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은어와 유머를 통해 북한사회를 이해하는 '김광진의 대동강 이야기,'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선임연구원 김광진씨가 전해드립니다.
친애하는 북한의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김정일 사후 첫 광명성절은 잘 보내셨습니까? 명절공급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얘기가 있던데, 그래도 주말이 끼어 나흘 휴식을 했으니 다행인 것 같습니다.
요즘 북한에서는 김정일을 또 하나의 태양으로 영원히 모시고, 셋째 아들 김정은의 후계체제를 굳히느라 분주히 움직이고 있는 모양입니다. 금수산 기념궁전을 태양궁전으로 명명한다, 김정일 동상도 만든다, 기념주화도 발행한다하고 말입니다.
김정일훈장, 김정일상도 새로 제정했더군요. 김일성훈장과 함께 최고의 상, 칭호가 된다던데, 이러다가 국기훈장 같은 것은 달 자리가 없을 것 같습니다.
좀 오랜 된 얘기지만 북한에는 600에 60이라는 말이 있죠. 국기훈장 3급 1개에 골고루 메달(공로메달) 5개정도를 타면 퇴직 후 평생 배급 600g에 연금 60원을 받는 제도를 칭한 말입니다.
노력훈장, 국기훈장 1급은 1개만 받으면 자격이 됩니다. 국기훈장 2급은 그 아래 3개를 더 받아야 하나요? 저도 김일성종합대학 1학년 때 국기훈장 2급보다 반급 높은 조국해방 40돌 기념메달을 하나 받았었습니다. 공화국영웅메달과 비슷하게 생겼죠.
노력영웅이나 김일성훈장은 600에 60 초과 자격입니다. 이외에 김일성, 김정일 표창과 오메가 시계표창도 해당되죠. 이번에 김정일 관련 상들이 대폭 늘었으니 600에 60대상들도 많이 늘었을 겁니다.
북한은 칭호, 훈장, 메달이 차고 넘치는 나라입니다. 세계적으로 대원수 칭호를 받은 사람은 2차 세계대전을 승리에로 이끈 소련의 스탈린, 그리고 미국 남북전쟁에서 북부군 사령관을 지낸 그랜트장군 이렇게 달랑 2명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북한은 김일성에 이어 김정일도 대원수가 됐죠. 참 대단합니다. 세계 강대국들인 소련과 미국도 1명씩 밖에 보유하지 않은 대원수를 2명씩이나 가지고 있으니 말입니다. 김정은이 언제 죽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도 수령으로 순직하면 대원수칭호를 받겠죠.
장군들이 달아야 할 훈장도 차고 넘칩니다. 옷 양쪽, 특히 왼쪽에 꽉 채우고도 남아 사실 국기훈장 3급과 공로메달은 달지 않습니다. 그리고 옷에 온통 구멍이 뚫려 아예 행사 복으로 재킷 한 벌을 따라 건사하고 있죠.
요즘은 화폐교환도 하고 북한원화시세가 많이 떨어져 600에 60이 아니라 한 600에 6,000정도는 됐을 겁니다. 그래도 쌀이 1kg에 5,000원을 넘나드니 한 달 연금은 가족의 2-3일 먹 거리도 안 되겠네요.
외부세계에서는 식량배급은 사회복지에 포함돼지 않습니다. 그냥 돈으로 해결하죠. 남한에는 가장 대표적으로 공무원연금, 국민연금이 있습니다. 공무원연금은 20년에서 30년 근무하면 200만원에서 300만원을 평생 받습니다. 한 달에 2,000-3,000달러정도 돼지요.
사기업들이 운영하는 개인연금상품은 수도 없이 많습니다. 각자 자기 수입에 따라 정기적으로 연금을 납입하고 때가 되면 타서 쓰면 됩니다.
제가 북한에 있을 때 이런 얘기를 듣고 깜짝 놀란 적이 있습니다. 애급에서도 빵 값의 상한선을 정해 놓아 백성들이 최소한 끼니 걱정은 없게 만들었다고 하더군요. 잘은 못 먹어도 국민들이 굶어죽지는 않도록 국가가 책임진다는 얘기죠.
외부세계에는 최저생계비라는 제도도 있습니다. 수입이 일정한도가 되지 않으면 신청해서 받을 수 있죠. 사실 힘자라는 것 일하면서 사는 것이 정답이겠지만, 이런 제도들을 보면 자본주의가 사실 사회주의, 공산주의시책을 더 잘 시행하고 있는 셈입니다.
요즘 남한에서 유행하는 숫자가 있습니다. 9988234입니다. 99세까지 88하게 살다가 2-3일 앓고 죽자는 뜻이죠.
'대동강 이야기'에 김광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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