미사일 타격 대상에는 수도 워싱턴DC, 미군 태평양사령부가 있는 하와이, 미국에서 인구밀도가 가장 높은 캘리포니아 주와 텍사스의 오스틴이 포함돼 있었습니다.

북한의 미국본토 타격능력에 대해서도 고개를 갸웃거리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왜 여기에 텍사스 오스틴이 포함 됐느냐고 의아스럽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았죠. 또 재미있는 사실은 이 기회를 이용해 텍사스 주지사가 자기 지역을 홍보해서 눈총을 받는 일이 벌어진 것입니다.

그는 '오스틴이 (북한의)작전지도에 오른 이유 가운데 하나는 그(김정은)가 매우 중요한 도시들을 지도에 표시했기 때문'이라고 '지역 자랑'을 늘어놨죠.

이어 '북한에 있는 사람들이 텍사스 오스틴이 미국에서 아주 중요하다는 사실을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진지하게 말했습니다.

어쨌든 북한이 요즘 훨씬 호전적으로 나오고 있고, 그 도가 넘치는 이유가 혹시 새로운 전략군도 만들고 군사복무기간도 늘였기 때문일까요?

들리는 소식에 의하면 북한군의 군복무기간이 남자는 10년에서 11년으로, 여 군은 6년에서 7년으로 늘어난 다네요. 이렇게 되면 남자는 남한의 5배, 여성은 3배 이상 기간 군 복무하는 셈이죠. 또 여성들에게도 의무병역제가 도입된다고 합니다.

현재 인민군 병력 중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이 22%정도인데, 의무병력 제가 도입되면 40%가 된 다네요. 결국 앞으로 2명 중 1명이 여군이 된다는 얘기인데, 그야말로 군 복무에서도 여성들이 '혁명의 한 쪽 수레바퀴'를 확실하게 끌게 되는군요.

북한에는 이런 말이 있죠. '내 몸은 조직의 몸이 아니다.' 한 여성이 섹스문제 때문에 당 회의에서 심하게 비판을 받자 항의한 내용입니다. '내 몸이 내 소유이지, 무슨 네 소유냐? 그리고 노동당이나 조직의 소유물이냐?'는 식의 항의죠.

외부의 시각으로는 정말 어처구니없겠지만 북한에서는 너무도 당연한 일입니다. '여성들의 몸은 모두 조직의 몸이죠.' 주체사상에 따르면 사람은 정치적 생명과 육체적 생명을 가지고 있는데, 정치적 생명을 떼 낸 육체적 생명은 그냥 고깃덩이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그리고 목숨보다 귀중한 정치적 생명은 노동당이, 수령이 하사한다고 합니다. 그러니 노동당의 기준으로는 북한주민들은 모두 개인이 아니라 조직의 몸, 수령의 소유물입니다.

인제 그 소유물인 여성들이 무조건 군에 나가 7년을 복무해야 한다니 '고난의 천리가 가면 행복의 만리가 온다'던 노동당의 구호가 그 반대로 가고 있다는 것을 결국 증명해 주는 셈이죠.

'대동강 이야기'에 김광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